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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동시 읽기 ㅣ 천천히 읽는 책 4
권정생 동시를 사랑하는 안도현과 열아홉 사람 엮음 / 현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권정생//동시/현북스/천천히 읽는 책/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엄마 엄마 우리 엄마
현북스 출판사 천천히 읽는 책은 급하게 책장을 넘기던 습관이 있는 아이들에게 읽게 해 주면 좋을 거 같아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23/pimg_7513501531211212.jpg)
권정생 동시..
??
의문이 들었어요.
권정생님하면 떠오르는 강아지똥, 오소리네 꽃밭 등 널리 읽힌 그림책과
몽실언니 등 청소년 소설도 꽤 많으신 분이시죠..
그런데 그 분이 쓰신 시를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었더라고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23/pimg_7513501531211210.jpg)
작가의 얼굴을 보면, 작품 속의 주인공을 닮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 같아요.
권정생님 모습을 보고 전엔 오소리네 꽃밭의 오소리를 연상했었는데,
무엇보다 그 분 작품 중 강아지 똥이 전 좋더라고요.
별 볼일 없이 흔한 꽃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마음 따뜻한 분..
권정생님의 사진을 뵈니, 참 선하신 분이시구나 싶어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23/pimg_7513501531211208.jpg)
차례를 살펴 보았어요.
여는 글을 비롯해
운동화, 다람쥐, 바다와 하늘, 방물 장수 할머니, 쑥절편, 구만이, 몽당연필, 결핵1, 밭 한 뙤기, 개울물, 민들레 이야기, 진달래 꺾어 들고, 가을 ㅎ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감자, 엄마 엄마 우리 엄마 꽃밭이라는 시가 있어요.
같은 시를 다른 분들의 느낌으로 만나 볼 수도 있네요.
쑥절편은 도종환님과 백창우님,
밭 환 뙤기는 서정홍님과 주중식님,
운동화는 김은영님과 송재찬님,
개울물은 신재섭님과 안도현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어 처음 만나게 되는 권정생님의 시도 궁금하고, 그 시를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네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23/pimg_7513501531211207.jpg)
천천히 읽으면서 권정생 선생님이 쓴 동시를 여러 어른들이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자기 삶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바랍니다.
동시는 세상을 새롭게 보고, 새롭게 느끼고, 새롭게 깨닫게 해 줍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시는 우리를 그런 동시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사람이 스스로 사람답게 사는 길,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길, 사람이 다른 식물이나 동물같은 생명체하고 함께 사는 길, 생명이 없는 물건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마음과 생각을 보여줍니다. - 여는 글 중-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권정생님의 책들을 만나 봤어요. 그리고 그 분의 삶이 참 궁금했고, 그 분을 한번쯤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이미 만날 수 없는 분이지만..
그 분과의 추억이 있는 분들이 글을 쓰셨다는 생각에 그 분과의 추억이 있는 분들이 부러워지네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23/pimg_7513501531211204.jpg)
동시라고 하면 아이들 상대로 쓰인 시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조금은 유치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이 시를 접하고는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 한참을 멍하니 있게 되더랍니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세상의어머니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걸까
한평생
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
배고프셨던 어머니
추우셨던 어머니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 산고갯길
바람도 드세게 휘물아치던 한평생
그렇게 어머니는 영원히 가셨다.
먼 곳 이승에다
아들 딸 모두 흩어 두고 가셨다.
버들고리짝에
하얀 은비녀 든 무명 주머니도 그냥 두시고
기워서 접어 두신 버선도 신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혼자 훌훌 가셨다.
.
.
.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문득 궁금해졌어요.
엄마는 행복하셨을까?
내 기억 속에 엄마는 배고프셨고, 고되게 일만 하셨죠.
조금 편해질만 하셨을 땐, 몸이 아프기 시작하셨고..
그렇게 병마와 싸우다 하얀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 한자락 홀연히 삶을 마감하셨어요.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열 흘 간의 치열한 싸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 한번 뜨지 않고, 말 한 마디 내뱉지 않고,
그 어떤 말도 듣지 않고, 그렇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만드셨죠.
그래서 그런지, 이 시를 읊조리면서, 눈에 나도 모를 눈물 방울이 맺히네요.
지금은 행복하실까??
이젠 아프지 않으시겠지??
미안하다는 말도, 감사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그 어떤 말도 마음껏 하지 못해 그저 저려 오는 가슴을 부등켜 안고 꺼이꺼이 울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
그럼에도 이젠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던 시간들...
그래도 여전히 그리운 엄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23/pimg_7513501531211200.jpg)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온달같이 고운 엄마
고생고생 살던 엄마
불쌍 불쌍 우리 엄마
좋은 반찬 나를 주고
나쁜 반찬 엄마 먹고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좋은 옷도 못 입고서
고생고생 살던 엄마
불쌍불쌍 죽은 엄마
엄마 엄마 무덤가에
꽃 한송이 피어 있네.
엄마같이 야윈 얼굴
꽃 한 송이 피어 있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처럼 읊조리면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시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이 시를 백창우님이 노래로 만들었네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백창우님이 만든 노래를 들었었는데..
그 분이 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만들고 계셨다는 것은 몇 해 전에 알았다죠.
그 분이 만든 노래가 책에 실려 있어요.
직접 노래를 듣고 싶네요. 그러면 엄마 생각이 더 날까요?
그 동안 못 찾아뵈었던 엄마 산소에 들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