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경청
김주현 지음, 오승민 그림 / 만만한책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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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냥 걷기 시작한 돌멩이와 엉뚱한 단어 수집가인 코끼리, 두 친구는 오늘도 어디로 걷는지도 모른 채 길을 함께 걸어가지요. 그러다 사막에서는 혼자 지내는 사막여우를 만나지요. 코끼리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지만, 사막여우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멀찍이 떨어져 서 있어요. 처음엔 그저 까칠하다고 생각했지만, 돌멩이와 코끼리는 곧 알게 되지요. 사막여우에게는 그렇게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걸요.


코끼리와 돌멩이는 계속해서 걸으며, 말보다 꼬리로 마음을 전하는 고양이들을 만나고 대화 방식이 달라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음을 깨닫지요. 또, 다리가 많다는 이유로 “징그러워!”라는 말을 듣고 상처받은 송충이와는 서로 다른 겉모습 속에 깃든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련곰탱이’라 불리며 속상했던 곰에게는 위로와 응원을 건네며 마음을 다독여주었지요. 이렇게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귀 기울이면 진짜 마음이 들린다는 걸 배워가지요.


저는 사막여우와 코끼리의 첫 만남이 특히 마음에 남아요. “친구 따위 필요 없어!”라며 외치는 사막여우와, “너무 귀엽다!"라며 한걸음에 다가가는 코끼리. 두 친구의 온도 차는 마치 우리가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의 마음을 닮았지요. 사막여우에게는 ‘두려움’이, 코끼리에게는 ‘호기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마음들은 모두 진심이었지요. 그 진심이 부딪히고, 멀어지고, 다시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는 ‘적당한 거리’가 결국 ‘관심과 존중의 거리’임을 알려주었지요. 커다란 말보다 커다란 귀로 들어주는 일, 적당한 거리보다 ‘부드러운 거리’로 다가가는 용기가 중요하다는걸요. 사막여우와 코끼리의 관계는 듣는다는 것이 단순히 ‘귀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상대의 두려움과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움직임’이라는 걸 보여주었지요.


코끼리와 돌멩이의 여정은 친구 관계에서 생기는 오해와 다름,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경청’의 힘을 따뜻하게 들려주지요. 돌멩이는 손도, 귀도 없지만 누구보다 코끼리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주지요. 그 마음 덕분에 코끼리는 ‘까칠한 경계’, ‘오톨도톨한 사랑’ 같은 단어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 가고 있어요.


다른 모습, 다른 언어, 다른 거리감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귀를 기울이는 두 친구의 여정은 저에게 묻고 있어요.

“나는 지금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건 얼마나 큰 위로일까?”

결국, 말보다 마음으로 듣는 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의 시작임을 전해 주고 있지요.


‘외로운 경계 / 오톨도톨한 사랑 / 납작한 무례 / 뱅글뱅글 복수 / 가지가지 아름다움 / 포슬포슬한 죽음 / 커다란 경청’ 이렇게 사랑스러운 챕터 제목들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지지요. 아이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단어들이 가득해요. 사과, 친절, 죽음처럼 명사로만 표현하지 않고, 그 앞에 형용사를 붙여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냈지요. 아름다운 사과, 새침한 친절, 까칠한 다정함, 떠들썩한 냄새… 익숙한 단어들이 새롭게 느껴지지요. 단어 하나 덧붙였을 뿐인데 말의 맛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요. 하지만 그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어 하나, 마음 하나를 더 소중히 다루고 싶어지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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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박사는 괜찮아!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8
장은주 지음 / 북극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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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름다운 산호를 연구하는 문어 박사는 어느 늦은 밤, 무지갯빛 산호를 찾아 다시마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요. 그러나 뜻밖에도 상어와 마주치게 되고, 가까스로 도망쳐 집으로 돌아오지만 다리를 네 개나 잃고 말지요. 갑작스러운 사고에 문어 박사는 깊은 상심에 빠지지요. 예전엔 여덟 개의 다리로 뭐든 척척해내던 자신이었기에 낙심이 더 컸지요. 문어 박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주저앉아 있지 않았어요. “하나씩 천천히 해 보자. 조금 느려도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문어 박사는 조금씩 용기를 내어 다시 시도하기 시작했지요. 친구들의 따뜻한 응원과 도움 속에서 산호 연구도 다시 시작하고, 서서히 자신을 되찾아가지요.


