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첫걸음
임민영 지음 / 좋은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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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이름만 들어도 뭔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의 결과물(“작품”이라는 말을 모두에게 붙이고 싶지는 않다)을 보고 난해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 책은 나처럼 미술에 별 조예가 없는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간략한 이해를 제공하고,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다.


먼저 현대미술이 과거의 미술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선 현대미술은 다양한 미술적 실험들(인상주의, 입체주의, 야수주의 등등)의 결과물이다. 근대의 이런 미술적 실험은 중세미술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기도 했는데, 중세까지의 미술의 특징은 작품을 의뢰하거나 후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실험들은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었고, 크고 위대한 것에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주제가 변화하고(인상주의), 보이는 그대로의 구도마저 벗어나며(입체주의),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강렬한 색체를 도입한다(야수주의). 아마도 그 최종 진화(?) 단계에는 아예 형태를 없애버린 추상미술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작가의 자기의식의 표현이 중심에 있다. 쉽게 말하면, 그냥 내가 이걸 이런 생각을 담아 만들었고 하고 내 놓으면 그게 곧 미술적 결과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 자체에서 뭔가 이해하기 보다는, 그것을 만든 작가의 머릿속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감상하는 건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뒤샹이 내어 놓은 소변기다. 1917년 뉴욕의 한 상점에서 구입한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품한 것. 많은 사람들은 이를 앞서 언급한 미술 개념의 전환(미술가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서 미술가의 머릿속을 관람해야 하는)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여긴다.


다만 여기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애초에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현대미술은 보는 사람이 “스스로 느끼고 즐기는 것”이고, “꼭 작가의 의도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면, 우리가 굳이 소변기를 “작품”이라며 떠받들 필요도 없지 않냐는 것이다. 애초에 소수의 이너서클의 멤버들이 서로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는 동안, 일반인들의 공감을 얻긴 했을까 싶다. 뭔가 있어 보인다는 느낌은, 다분히 그들이 만들어 낸 모습은 아닌지.





며칠 전 제주에 있는 한 미술관에 다녀왔다. 물방울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작가였는데, 신문지 위에 그린 리얼한 물방울이 흥미롭게 보이긴 했다. 다만 그 의미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림 옆에 쓰인 해설을 읽지 않으면 그냥 잘 그린 정물화 정도의 느낌이다. 그러면 우리가 보는 건 그림일까, 해설글일까.


작가야 뭐든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다. 다만 그걸 보는 사람에게까지 뭔가를 느껴야 한다고 강요만 하지 않으면 된다. 애초에 형태마저 흩어진 결과물에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무리에 가깝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서 현대미술은 글이 아닌 도구로 쓴 글처럼 느껴진다. 이전의 작가들이 자신의 기술과 생각을 보여주었다면, 현대미술 작가들은 자꾸 설명하고 (가끔은) 가르치려고 하는 느낌이다. 물론 그게 보는 사람의 코드와 맞으면 신이 나겠지만, 미술에 대한 정의부터, 그 가치와 영향력과, 내용까지 온통 자기들끼리만 추켜세운다는 느낌을 주면 점차 일반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지는 않을까.


아무튼 현대미술에 대한 두려움을 확실히 없애준 책. 간략한 설명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에도 좋다. 리뷰는 좀 까칠하게(?) 쓴 듯하지만, 나같은 문외한에게 딱 맞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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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전통을 지키는 것과 오늘의 현실에 응답하는 것은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앞선 세대의 헌신을 존중하면서도 익숙한 관습을 말씀 앞에서 돌아보는 일. 말씀에도, 현실에도 충실한 교회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새롭게 해야 할 것을 함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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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들 - 개정3판
아브라함 J. 헤셸 지음, 이현주 옮김 / 삼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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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고 정통적인 유대교 신학자는 보수적 기독교 신학과도 꽤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사실 신학적 자유주의는 개신교회 안에만 있는 건 아니다. 유대교 가운데서도 자유주의적 입장에 속한 학자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글들은 대개 지루하기 그지없다. 워낙 다양한 흐름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개신교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윤리를 강조하는데, 윤리적이고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살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데 왜 유대교가 나와야 하는지를 억지로 연결하는 느낌이랄까.(이건 기독교 자유주의도 마찬가지고)


사실 이 책의 저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에 대해서도 잘은 모른다. 하지만 이 두꺼운 책을 읽어가면서 왠지 그에게서 ‘우리’와 비슷한 향기가 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리처드 마우가 쓴 한 책의 제목과 같은 “톱밥향기”와 비슷한. 오늘날 기준으로는 조금 투박해 보이지만, 훨씬 더 오래된 정통과의 연결, 그리고 한 차원 높은 통찰.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면, 책 어디에도 예수 그리스도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뿐.





1부에서는 간략하게 예언자가 누구인지를 설명하고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미가, 예레미야, 하박국 등으로 이어지는 주요 예언서들의 내용을 분석한다. 다만 주석책과 같은 느낌은 아니고, 그 역사적 정황과 그 안에서 경험했을 예언자들의 특별한 경험과 반응 등이 주가 된다. 말미에는 징벌과 정의라는 예언의 주된 주제를 간략히 고찰한다.


2부에서는 예언서를 좀 더 외곽에서 바라보면서 떠올릴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들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들은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고, 영감을 받고 예언을 하는 과정은 어떤 모습이었을지(황홀경, 무아지경과는 어떻게 다른지), 자주 등장하는 강한 분노와 징계의 정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이 다양하게 설명되어 있다.





