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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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럴 때 있으시죠?》 출간 후 8년 만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티비에 나와서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는 모습에서 반가웠었는데 이렇게 이야기까지 들려준다니 오래간만에 툭 터놓고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밥은 먹고 합시다. 그래야 우리 사니까요!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가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게 될

아주 작고 소중한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내 말이 그 말이에요




30만 독자가 함께 읽고 공감한 전작 《그럴 때 있으시죠?》 출간 후, 8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공감 에세이!

(저도 그 30만 독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헤헷;;)

사실 그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그만이 전할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참으로 그리워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줘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그리고 같이 나누어주어서...

이번에는 그가 나를 먹이고 남을 먹이고 돌보는 살림 이야기, 아이들을 만나 함께 웃으며 치유받는 뭉클한 순간들, 그리고 '임시보호'하던 강아지 '탄이'와 5년째 함께 살면서 느낀 가슴 따듯한 순간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건넨 말,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밥 한 그릇'의 의미.

나를 만나는 일

나를 잘 먹이는 일

나를 북돋는 일

...

부디 몸이든 마음이든 배고픔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모두의 밥 먹는 소리가 늘 어우러진 세상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저에게도 소중히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봄'을 맞이하는 요즘에 건넨 다정한 안부.

누구도, 어떤 다른 꽃들도 감히 그 꽃에게

"너는 더 열심히 피어야 가치 있다."

"더 많은 꽃잎을 달아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채찍질하듯 몰아붙일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먼저 핀 꽃이라고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을 무시하거나,

자기가 화려하고 크게 피었다고

아직 꽃봉오리를 간직한 꽃들에게

너희도 이렇게 피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부지런하게 피라고 말해서도 안 되고요.

아직 피지 않은 꽃이라고 해서

'나만 꽃이 아닌가?'하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꽃입니다.

저마다 속도로 세상에 나오고,

저마다의 색으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저마다의 시기로 살다가 땅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모든 꽃의 속도와 색깔과 시기는 옳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이런 한없는 믿음과 지지를 스스로에게 쏟아주어 줄 때

우리는 모두 꽃으로 핀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오롯이 너의 결대로 살아도 괜찮다."

인상적이었던 <어른이 된다는 것>.

매년 토크콘서트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한동안 어디 가서 크게 웃지도 못했던 분들에게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안 받아 적어도 되고, 그저 웃기면 웃으면 되고, 안 웃기면 안 웃으면 되고, 그러다 공감이 되면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 그렇게 어른 되느라 애쓰셨다는 말과 함께 응원의 말을 건넸는데

"니가 피는 걸 도울게.

내가 피는 것도 지켜봐 줘.

우리 다 꽃이야."

그랬더니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대책 없는 위로 좀 그만해라."

대책 없는 위로...

솔직히 대책을 몰라서 안하는 거 아닌데 말입니다.

누가 제일 많은 대책을 세우고 했겠습니까?

자기예요. 남의 충고가 대책이 될 수 없잖아요.

우리 감정은 말이 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감정은 반드시 정당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동의나 승인을 받을 필요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럼 그만하면 됐어.

그래, 그만하면 괜찮다."

저는 이런 말들이 사람을 살게 한다고 믿습니다.

조건 없는 지지와 응원, 그런 게 천국이고,

때로는 그런 말도 필요 없이 그냥

"그래, 잘 살았다. 내 니하고 끝까지 갈 끼다."

이렇게 얘기해 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저는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대책 없는 위로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에서 어른까지 사람의 마음을 대책 없이 무장해제 시키는 그.

이런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근데 왜 아이 없는 저에게 자꾸 학부모님들이 아이와의 고민을 묻는 거예요?

자랑하시는 거죠?

흑흑! - page 185

읽으면서 마치 그가 옆에서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은 특유의 웃음소리도 들리는 듯했던...)

문득문득 힘들고 지칠 때, 저는 또다시 그에게 손을 내밀 것 같습니다.

힘들 때, 기쁠 때,

문득 아무 페이지나 펼쳐 주세요.

그리고 말합시다. 이야기합시다.

그래야 우리 사니까요.

덕분에 진짜 살아갈 힘을,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부디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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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날
이나 소라호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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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처음 연재된 뒤 트위터리안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 종이책으로 출간되고, 일본 서점가를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옴니버스 힐링 만화.

책 제목만으로도 저에겐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표지의 그림처럼 저 미소...

읽는 동안 저 역시도 짓게 되었던 이 책.