문어 박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회복’이라는 말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다리를 잃고 상심한 문어 박사는 예전처럼 빠르게,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지요. 하지만 천천히, 조금씩,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 속에서 다시 자신을 세워 나갔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걸,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어요.


문어 박사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의 모습 같아요. 누구나 예상치 못한 상처와 시련을 겪지요. 그럴 때마다 “이제는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시간과 마음, 그리고 곁의 사람들이 다시 길을 열어 주지요. 다만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기회는 다시 오는 것 같아요.


완벽했던 나를 잃어버린 순간, 그 공허함과 두려움 속에 멈춰 설 때가 있지요. 그러나 문어 박사는 자신을 탓하지 않았어요. 다리를 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어요. 그 모습이 참 단단하고도 용감했어요. 삶은 완벽해야만 빛나는 게 아니라,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걸 이 책은 말해줍니다. 바닷속 문어 박사처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다시 길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인 건 친구들의 존재였어요. 거북이, 해마, 불가사리… 그들이 건넨 다정한 말과 손길이 문어 박사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되었지요. 결국 함께라서 가능한 회복, 그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느꼈어요.


책을 덮고 나면 ‘넘어져도 괜찮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바뀌지요. 완벽함이 아닌 용기에서 비롯된 힘, 그것이 문어 박사가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큰 가르침이었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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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아작 손톱 올리 그림책 61
이현영 지음 / 올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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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고


호호는 뭐든지 잘 먹는 아이지만, 손톱까지 오독오독 깨무는 버릇이 있지요. 처음엔 별일 아닌 듯했지만 손톱이 점점 짧아지고 보기가 흉해지자 부끄러움이 커져요. 특히 좋아하는 친구 슬아 앞에서는 손을 감추게 되지요. 부모님이 밴드를 붙이고 식초를 뿌려도 소용이 없어요. 하지 말라 하면 괜히 더 해보고 싶은 게 우리 마음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네가 그렇게 손톱을 잘 깨문다며?” 하며 마녀가 나타나요. 과연 호호는 손톱 깨물기를 멈출 수 있을까요?


그림책을 펼치면 먼저 들려오는 소리, “아작아작!”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바로 호호가 손톱을 깨무는 소리지요. <아작아작 손톱>을 읽다 보면 웃음이 먼저 나요. “손톱을 먹는다고?” 싶다가도, 어느새 ‘나도 그럴 때 있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마음,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잖아요.


“네가 그렇게 손톱을 잘 깨문다며?” 하고 등장하는 마녀의 말투부터 어쩐지 웃음이 나요. 무섭다기보단, 장난스럽게 놀리는 느낌이에요. 마녀가 손톱 깨물기 응원단이라니! 상상만 해도 웃기지요. 게다가 마녀 손톱 뒤에는 세균이 자라고, 발톱까지 뜯는 프랑켄슈타인, 못생긴 손톱을 망토로 가리는 드라큘라, 거기다 붕대를 칭칭 감은 미라까지 등장하니 이쯤 되면 웃음이 터지지요.


하지만 호호는 그 순간에 멈춰 서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이건 진짜 내가 싫다’는 마음이 생긴 거지요. 그리고 그 마음이 바로 ‘자존감’의 시작이에요. 손톱깎이를 들고 싹둑 잘라내는 장면은 작은 승리의 순간처럼 느껴지네요. 깔끔해진 손끝처럼 마음도 한결 산뜻해지고, 좋아하는 슬아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요.


