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싫어하는 당신에게
최성진.엄지 지음 / 현정(도서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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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하다. 책을 싫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쓴 책(논리적 모순까진 아니라도, 효과적 차원에서 모순적인 느낌은 든다)이라는 말일까? 맞다. 정말로 이 책의 저자들은 책을 잘 잃지 않는, 어쩌면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당연히 책읽기는 그렇게 나쁘거나 지루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재미있는 일(‘유익한’ 보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뉘는데, 내용상으로는 두 개의 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첫 장은 책과 어지간히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 조언으로, 책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필요하고, 어렵고 두꺼운 책보다 표지가 마음에 들고 재미있을 것 같은 책부터 보자는 등, 독서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조언이 실려 있다.


두 번째 장은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열두 권의 책이 간략한 감상과 함께 소개되어 있고, 세 번째 장은 그보다 조근 독서 난이도가 높은 아홉 권의 책 소개가 실려 있다. 합치면 스물한 권의 책인데, 어쩜 내가 읽은 읽어본 책은 한 권도 보이지 않는다. 책 소개를 보면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싶은 책 몇 권은 킵해 놓자.



작고, 내용도 그다지 많지 않다. 후반부의 책 소개가 전체의 3/4을 차지하니 정말 내용이 적긴 하다. 뭐 그마저 애초에 책을 안 보려고 하는 사람에겐 읽기에 귀찮은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새해도 되었으니 모처럼 독서계획을 세워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정도의 책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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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그리스도인 - C. S. 루이스를 통해 본 상상력, 이성, 신앙
김진혁 지음 / IVP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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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 하나는 C. S. 루이스에 관한 책들로 채워져 있다. 한 칸은 루이스가 직접 쓴 책이고, 나머지 칸들은 루이스에 관한 책들로 채워져 있는데, 다시 루이스의 신학과 사상에 관한 연구서, 루이스라는 개인에 관한 연구서로 나뉜다(여기에 나니야 연대기와 그 관련 책들이 또 구분되어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이 둘 중 어디에 넣어도 상관이 없을 만한(다른 말로 하면 구분해 꽂기 곤란한) 책이다. 책의 전반부는 루이스가 회심에 이르기까지의 개인사를 훑어가면서 각 시점에서 루이스의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반부는 루이스가 제안했던 신학적 관점을 크게 상상력과 신화, 이성과 도덕법, 신앙과 성경이라는 세 가지 묶음으로 설명한다.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일 것 같다. 물론 홍종락 번역가나 최근엔 박성일 목사 같은 분이 루이스 관련 책을 몇 권 보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관련 서적 대부분은 외국 저자들이 쓴 책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을 보면 일단 괜히 반갑다.


뭐 내용만 좋다면 외국 저자들의 책들도 좋은 번역자의 도움을 받아 유익을 얻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나라 말로(물론 좋은 글쓰기 능력으로) 쓴 글만 할까. 더구나 루이스의 사상이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게 아닌 수준이니, 잘못 번역하거나 어색한 문장들이 출현하기도 하니까.


물론 이 책의 장점이 단지 우리말로 쓰였다는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루이스의 주요 사상을 훌륭하게 정리하고 있는 저자는, 단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사이의 빈틈을 예리하게 찾아낸다. 예를 들면 성경관에서 루이스는 특유의 성육신적 적용을 통해 인간의 글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저자는 그게 폭넓은 지지를 받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는 루이스의 논리전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저자의 지적도 수긍할 만하다.


여기에 중간 중간 ‘더 생각할 거리’라는 이름으로 저자가 관련 주제를 좀 더 풀어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 또한 좋다. 루이스의 글만을 읽어갈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루이는 잘 알지 않는가. 루이스의 현란한 글 솜씨를...) 포인트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 앞선 글의 내용을 좀 더 쉽게 풀어주기도 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루이스의 사상을 모두 캐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의 일생에 관해서도 좀 더 자세하게 담고 있는 책들도 있고, 루이스의 사상의 한 부분만을 따로 떼서 연구하거나, 그의 작품을 분석한 책들도 있다. 이 책은 조금 더 쉽게 루이스 읽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데 그 중요한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루이스의 대표작인 “순전한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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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3 레볼루션 - [할인행사]
래리 워쇼스키 외 감독, 키아누 리브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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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eyes).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부터, 영화는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한다. 인류가 현실이라고 보고 있는 것들은 일종의 환상이고, 진짜는 그 너머에 있으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존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처럼 보였다.