오래간만에 마음이 동하였었습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갈 수 있다면

사소한 일이라도 인생은 즐거울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날, 아무것도 아닌 날에 일어나는

무수한 반짝임이 여기 모여 있습니다. _ 미야시타 나츠

특별하지 않은 날



만화는 크게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노부부와 학생, 주부, 초등학생, 아르바이트 청년, 새끼 고양이 등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며 작은 동네에서 생겨난 작은 행복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계절이 계절이라 그런 걸까...

봄바람이 불어오듯 살랑거리는 마음과 새어 나오는 미소는 다정하고도 따스했습니다.

모든 에피소드가 반짝반짝 빛이 났지만 그중에서도 '노부부 이야기'.

카메라 셔터를 누른 뒤 파인더에 비친 아내와 자식들을 보고 순간 미소를 짓는 남편.

그 미소를 바라보며

"내 눈이

카메라

라면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을 텐데."

몇십 년째 소중히 가슴에 품어온 아내.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내의 휴대폰을 열어 이제는 지긋해진 아내의 사진을 몰래 카메라에 담고 미소를 짓는 남편.



남편이 남긴 사진을 뒤늦게 확인하고 기쁨을 느끼는 아내.



나도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

다정한 노부부를 보면 그 어떤 감동보다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서로에게 이랬으면...

아픈 동생을 위해 폰으로 보여주는 오빠.



"예쁘다

오빠!"

"이제

감기

걸리지

마."

"응!"

특별하지 않기에 더 특별했던 이야기.

이런 날들이 오래도록 쌓이면서 그 사람을, 인생을 만들어나감을 보며 나의 일상도 돌아보면 반짝일 것이란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였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나이를 먹을수록 지금 눈앞에 있는 것들이

무엇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은 뒤에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무척 기쁠 겁니다."

나에게 소중한 이들...

오늘은 그들을 떠올리며 나만의 다정하고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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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
수산나 이세른 지음, 로시오 보니야 그림, 윤승진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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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꼭 일러주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포용'이었습니다.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임.

그 어떤 것보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말로 열심히 설명하기보단 책 한 권을 통해 스스로 깨쳤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여기 심리학자이자 국제적인 수상 경력의 작가 '수산나 이세른' 작가가 '포용'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아이에게 건네기 전 저부터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고자 읽어보았습니다.

포용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이해 받을 때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리 마음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까요?

포용



바스락대는 마른 나뭇잎을 밟으며 '마리나'는 숲속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웬 딱딱하고 날카로운 물체가 느닷없이 마리나의 발에 걸리게 됩니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통조림 깡통이지 뭐예요!

자칫 잘못하면 날카로운 깡통에 베일 뻔했지만 다행히 숲에 사는 동물 친구들이 마리나를 도와 발에 낀 깡통을 빼주었습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럽던 마리나의 마음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어요.

어느 날 오후 마리나가 외출한 사이 '호르헤'는 누나 마리나의 방에 들어갑니다.

몰래 누나의 스파이더맨 의상을 훔쳐 입고 누나가 아끼는 공룡 인형을 가지고 놀던 있었는데 생각보다 누나가 일찍 돌아왔습니다.

마리나는 자신의 방을 엉망으로 만든 동생 호르헤를 보고 화가 났지만 불현듯 자신도 전에 그랬던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화를 내는 대신,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 신이 났구나! 우리 같이 놀까? 대신 다음부턴 내 방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나한테 물어보기다. 알겠지?"

누나에게 혼날까 무서웠던 호르헤에게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이야기는 호르헤의 새로 온 친구 니암으로, 니암은 토니로, 토니는 멘시아로, 멘시아는 엘리자베스로, 엘리자베스는 아나이스로,



아나이스는 리토스로, 리토스는 마리엘라로, 마리엘라는 로드리고로, 로드리고는 시몬에게로, 시몬은 마그다로 친절한 마음 한 조각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이들은

친구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몰라요!

얼굴에 바람만 스쳐도 저절로 웃음이 나요.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진 이 작은 세상에서

친구들의 마음은 기쁨으로 차올라요.

누군가에 받은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은 스스로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며

그런 내면의 힘은 또 다른 친구들의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공감'을 통한 '이해'와 '포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이야기.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편견과 혐오, 두려움에 맞서 포용과 사랑, 용기를 실천해야 함을, 그렇게 나와 세상이 하나 될 수 있음을 어른이지만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될수록 더 넓은 '포용'이 필요함을...

아이들보다 우선 어른들에게 필요한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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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하이츠의 신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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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나구』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등 대중성과 문학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내왔고,

17년 한국에 번역된 『아침이 온다』 가 영화로 제작되어 2020 칸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는 그녀 '츠지무라 미즈키'.

