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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그리스도인 - C. S. 루이스를 통해 본 상상력, 이성, 신앙
김진혁 지음 / IVP / 2020년 7월
평점 :
내 책장 하나는 C. S. 루이스에 관한 책들로 채워져 있다. 한 칸은 루이스가 직접 쓴 책이고, 나머지 칸들은 루이스에 관한 책들로 채워져 있는데, 다시 루이스의 신학과 사상에 관한 연구서, 루이스라는 개인에 관한 연구서로 나뉜다(여기에 나니야 연대기와 그 관련 책들이 또 구분되어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이 둘 중 어디에 넣어도 상관이 없을 만한(다른 말로 하면 구분해 꽂기 곤란한) 책이다. 책의 전반부는 루이스가 회심에 이르기까지의 개인사를 훑어가면서 각 시점에서 루이스의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반부는 루이스가 제안했던 신학적 관점을 크게 상상력과 신화, 이성과 도덕법, 신앙과 성경이라는 세 가지 묶음으로 설명한다.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일 것 같다. 물론 홍종락 번역가나 최근엔 박성일 목사 같은 분이 루이스 관련 책을 몇 권 보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관련 서적 대부분은 외국 저자들이 쓴 책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을 보면 일단 괜히 반갑다.
뭐 내용만 좋다면 외국 저자들의 책들도 좋은 번역자의 도움을 받아 유익을 얻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나라 말로(물론 좋은 글쓰기 능력으로) 쓴 글만 할까. 더구나 루이스의 사상이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게 아닌 수준이니, 잘못 번역하거나 어색한 문장들이 출현하기도 하니까.
물론 이 책의 장점이 단지 우리말로 쓰였다는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루이스의 주요 사상을 훌륭하게 정리하고 있는 저자는, 단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사이의 빈틈을 예리하게 찾아낸다. 예를 들면 성경관에서 루이스는 특유의 성육신적 적용을 통해 인간의 글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저자는 그게 폭넓은 지지를 받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는 루이스의 논리전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저자의 지적도 수긍할 만하다.
여기에 중간 중간 ‘더 생각할 거리’라는 이름으로 저자가 관련 주제를 좀 더 풀어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 또한 좋다. 루이스의 글만을 읽어갈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루이는 잘 알지 않는가. 루이스의 현란한 글 솜씨를...) 포인트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 앞선 글의 내용을 좀 더 쉽게 풀어주기도 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루이스의 사상을 모두 캐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의 일생에 관해서도 좀 더 자세하게 담고 있는 책들도 있고, 루이스의 사상의 한 부분만을 따로 떼서 연구하거나, 그의 작품을 분석한 책들도 있다. 이 책은 조금 더 쉽게 루이스 읽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데 그 중요한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루이스의 대표작인 “순전한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