<아작아작 손톱>은 단순히 ‘손톱 깨물지 마!’라고 잔소리하는 책이 아니에요.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보다 ‘이제는 내가 다르게 해볼래’라는 결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에요. 호호의 변화는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각에서 비롯되지요. 작지만 중요한 선택을 통해 자기 안의 용기를 발견했어요.



특히 뒤표지의 해골 바코드까지 책 구석구석 놓치면 아까운 장난기 가득한 디테일이에요.

이런 디테일, 꼭 놓치지 말고 봐야 해요. 이 책의 유쾌함은 면지와 바코드까지 ‘아작아작’ 씹히니까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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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네 동네 이야기 (출간 25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한이네 동네 이야기
강전희 지음 / 진선아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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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아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낡은 기와집과 오래된 간판들, 그리고 좁은 골목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까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껴져서 골목마다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저 골목 어딘가에서 한이와 똘이가 뛰어놀고 있을 것 같아요.



그림책 읽기




"똘아, 우리 밖에 나가서 놀까?" 오늘은 어디로 가 볼까?

어, 노랫소리다. 흔들 목마 할아버지가 오셨나 봐."




"우리 같이 목마 탈래? 정말 재밌어! 똘아, 어디 가는 거야? 거기 서!

똘아, 기다려!"




"놀이터 쪽으로 간 거 같은데... 똘아!"

'분명히 이쪽인데...., 어디로 갔지?'



그림책을 읽고


한이는 강아지 똘이와 함께 골목으로 나섰다가, 달아나 버린 똘이를 찾아 동네 곳곳을 헤매기 시작하지요. 집 앞 골목에서부터 작은 슈퍼, 우체국, 놀이터, 그리고 소방서가 있는 큰길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이 한이의 눈에 들어와요. 매일 지나던 길에도 피어난 꽃과 펄럭이는 태극기, 멋진 불자동차와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까지 한이는 익숙한 동네 속에서 처음 보는 세상을 발견하지요. 해가 지고 어둑해진 골목길, 똘이를 찾지 못하고 지친 걸음으로 돌아오던 한이 앞에 똘이가 꼬리를 흔들며 나타나요. “똘아, 다음부터 꼭 나랑 같이 다녀야 돼!”


인트로 부분에서 한이네 집 옥상에서 내려다본 동네와 걸음을 따라 구석구석 바라본 동네는 전혀 다른 곳이네요. <한이네 동네 이야기>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동네’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이 새삼 다르게 느껴져요.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얽히며 살아가는 방식’을 아이의 시선을 따라 보여주었지요. 책장을 넘길수록 한이의 시선이 멀리 닿고, 동네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져요. 좁은 골목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을의 구석구석을 찾아가며 마을 전체로 넓어졌지요. 이야기는 그렇게 점점 살아 움직이고 있지요.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시선의 변화’예요. 늘 다니던 길도 아이의 눈으로 보면 새롭고, 어른의 눈에 익숙한 풍경마저 다시 빛나지요.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같은 공간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마음을 읽게 하지요.


그림 속 장면들은 멈춰 있지 않아요. 한이가 골목으로 나오는 첫 장면에서 오토바이로 기름을 배달하던 아저씨는 다음 장면에서 기름을 집 안으로 옮기고, 또 그다음 장면에서는 다른 길로 향하지요.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분식을 먹고 있었다면 다음 장면에서는 태권도장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페이지마다 시간이 흐르고, 인물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지요. 처음엔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이, 다시 보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세탁소 앞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던 아저씨가 그 세탁소 주인이고, 마지막 장면의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는 합정동 사무소 직원 같아요. 모두가 그림 속 어딘가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같지요.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가는 풍경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들이 돌아온 것 같아요. 2001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한이네 동네 이야기>가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이유는, 그 속에 ‘사람’과 ‘함께’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인지, 25년의 시간이 흘러도, 골목 어귀엔 여전히 따뜻한 하루가 머물러요.





