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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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식부터 건축 자재에 이르기까지.

택배로 못 받는 물건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택배 공화국'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보낸 이가 쓰여 있지 않지만 내 이름이 적힌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면...

뜯어보시겠습니까...?!

당연히 내 이름이 있기에 의심 없이 집안으로 들고 들어와 뜯어보기 마련일 텐데...

그로 인해 내 일상이 바뀐다면...?

벌써부터 소름이 끼치는 이 소설.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붉은 상자가 도착하면 함부로 열지 마라.

물론,

열지 않아도 네 운명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붉은 상자



남자가 붉은 상자를 처음 받은 것은 의미 모를 가위바위보를 하는 꿈을 꾼 다음 날이었다. 보낸 사람은 적혀 있지 않고, 오직 받는 이의 주소와 이름만 쓰여 있는 작은 상자. 문 앞에 놓인 그것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그는 다른 이들이 그러했듯 늘 오는 택배쯤으로 여겼다. 그때 그 상자를 열어보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건 순진한 바람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한낱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page 12

경찰공무원 시험을 보러 가는 날 아침.

최도익은 송장 같은 건 붙어 있지 않았고, 보낸 사람의 주소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단지 최도익이라는 이름과 주소만 적힌 붉은 상자를.

호기심이 일었지만 동시에 찝찝한 기분도 함께 밀려왔습니다.

'시험 날 아침부터 참......'

그냥 두고 가면 내내 걸릴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검은색 쪽지 한 장.

거기에는 흰색 펜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와 절대로 대화하지 말 것>

자신의 절친인 영운이 녀석의 장난으로 여기며 시험 보러 출발했지만 이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자신에게 길을 묻는 중년에게 알려주고 난 뒤 왠지 모를 꺼림직함이...

그는 검은 양복을 입었었고 그 뒤 그와 또 다른 여성의 죽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전부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야, 그저 단순한 우연일 뿐이라고!'

하지만 도익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공간에서 붉은 상자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체대 준비생 민정희, 순댓국집 아줌마...

이들에게도 의문의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무슨 수를 쓰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붉은 상자 속 운명을 벗어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운명 앞에 조금씩 이들끼리 접점이 생기고 얽히고설킨 이들의 이야기.

과연 붉은 상자는 누가 보낸 것일까...

그리고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난간에 올라섰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 후 남자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

이런......! 이것도 꿈이다...... 깨어나야 한다! - page 282 ~ 283

순식간에 몰입하면서 읽기 시작하였고 마지막 한 방은 순간 정신이 아찔하였습니다.

이는

무슨 수를 써도 운명은 운명적으로 작동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것조차 운명이다.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 허덕이는, 그렇다고 제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는 일일까...?

이런 혼란 속 저자는 우리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지 되묻고 있었습니다.

만약, 집 앞에 당신 이름이 적힌 붉은 상자가 놓여있다면......

당신은 그 상자를 열어 보겠습니까?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의 당신은 이미 이 상자를 열어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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