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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트라우마 - 우리 아이 마음의 상처 읽기와 치유하기
배재현 지음 / 에코포인트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트라우마의 기준은 주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무엇인가 정말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때만 그게 트라우마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어렸을 적 기억에 엄마가 마루에 앉아 숨 죽여 울고 계셨다. 그게 아마도 내가 네살 쯤..
어렸을 적 일들은 대부분 무의식 속에서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삼십년이 더 지난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그 장면이 나에겐 참 충격적이었던 거 같다. 엄마가 그렇게 앉아 울고 계셨던 것은 태어난지 일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은 모르셨다. 나도 부모님도 그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기에..
그렇게 서로 같은 아픔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가슴에 묻은채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난 죽음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던 거 같다.
내 아이의 트라우마도 나처럼 그런 큰 상처를 보듬어 줄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보게 되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지난달 친정엄마께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산소에 모셨다. 아픈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나처럼 기억을 할 거라는 생각에 의식없이 의료기구에 의존해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봐 줄 사람이 없어서 어린 아이들을 다 데리고 산소까지 갔었다. 시신을 묻는 것, 그리고 슬프게 우는 사람들..
어쩌면 내 아이들도 그 장면을 평생 기억하며 힘들어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 기억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며, 우리 아이들이 조금 일찍 그 일을 접한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었다. 탄생도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게 있었다.
바로 트라우마는 받는 사람 기준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기준으로는 별일도 아닌데 아이는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놓쳤던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기고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말을 했었고,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은 좋아하는 친구들이 없다는 말을 했었다.
왜 그럴까 궁금해 물으면 별 대답이 없고, 선생님들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서 그냥 넘겼었는데..
가끔씩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었다. 그래서 그저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친구들을 가끔 만나게 해 주는 정도로 끝냈었는데..
우리 아이가 친구들의 놀림을 받아 힘들어했다는 것을 우연치 않게 알게 되었다.
그 때서야 아이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왜 그 때 선생님한테 얘기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이제 53개월 된 아이가 하는 말이
"이르는 것도 나쁜 거잖아요. 그래서 말 안했어요. 친구들이 놀렸을 때도 울지도 않았아요. 슬펐지만, 참았어요."
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멍해졌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참 많이 컸구나 싶으면서도 아이의 상처를 제대로 보듬어 주지 못했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아이가 어리광을 부릴 수 있게 받아줬더라면 힘들다고 말했을까?
남편과 나는 아이들에게 좀 엄한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쉴 곳이 없었나보다. 남편과 참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껏 우리가 별 일 아니라고 넘겼던 일들이 아이 입장에서는 별 일 아닌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편과 나는 아이를 혼내기 보다는 칭찬해 주기로 했다.
작은 관심만 보였더라도 아이가 그렇게 혼자서 힘들어 하지 않았을텐데라는 미안함이 들었다. 더 늦지 않게 아이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반드시 기억하자. 아이들은 응급 상황일수록, 다급하고 불안할수록, 부모의 표정과 태도에 민감하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p.89)
아이가 문제 행동을 반복하는 '원인'을 먼저 알자(p.119)
어쩌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은 아이가 내 표정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과 아이가 보이는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