- 25년의 세월은 담은 그때 그 골목, 오늘의 색으로 -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이웃의 지붕이 오순도순 겹쳐 모인 풍경이 많았어요. 지금의 한이네 동네는 아파트가 더 들어서고 도로도 많이 넓어졌지요. 모습은 달라져도 그 속의 이웃들은 변함없이 정을 나누며 정겹게 살고 있답니다. 이 그림책 속에서 마을의 옛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작가의 말’에서)


2001년 처음 세상에 나온 <한이네 동네 이야기>는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세대와 세대를 잇는 따뜻한 그림책이지요. 2012년에는 개정판이 출간되었고, 2025년에는 출간 25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새 옷을 입고 돌아왔어요. 이번 리커버 특별판은 한이네 골목의 정겨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색감은 더욱 깊고 세밀한 디테일이 살아 있어요. 오래된 벽돌집과 골목길, 사람들의 하루가 한 장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 강전희 작가님의 그림책 -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대학교 예술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였습니다. 골목 산책과 따뜻한 세상 살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첫 그림책 <한이네 동네 이야기>,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와 함께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습니다. -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아래 링크는 진선아이에서 소개하는 강전희 작가님의 그림책 이야기이지요

https://m.blog.naver.com/jinsun150/223772870572



<50번 고속 도로 환상 여행> : https://blog.naver.com/shj0033/223557321674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한이네동네이야기 #진선아이 #강전희 #50번고속도로환상여행 #한이네동네시장이야기 #그림책 #익숙한풍경속새로움 #따뜻한하루가머무는곳 #그골목오늘다시걷는다 #시선의변화 #골목그림책 #함께사는이야기 #그림책추천 #그림책읽는어른 #그림책읽는투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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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수 있을까? - 층간 소음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주로 지음 / 한림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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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선명한 노란색 배경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문틈마다 고개를 내민 동물들에게서 묘하게 불편한 기운이 느껴지네요. 불만도, 화도 아닌데 어쩐지 날이 선 공기가 감돌아요. ‘잘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바라보니 노란빛이 점점 더 시끄럽게 번지는 듯해요. 잠들지 못하는 이 밤, 저마다의 이유로 깨어 있는 이웃들의 표정이 보이네요. 과연, 이 중 누가 가장 먼저 잠들 수 있을까요?





그림책 읽기




잘 수 있을까?

도저히 못 참겠다.




아래층이에요. 너무 시끄러워요. 조용히 좀 해 주세요.

그럴 리가요. 나 혼자 살아요. 보실래요?




아... 지네시구나.

난 아니니까 위층으로 가 보세요.




그림책을 읽고


“아래층이에요.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지하 301호 공벌레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지요. 결심 끝에 위층으로 향했는데… 신발이 가득한 집, 하지만 혼자 산다는 지네. 발이 많을 뿐, 진짜 혼자였어요. “난 아니에요. 위층으로 가 보세요.” 터덜터덜, 공벌레는 다시 위층으로 향하지요. 지하 101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소음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공벌레의 잠을 방해하는 이웃들을 보며 ‘이유 없는 소음은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나 역시 같은 생각으로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요. 내가 낼 땐 괜찮고, 남이 내면 불편한 소리. 며칠 전 밤 12시 넘어서 들린 세탁기 소리에 잠을 설쳤지만, 그 시간에 세탁기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었겠지요. 나 역시도 소음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완벽히 조용할 순 없는 순간이 있듯이요.