이렇게도 많은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정작 읽어보지는 못했고 ...

이번에 왠지 모를 끌림이 있었다고 할까...

작가의 작품이 궁금하였고 마침 이 소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이야기를 건네며 풀어나갈지 기대하며...!

'자신이 믿는 세계'를 완성하려는 젊은 창작가들의

치열하기 때문에 더없이 눈부신 날들과

그리고 미스터리한 사건들

슬로하이츠의 신 1



'지요다 고키의 소설 때문에 사람들이 죽은' 그날 날씨는 더없이 맑았다. - page 8

스물한 살, 대학교 3학년인 소노미야 쇼고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자살 게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자살 희망자를 모집한 뒤 집단 자살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산속에 있는 폐병원에서 연탄을 피워 죽거나 여러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가스를 피워 죽는 방법을 계획했지만 실제로 자살 희망자가 모이자 소노미야는 전혀 다른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서로 죽이기.

며칠 후 발견된 사건 현장은 건물 곳곳에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보아 죽고 죽이는 장면을 특정인에게 보여 줄 심산인 듯하였는데...

'게임 동영상을 고 짱에게 바친다.'

소노미야의 자살 게임, 이른바 '지요다 고키의 소설을 모방한 참극'이 처음 보도된 그날 지요다 고키는 소설을 집필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알게 된 건 끝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마지못해 현관문을 열었을 때 눈부신 플래시 빛과 기자들의 홍수 같은 목소리로부터였습니다.

"지요다 씨."

"지요다 고키 씨, 책임을 느끼십니까?"

죄책감에 시달리며 펜을 놓은 채 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고키.

그러다 한 신문에 실린 독자의 편지를 계기로 부활에 성공하게 됩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부제로 그 밑에 '죽이지 않았습니다. 살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던...

『저는 열렬한 팬이지만, 그런데도 살아 있습니다. 사건을 일으키려 하지도, 사람을 죽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말이에요.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싶었거든요. 죽어도 아쉬울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한 뒤, 그런데 다음 달 지요다 선생님의 새 책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생각하면 자살할 결심이 쉽게 무너졌습니다.

이제 지옥 같은 시간을 빠져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자살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 생각해도 오싹할 만큼 궁지에 내몰려, 정말 실행했어도 이상할 것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죽지 않아 다행입니다. 지요다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살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란한 사건을 일으켜 죽지 않는 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건가요?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뉴스가 될 수 없나요? 문제가 생기지 않고 오늘도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이 '평화'이고 '행복'이라면 저는 죽지 않은 채 문제없이 지내는 지금의 행복이 무척 기쁩니다.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 지요다 브랜드가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도 저와 다른 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지요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고키의 천사'로 불리는 익명이 소녀가 보낸, 무려 128통에 달했고 이 흐름은 결국!

그리고 고 짱은 돌아왔다. - page 266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슬로하이츠에는 집주인 각본가 아카바네 다마키와 고키, 그녀의 친구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젊은 창작가들이 서로를 자극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베일에 싸인 미소녀 '가가미 리리아'가 나타나고, 다들 그녀를 10년 전 그 편지를 쓴 '고키의 천사'라 추측하는데...

어딘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리리아...

정말 '고키의 천사'일까...

한편 아침부터 내린 비가 멎지 않던 날 슬로하이츠에 서류 봉투 하나가 도착합니다.

수신자를 알 수 없어 봉투를 열어 본 다미키는 홀린 듯이 원고를 읽어 내려가고, 충격에 휩싸여 서둘러 원고를 숨기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다마키는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계속 서 있기만 했다. 가슴이 요동쳤다. 완전히 예상 밖이다.

이것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것이 진짜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슬로하이츠의 이인자. 장난삼아 모두가 다마키를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만약-----. - page 318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

빨리 2권을 읽어야 했습니다.

사실 1권을 읽을 때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할까...? 속도감도 잘 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망하면 안 될 것이

"1권→2권→1권 순으로 읽어야 하는 책!"

이 소설의 진면목은 2권까지 읽어야 맛볼 수 있고, 2권까지 다 읽은 후 1권을 다시 읽어야 한다. 1권을 다시 읽으면,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갖가지 복선이 이토록 절묘하게 깔려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렇기에 1권만 읽고 나의 감상을 적기엔 너무 섣부른 행동이었습니다.

얼른 2권을 읽고 다시 1권을 읽은 뒤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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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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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황리에 뮤지컬 공연도 하고 있고 영화,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많이 알려진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주이자,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에 대해선 거짓된 소문들과 루머들이 많았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발언 중 유명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는 정작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던...

어쩌다 그녀의 삶이 이렇게 된 것일까...