1편의 말미에서 주인공 네오는 비로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간파할 수 있는 눈을 얻게 된다. 이제 그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그런 네오를 능가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2편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져서,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된 스미스 요원조차도 그저 물량공세만 할 수 있었을 뿐 네오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세 번째 영화의 말미에서 네오는 그 눈을 잃는다. 조금은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들은 오히려 그렇게 눈을 잃은 네오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은 이제 어떤 논리적 개연성보다는 일종의 상상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이 장면에서 그는 매트릭스 속 세계가 아니라 실제 세계에 속해 있었고, 시력을 잃은 후 빛과 같은 모습으로 사물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니까.





흥미로운 건 그렇게 눈을 잃은 네오가 기계들의 군주 격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마음(기계에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을 움직이고, 결국 인류를 구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눈을 잃음으로써, 그는 다른 것이 아닌 가장 진실한 것만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온갖 것들이 우리의 눈을 유혹하고, 그렇게 시선을 뺏김과 동시에 우리의 마음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을 보면서, 때로 눈을 감는 게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울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는 사람들이니까(고후 4:18).

 




인간 vs 기계.


영화의 세계관은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이미 1, 2, 3편을 통해서 충분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감독들이 만든 프리퀄 애니메이션인 “애니매트릭스”를 보면 좀 더 자세히 나온다.

 

좀 더 편한 삶을 위해 만들었던 로봇 중 하나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면서 인간들은 관련 모델 전부를 폐기하기로 결정한다. 많은 로봇들이 증오의 대상이 되어 파괴되었고, 간신히 피한 로봇들은 외딴 자기들만의 나라를 세우는데 태생적인 장점 때문에 급속히 발전을 한다. 이후 인간들과 정식으로 교류를 시도하지만 이에 위협을 느낀 인간들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멍청한 인간들은 자기들을 파괴하는 무기까지 사용해버렸고, 결국 살아남은 로봇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결국 영화 속 인간들이 처한 상황은, 그들이 자신들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대했던 로봇들이 일종의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반격한 결과였다. 특히나 영화 속 배경이 그토록 어두웠던 건, 기계들이 태양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를 차단하겠다고 인간들이 하늘에 뿌린 검은 구름 때문이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레오와 트리니티가 탄 전함이 그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서 만난 밝은 세상은 그 선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자업자득이라는 건데, 생각해 보면 우리도 주변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멸시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어리석은 존재는 영화 속에만 있지 않겠다 싶다. 차별의 대상은 우리보다 약해서 학대를 받아도 반격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일 텐데, 그들이 언제까지나 ‘우리보다 아래’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일지도 모른다.


 




열흘 만에 세 편의 영화를 모두 봤다. 조금은 빠듯했는데, 왜 1편이 가장 유명했는지를 알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사실 2, 3편은 1편에서 벌여 놓은 신박한 이야기를, 익숙한 방식으로 수습하고 있다는 느낌. 자, 이제 4편을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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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에게 깊은 연민을 품고 있으면서도 

현대 산업사회의 시스템과 구조, 사고방식이 

오늘날 나타나는 갖가지 균열과 붕괴에 

사실상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일터에서 신앙의 원리를 삶으로 구현해 내는 과제는 

소소한 상징적 제스처를 취하고, 

특정한 행동들을 절제해서 자기 의를 드러내며, 

이 시대를 풍미하는 문화적이고 법률적인 이슈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통일된 입장을 보이는 수준으로 격하된 듯했다.


- 팀 켈러, 『팀 켈러의 일과 영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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