공벌레의 잠을 방해하는 이웃들을 보며 ‘이유 없는 소음은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나 역시 같은 생각으로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요. 내가 낼 땐 괜찮고, 남이 내면 불편한 소리. 며칠 전, 밤 12시가 넘어서 들린 세탁기 소리에 잠을 설쳤지만 그 시간에 세탁기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었겠지요. 나 역시 소음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완벽히 조용할 순 없는 순간이 있듯이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묘하게 ‘우리 집 이야기 같네’ 싶은 순간이 찾아와요. 공벌레가 한밤중에 “조용히 좀 해 주세요!”라며 위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새 마음 한쪽이 콕 찔리더라고요. 지네는 발이 많고, 개미는 식구가 많고,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아야 하고, 매미는 칠 년을 땅속에 있다가 겨우 세상으로 나와 칠 일 안에 짝을 찾아야 하지요. 모두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어요.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자기 리듬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그게 누군가에겐 시끄러움이 되고 불편이 되지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세상”인 거예요.


노란 배경의 표지는 밝지만, 그 안의 세계는 꽤 현실적이에요. 우리가 사는 도시처럼 늘 뭔가 들리고, 움직이고, 부딪혀요. 결국 <잘 수 있을까?>는 층간 소음 이야기를 빌려 ‘공존’과 ‘이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는 너무 쉽게 “위층 때문이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도 누군가의 위층이 될 수 있다는 걸 잊고 살 때가 많지요.


이야기의 끝에서 공벌레의 아랫집에서 “조용히 좀 해 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와요. 처음엔 피해자였던 공벌레가 어느새 누군가의 위층이 되어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뒤표지에 적힌 문장,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작고 하찮지만 오늘은 쉬고 싶다.” 그 한 줄이 모든 걸 말해주지요.

누구나 누군가의 위층이 되고, 누구나 누군가의 소음이 되는 세상. 그래도 오늘은, 잠시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


밤은 조용하지 않아요. 도시는 언제나 웅웅거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의 소리를 내며 살아가요. <잘 수 있을까?>는 그 소리들을 잠시 멈추고, “그래도 괜찮아. 다들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잖아.”라고 말해주는 책이에요. 어쩌면 진짜 ‘잘 자는 법’은 세상을 완전히 조용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마음의 귀를 다정하게 여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소리가 나쁜 건 아닐 거예요. 문제는 ‘소리’가 아니라, ‘듣는 방식’이겠지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위층이자 아래층으로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오늘 밤, 조금은 다정한 귀로 이웃의 소리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앞면지의 공벌레의 집, 지하 301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뒤면지에는 지하 301호에서부터 지상으로 이어진 나무 위의 501호 꼭대기 층까지의 공간이 단면도로 펼쳐져 있어요. 층마다 다른 소리와 삶의 리듬이 한눈에 들어오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공벌레의 집보다 더 아랫집도 있어요. 와~ 정말 밤은 조용할 틈이 없네요.

노란빛 속 문틈 사이로 이어지는 방들은 마치 우리가 사는 도시의 축소판 같아요.




- <잘 수 있을까?> 초기 스케치 -



분명 개미와 딱따구리와 애벌레가 깨워서 밤새 <잘 수 있을까?>를 만들었어요. 그 소리에 또 누군가는 잠을 못 잤을지도요. 밤은 조용하지 않아요. 오해입니다. <잘 수 있을까?>는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주로 작가님의 SNS 스토리 속에는 2024년 작업 당시의 어마어마한 양의 더미북과 초기 스케치들이 남아 있었어요. 노란 표지 사이사이로 아직 형태가 완성되지 않은 캐릭터들이(개미와 딱따구리, 애벌레) 밤마다 깨어나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장면이 그려지네요. 작가님 다음 이야기를 천천히 기다릴게요.


주로 작가님의 SNS : https://www.instagram.com/jjuropipe




- 층간 소음에 관한 그림책 모음 -



층간 소음을 다르게 바라본 그림책들을 함께 모아봤어요.

다른 그림책 속에서도,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지요.

시끄럽지만 따뜻한 세상,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될 거예요.

소리와 함께 사는 일, 그건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지요.


층간 소음, 소음 그림책 모음 : https://blog.naver.com/shj0033/224021933372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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