이 책은 유럽 최고의 작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불리는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생을 미화도 폄하도 하지 않고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생생하게 재현했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불운한 왕비.

하지만 죽은 후에야 그 어느 때보다 프랑스의 왕비로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왕비.

이제 그녀를 평범한 한 여인으로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아가는지 바라보려 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공주로 태어나

프랑스의 왕비가 된 것은 운명의 우연이었다.

그러나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합스부르크 가문의 공주로 태어나 성년이 되기도 전에 프랑스의 왕비가 된 그녀.

그녀의 운명은 정략결혼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게 됩니다.

탐탁지 않은 시선들.

그렇지않아도 경박함과 쾌락에 대한 애착에 대해 그녀의 어머니의 당부도 있었는데...

"나는 너의 다른 모든 것보다 이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네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진지한 일에 관계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유혹에 빠져 임시비용을 지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대를 훨씬 넘어선 이 복된 시작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고 너희 내외가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너희 내외도 행복해지는 것, 모든 것은 그것에 달려 있다." - page 100 ~ 101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녀에 대한 가짜 뉴스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어머니의 경고 역시 허사였습니다.

"나는 지루해질까봐 겁이 나는걸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내뱉은 이 말로부터 '18세기' 사회와 시대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왕건이 창건되었고, 베르사유 궁전이 축조되었고, 예법이 완성되었고, 이제 궁정은 사실 아무것도 더 할 일이 없었고, 전쟁이 없으므로 장군들은 제복을 입힌 모자걸이에 불과했고, 신을 믿지 않게 되었으므로 대주교들은 보라색 승복을 입은 멋쟁이 신사들일 뿐이었고, 진정한 국왕도 옆에 없고 교육을 시킬 왕위 계승자도 없었으므로 왕비는 쾌활한 사교부인이 되어버렸고....

그들 모두가 파도처럼 힘차게 몰려오는 시대 앞에 지루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멍청히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찬 손을 그 파도 속에 밀어넣어 번쩍이는 돌멩이를 몇 개 건지며 놀았지만 아무도 시시각각으로 솟구치는 물결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위험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도망도 허사였고 승부에서도 패배했으며 인생은 끝장난 후였음에...

그렇지 않아도 백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어디에선가 자기들에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오랫동안 복종하고 굴종하다보면 좋은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믿으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허리를 낮게 구부릴수록 압박은 가혹해졌고, 세금은 더욱더 탐욕스럽게 그들의 피를 빨았고 거대한 불만이 오래전부터 먹구름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두 줄기의 눈부신 섬광으로 온 국민의 눈앞에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하나가 '목걸이 사건'이며 또 하나는 칼론의 적자재정 폭로였습니다.

이 청천벽력에 민중은 새파랗게 질리게 되고 결국 프랑스 혁명이 터져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칼날의 끝은 그녀를 향하게 되었고 1793년 10월 16일, 콩코르드 광장에서 남편의 뒤를 따라 단두대에 의해 참수당하게 됩니다.

"불행 속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됩니다."

왕권주의의 위대한 성녀도 아니었고, 혁명의 '매춘부'도 아니었으며, 특별히 선을 베풀 힘도 악을 행할 의지도 없는 그저 평범한 한 여인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이 평범한 여자가 생의 최후의 시간에 마침내 비극의 척도가 되고 운명처럼 위대해졌음에.

역사의 잔인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붙일 곳 없는 궁정 생활의 외로움 탓일까.

호화로운 파티와 화려한 의상, 장신구, 보석에 많은 비용을 들였던 그녀.

그런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전해질지조차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나의 이 편지에 의한 축복을 전해주세요. 아이들이 자란 뒤에 당신을 만나 당신의 착한 마음씨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기 주장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곧은 심지를 가지고 신뢰하고 화합하면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딸은 연상이므로 누나로서 풍부한 경험과 아름다운 마음씨로 동생에게 충고를 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누나에게 우정에서 우러나오는 염려와 봉사의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두 아이가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서로 도우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움 가운데에서도 우리들의 우정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행복이란 친구와 함께 그것을 나누어 가질 때 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족 말고 어디에서 아름답고 내적인 친구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아들이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훗날을 경계하기 위해서 되풀이하면, 우리들의 죽음에 복수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 page 517

아이들과 관련될 때 비로소 '행복'이 연결되었던 그녀.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두 아이들을 통해서일 뿐입니다."

라고 한탄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동안 그녀를 수식했던 말들.

허영과 음모의 대명사, 욕정의 화신,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그 어떤 수식어보다 '한 인간'으로써 관심과 이해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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