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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4
김성미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8월
평점 :
북극곰 출판사에서 출간된 '김성미 그림책 <돼지꿈>을
둘째 아이 반에서 읽어 주었어요.
아이들과 책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표지 그림을 보면서 왜 돼지꿈일까?를 물었어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돼지꿈이 궁금했거든요.
전 돼지꿈 꾸면 로또 사고 싶다고..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이랑 아이들이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르겠죠??
아이들은 돼지가 나오는 꿈이어서 돼지꿈이 아니냐고..
돼지 풍선을 들고 있는 아이가 돼지꿈을 꾼 거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긴 추석 연휴 네 살 막내와 함께 <돼지꿈>을 여러번
봤어요.
표지그림의 아이가 웃고 있어서 왜 웃을까?
라고 물었더니,
돼지가 되었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좋아서 웃고 있다고
하네요.
음.. 책을 읽어 줬는데, 그림에 대한 설명을
안해줬더니...
그래도 돼지로 바뀌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 온 걸 찾아 낸
막내 기특하다 칭찬해 주었답니다.
우리 막내에게 '넌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부엉이가 되고 싶다네요.
왜 부엉이가 되고 싶을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입고 있었던 옷에 부엉이가 그려져 있었거든요..
부엉이 옷을 입고 있어서 부엉이가 되고 싶답니다.
부엉이를 좋아해서 그렇다고..
부엉이는 나무에 앉아 있고, 날개도 있고, 밤에 잠을 안자도
된다고...
속제목에 그려져 있는 그림..
처음엔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창문으로 배웅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인다.
어스름 짙은 시간 집을 나서는 아이..
아이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학교는 왜 가는 걸까?
하품하는 아빠와 한숨 쉬는 아이.
학교는 왜 가는 걸까?
배우러 간다는 큰아이.
딸아이 반에서는 어떤 답이 나왔었더라..
공부하러 온다는 아이.
친구들과 놀러 온다는 아이도 있었던 것 같다.
글자 없는 그림..
아이들은 그림만으로도 일상을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한테 혼나고, 형들한테 혼나고, 수업시간에 옆에 친구거
보고...
싸우고, 벌 받고, 급식은 맛없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1학년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졸거나 딴짓하지는 않는다는 것..
학교가 끝나면 더
바빠진다.
학교가 끝나면 왜 더 바빠질까? 물으니,
방과후 가야 하고, 피아노 학원 가야 하고, 영어학원 가야하고,
태권도 학원 가야하고..
학교서 공부하고, 수업 끝나고 공부하고, 집에 가서도
공부하고...
정말 바쁜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는 올 초만 하더라도 바빴다.
수업 끝나면 피아노 학원 가고, 피아노 끝나면 태권도
가고..
큰아이는 수업 끝나면 방과후 가고 태권도 가고..
그러다 두 아이들이 모두 한 주 태권도를 쉬게 되었다.
그 후, 태권도학원을 끊고 나니..
큰아이는 방과후가 있는 날 빼고는 도서실에서 맘껏 책을 보다
집에 온다.
울 딸은 피아노 끝나고, 배우고 싶었던 방과후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논다.
태권도 학원 한 군데만 줄였을 뿐인데, 아이들에겐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노느라 바쁜 아이들...
꿈을 생각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
딸 반에서 책 읽어 주면서 꿈이 뭔지 물었더니,
여기저기서 자기 꿈을 이야기 해 준다.
선생님, 축구선수, 발레리나, 군인, 경찰....
우리 딸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지금은 꿈이 늘었다.
미술선생님, 피아니스트...
울 아들의 꿈은 그림작가였다. 요즘은 하고 싶은 게 더 많이
생겼단다.
그래서 고민이라고..
난,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면 되지. 꼭 꿈이 하나 일 필요는
없잖아?
의사이면서 책을 쓴 사람도 있고, 여행을 하면서 책을 쓰고,
카페를 하면서 책을 팔기도 하면서 책을 쓰기도 하는 사람들도 있어.
재무상담사 일을 하면서, 강연도 하고, 책도 내고 하신 분들도
있거든. 엄마 지인 중에...
돼지다!
돼지가 돼서 실컷 놀고
싶다.
놀란 아인슈타인, 베토벤, 김구, 링컨....
눈물 흘리는 세종대왕...
딸 아이 반에서 그림 속에 인물이 누구인지 알겠느냐고 물었더니,
집에 위인전이 있어서 다 안다는 아이도 있고,
누군지 모르겠다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세종대왕, 이순신은 알고 있는 아이들...
흐뭇해 하는 아이와 상반되게 고개 숙인 엄마.
몇 개월 전, 학부모 교육을 하셨던 김판수 교수가 보여 주었던
영상이 떠올랐다.
아이의 꿈을 응원한다는 엄마들에게,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
바뀌었다며 이야기 했을 때 보였던 엄마들의 반응.
이제 1학년인데..
돼지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자신들도 돼지가 되어서 실컷 놀고 싶다고...
돼지가 되어서 행복했는데...
돼지가 되어도 학교에 가야하고, 학원에 가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아빠와의 일탈.
그 안에서 아이는 행복했고..
다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학교 가는 길..
아이와 아빠를 배웅하는 엄마가 돼지가 되었다.
뒷면지를 보면,
여전히 하품을 하는 아빠와 아이.
그런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돼지로 바뀌어 있다.
책을 보며, 많이 웃기도 했지만,
맘이 편치 않았다.
무엇을 위해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는 것일까?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림작가를 그린 아이.
이 아이의 꿈은 그림작가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한 아이.
그래서 아이의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