주제 하나하나가 흥미로울뿐더러,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관점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예언자들에 대한 심리분석이나 정신분석 타령이나 하는 가볍디가벼운 현대주의자들의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 소위 비평적인 주석들에서는 묻거나 잘 다루지 않는 예언자들의 영감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 그리고 정경적 관점에서 보는 예언자의 사역 등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별히 2부의 여러 내용들은 따로 영상으로 만들어 보고 싶을 정도.


앞서도 말했듯이, 보수적인 신학을 가지고 있는 개신교인들에게도 구약의 예언서들을 읽어가는 데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부족한 부분(예를 들면 예수 그리스도적 기준 같은)은 또 다른 책으로 보충하면 될 일이고. 조금 두껍다는 것이 난점이긴 한데, 이런 책은 한 권 끼고 조금씩 간식 허물어 먹듯이 곱씹어 가며 읽으면 좋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책을 읽느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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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기억하길 바라는 것은 이윤의 결과 면에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들보다

조금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은 타락의 영향 아래 있고,

그 안에서 형성된 문명에서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타인을 보고 그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사람은

오직 자기 이익만 보며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을

결과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 손성찬, 『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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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없는 사회 - AI시대, 사회적 위기
한병철 지음, 정창호 옮김 / 간디서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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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교수의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다분히 표지 때문이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콤팩트하면서도 비비드한 컬러의 표지를 안고 있는 철학책을 발견하고서 흥미가 생겼고, 여느 철학책과 달리 일단 다들 얇아서 좋았다. 뭔가 거창한 체계를 세우기보다는 특정한 주제에 집중하면서 여기저기서 소총(짧은 문장) 사격을 하는 느낌이라 읽기에도 편하다.


여기에 또 한 가지, 한 교수의 책이 갖는 흥미로운 장점이 있는데, 바로 주제가 지극히 현대적이라는 점이다. 오늘 우리가 살면서 보고, 듣는 수많은 현상들이 책에 그대로 옮겨지고, 그 안에서 저자 나름의 통찰을 보여준다. 책은 얇지만 항상 읽어 볼만한 내용들이, 그것도 피부에 와 닿는 주제들로 구성된 따끈따끈한 요리를 제공한다.





이번 책의 주제는 “존중”이다. 대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고, 시급한 주제다. 우리는 조롱을 칭송하고, 가짜뉴스에 슈퍼챗을 쏟아 붓는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는 사람들이 모두 점잖고 예의 바르게 살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제는 그런 무례함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나 용기를 보여주는 수단처럼 사용하는 모습들이 너무 자주 보인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늘었다. 맹자는 인간의 네 가지 선한 마음 중 하나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수오지심)을 꼽았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맹자가 오늘날 인터넷 댓글을 조금만 읽어보면, 여기는 짐승들이 섞여 사는 곳이구나 할 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시선은 단순히 개인의 책임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책에서 먼저 지적하는 건 성과사회라는 구조다. 오늘날 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지에 따라 평가받는다. 좋은 대학을 나왔는지, 돈은 얼마나 벌었는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라갔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할 존중이, 경쟁에서 이겨야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보상으로 바뀌었다는 것.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작된 대사지만, 이제는 정말로 어떤 사람들을 (그가 남들보다 재산이 적고, 학력이 딸리고, 사회적 권력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개, 돼지로 보는 시선을 드러내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심지어 그런 차별에 항의하는 사람에게, 그러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 그랬느냐는 식의 핀잔까지 돌아간다. 공부를 잘하는 목적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자격을 얻는 데 있었던가.


문제는 이런 경쟁에서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누군가는 뒤에 서게 된다. 그런데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더해 사회적인 모욕까지라면, 그 안에 쌓이는 감정이 온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소외와 굴욕이 사회의 분열과 공격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어쩌면 이 부분은 오늘날 거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극우의 부상과 혐오주의를 설명해 주는 핵심 키워드일 지도 모르겠다.


물론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다만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상한 개인 하나를 찾아내는 것으로 끝내버리면, 비슷한 일이 왜 반복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외에도 소셜미디어에 관한 언급(“소셜 미디어는 방자한 행동을 포상하고, 그런 행동이 오히려 더 많은 이목을 끈다”)이나 존중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지적(“존중도 시간을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는 존중을 위한 시간이 없다.”)도 날카롭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즈음 우리 사회의 가장 위태로운 폭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정치에 관해서도 저자는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의견과 정체성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면서, 특정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결국 토론은 사라지고 맹렬한 싸움만 남는다고 말한다.


후반부의 정중함과 권위에 관한 논의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저자는 솔직한 감정만을 진짜라고 여기는 태도가 인간관계를 지탱하는 형식들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한다. 기분이 나빠도 인사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을 가려서 하는 일이 꼭 가식일까. 오히려 그런 형식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의 기분에 매번 휘둘리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감정을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것을 솔직함으로 포장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그 비용은 대개 주변 사람들이 치르게 된다.


익숙한 풍경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짧고 단정적인 문장들이 이어지는 만큼, 복잡한 현실을 너무 간명하게 정리해 버리는 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다. 또 앞서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ㅡ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별도로 고민해야 하고.


그래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차리게 해 준다는 것만으로 이런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더 많은 성과를 내라고, 더 빠르게 반응하라고, 다른 사람에게 밀리지 말라고 재촉하는 사회에서, 잠시 멈춰 상대를 바라보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이니까. 우리에게 정말 시간이 없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시간은 아깝다고 여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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