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3 레볼루션 - [할인행사]
래리 워쇼스키 외 감독, 키아누 리브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eyes).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부터영화는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한다인류가 현실이라고 보고 있는 것들은 일종의 환상이고진짜는 그 너머에 있으며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존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처럼 보였다.


1편의 말미에서 주인공 네오는 비로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간파할 수 있는 눈을 얻게 된다이제 그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그런 네오를 능가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이런 분위기는 2편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져서엄청난 능력을 갖게 된 스미스 요원조차도 그저 물량공세만 할 수 있었을 뿐 네오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세 번째 영화의 말미에서 네오는 그 눈을 잃는다조금은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는데감독들은 오히려 그렇게 눈을 잃은 네오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사실 이 부분은 이제 어떤 논리적 개연성보다는 일종의 상상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이 장면에서 그는 매트릭스 속 세계가 아니라 실제 세계에 속해 있었고시력을 잃은 후 빛과 같은 모습으로 사물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니까.





흥미로운 건 그렇게 눈을 잃은 네오가 기계들의 군주 격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마음(기계에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을 움직이고결국 인류를 구했다는 점이다어쩌면 눈을 잃음으로써그는 다른 것이 아닌 가장 진실한 것만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온갖 것들이 우리의 눈을 유혹하고그렇게 시선을 뺏김과 동시에 우리의 마음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을 보면서때로 눈을 감는 게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바울이 말한 것처럼우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는 사람들이니까(고후 4:18).

 




인간 vs 기계.


영화의 세계관은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이미 1, 2, 3편을 통해서 충분히 알려진 내용이지만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감독들이 만든 프리퀄 애니메이션인 애니매트릭스를 보면 좀 더 자세히 나온다.

 

좀 더 편한 삶을 위해 만들었던 로봇 중 하나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면서 인간들은 관련 모델 전부를 폐기하기로 결정한다많은 로봇들이 증오의 대상이 되어 파괴되었고간신히 피한 로봇들은 외딴 자기들만의 나라를 세우는데 태생적인 장점 때문에 급속히 발전을 한다이후 인간들과 정식으로 교류를 시도하지만 이에 위협을 느낀 인간들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되는데이 과정에서 멍청한 인간들은 자기들을 파괴하는 무기까지 사용해버렸고결국 살아남은 로봇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결국 영화 속 인간들이 처한 상황은그들이 자신들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대했던 로봇들이 일종의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반격한 결과였다특히나 영화 속 배경이 그토록 어두웠던 건기계들이 태양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를 차단하겠다고 인간들이 하늘에 뿌린 검은 구름 때문이었다영화 후반부에서 레오와 트리니티가 탄 전함이 그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서 만난 밝은 세상은 그 선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자업자득이라는 건데생각해 보면 우리도 주변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멸시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어리석은 존재는 영화 속에만 있지 않겠다 싶다차별의 대상은 우리보다 약해서 학대를 받아도 반격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일 텐데그들이 언제까지나 우리보다 아래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일지도 모른다.


 




열흘 만에 세 편의 영화를 모두 봤다조금은 빠듯했는데왜 1편이 가장 유명했는지를 알 것 같은 느낌도 들고사실 2, 3편은 1편에서 벌여 놓은 신박한 이야기를익숙한 방식으로 수습하고 있다는 느낌이제 4편을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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