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편의점 - 전지적 홍보맨 시점 편의점 이야기
유철현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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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본 에세이 『편의점 30년째』를 읽고 나서 또다시 '편의점'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편의점에 진심인 사람인데

어쩌다 편의점 회사에 입사하여

어쩌다 보니 '홍보맨'으로서 10여 년째 일해오며 편의점을 참사랑하게 된

'유철현' 씨 이야기.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세상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

당신에게 편의점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쩌다 편의점



혹시 당신은 처음 편의점에 갔던 날을 기억하는가?

오래전 그때는 분명 미지의 그곳에 마음이 설렜지만,

지금은 숨을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차츰차츰 무뎌졌기에...

최초의 그 두근거림을 그리워하던 어느 날,

나의 첫 편의점이 내게 속삭였다.

그것이 바로 너와 내가 오늘을 좀더 특별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그리하여 시작된 편의점 이야기.

무척이나 공감되는 우리네 이야기였습니다.

읽으면서 그의 '일상의 로그'는 또 하나의 역사였고 편의점이라는 공간 속에 세대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어졌었습니다.

정감 있는 이곳, 편의점.

다시 편의점으로의 발걸음이 설레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사 먹는 '삼각김밥'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1989년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이 문을 열었고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1992년 처음 등장한 '삼각김밥'.

제품을 알리기 위해 당시 TV 광고도 왕왕 했지만 그마저도 아는 사람만 아는 비주류 상품이었던 삼각김밥은 시간이 갈수록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과 바쁜 직장인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는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고, 1998년 IMF를 겪으며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에 나선 사람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모멘텀이 되어 200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게 되지만 지금은 도시락에 밀려 과거의 영광이 조금 희미해진...

저도 돌아보니 오랜 시간 삼각김밥과 함께 소중한 추억들을 이어왔고 지금은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니 작지만 특별한 '삼각김밥'.

오늘은 아이들과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먹으며 식사 그 이상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나는 달랑 삼각김밥을 하나 먹고 있지만 그 한입에 누군가의 열정, 또 한입에 누군가의 정성, 또 한입엔 바로 우리의 인생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 page 38

'허니버터칩'

2014년 여름, 혜성처럼 등장한 이 감자칩은 SNS 등에서 '존맛탱'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출시된 지 약 한 달 만에 모든 편의점에서 과자 매출 1위를 찍고 장장 1년여에 걸친 전국적인 품귀 현상으로 이른바 허니버터칩 신드롬을 일으킨 이 과자.

저도 이 과자를 먹어보겠다고 매일 편의점에 출석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거의 눈길도 주지 않지만...

아무튼 편의점 회사에 다니는 그에게 지인들은 허니버터칩 좀 구할 수 없냐는 청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퇴근길에 집 앞 단골 편의점 점주님이 그를 불렀다고 합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인 점주님은 평소에 자주 안부도 묻던 사이여서인지

"저기, 허니버터칩 먹어 봤어?"

조심스레 가져온 허니버터칩은 봉지가 뜯어져 있었고 컵라면도 아닌데 웬 나무젓가락이 꽂혀 있었던 겁니다.

점주님은 나무젓가락으로 봉지에서 허니버터칩 두 조각을 살포시 꺼내며

"어서 먹어봐. 요즘 이게 그렇게 인기야. 내가 단골들한테만 맛이라도 보라고 이렇게 한 봉지 꿍쳐두고 조금씩 주는 거야. 물건도 잘 안 들어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있어야지 원. 오늘도 이거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스무 명은 왔다 갔어."

"실망하고 돌아서는 사람들 얼굴이 딱해 보이더라고.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웃으면 얼마나 좋아?! 한 명이라도 더. 이심전심이지. 손님들이 좋아하면 나도 참 좋더라고."

점주님이 건넨 호의.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나무젓가락 한 벌로 실현한, 저도 편의점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누가 편의점을 삭막한 도시의 얼굴이라고 했나!

누가 편의점을 차가운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고 했나!

따뜻하고도 뭉클한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

편의점에서 일 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바로 '컵얼음'이라는 사실을.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컵얼음은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내며 조금씩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해 2013년 처음으로 소주, 맥주, 바나나맛우유 등 쟁쟁한 스테디셀러들을 제치고 편의점 상품 전체 판매량 1위에 오르는데...

밑바닥 조연에서부터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찬 컵얼음을 보며

나는 이때 보도자료를 내면서 '언젠가 네가 꼭 성공할 줄 알았어!'라고 전지적 오지랖 시점에서 내 일처럼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오롯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한 길만 걸어온 얼음은 그렇게 편의점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었다. 가장 차가우면서 가장 뜨겁게. - page 177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바로 앞, 빛을 내며 반기는데...

행복이 뭐 별건가!

좋아하는 것 손에 들고 집으로 가 즐기는 것.

그렇게 오늘의 소소하지만 진한 행복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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