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남겨두고 가는 그 어떤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루이스는 삶의 마지막에 접어들면서 이런 신념을 갖게 된다.


- 데빈 브라운, 『C. S. 루이스의 생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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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판사란 무엇이며, 판결이란 무엇인가
손호영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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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다양한 판결문들을 보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도와 의미들, 놓치기 쉬운 뉘앙스 같은 것들을 읽어내는 책이다. 판결문을 일종의 콘텐츠로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다. 보통 사람들에게 판결문은 대체로 무미건조하고, 한없이 길게 늘여 쓰는 나쁜 문장의 전형 정도로 느껴지곤 하는데,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확실히 좀 다르게 보이기도 하나보다.


총 3부로 나뉜 책은 각각 진실, 설득, 이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저자는 판결문을 쓰면서 판사가 집중했던 부분에 따라 판결문을 이렇게 분류한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판결을 내리면서 어찌 별 생각이 없을 수 있을까. 우선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그렇게 내린 판결이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와 닿을 수 있도록 설득도 하고, 그 한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며 보충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여기에 저자가 뽑아놓은 판결문들에는 그런 판사들의 고민이 엿보인다.






보통 때라면 이런 책을 보면서, 판사들의 인간적인 면을 살짝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간단하게 평을 하고 말 것 같은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렇게 우호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최고재판소라고 하는 대법원의 대법관들이 이전에 선고해 왔던 얼토당토않은 판결들이 드러나면서 사실 한가하게 그들을 볼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국회에도 자주 나와 입장을 표명하는 법원행정처장은 CCTV에 뻔히 보이는 접대 받고 있던 법무부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또 다른 대법관은 버스 기사가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의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는 대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는 사건 기록을 다 살펴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스스로 입장까지 발표했으니 뭐.


물론 판사집단이라는 것도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거대한 키메라의 형태로 되어 있는 건 아니니까, 판사 각자의 생각이 있고 여기 인용되어 있는 것 같은 판결문을 쓴 독특한 판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에는 그 조직만의 문화라는 게 있는 것도 사실인지라, 일련의 막장 판결들이 드러나는데도 그저 입 꾹 닫고 모른 척 하는 모습들만 보여주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권력은 엄청나게 큰데, 그들에게는 선거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지도 못한 존재다. 민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되지 않은 직위에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언젠가 대법관을 역임하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청탁금지법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존재 의의는, 선거에서 다수를 점할 수 없어 대표를 내세울 수 없는 소수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 사법부가 이런 통찰에 귀를 기울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저자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재판정의 모습과 우리가 뉴스로 마주하는 실제 재판정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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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얕은 이념으로 시작한 기후주의가

프리든의 의미로 두터운 이념,

즉 전체론적 이념이 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한 가지 이유는 기후주의가 과학이 제시하는

세계에 대한 일련의 인식론적 주장에 뿌리를 두며,

따라서 전 세계의 보편적 동의를 요구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두터운 이념은 반대를 묵살하고 완전한 충성을 요구한다.

기후주의 이념은 기후 변화를 저지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고귀한 정치적 도전이며,

그 외 모든 것은 이 한 가지 목표에 복종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 마이크 흄,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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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하나님의 존재를

순수하게 이성으로만 증명하지 않는다.

그의 방식은 훨신 더 흥미롭다.

루이스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주장을 앞세우지 않는 대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내면의 경험이

기독교 세계관에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보라고 말한다.

변증가 루이스의 비범한 재능은

인간의 일반 경험에 대해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

특히 그가 한때 열렬히 신봉한 무신론보다

기독교 세계관이 더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능력에 있다.


- 알리스터 맥그래스, 『C. S. 루이스와 점심을 먹는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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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함의 용기 - 나는 수용자 자녀입니다
성민 외 지음 / 비비투(VIVI2)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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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나이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어린 아이에게 부모는 세계의 절반은 차지하는 존재이고, 청소년이 되어서도 그 비중은 크게 줄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어느 날 교도소에 수감된다면, 남겨진 자녀들에게는 어떤 충격이 가해질까. 이 책은 열 명의 수용자 자녀들의 수기를 모은 책이다.(수용자란 확정판결을 받아 수감 중이거나, 미결 상태로 구속되어 있는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여기 나오는 케이스는 대부분 전자인 것 같다.)


책은 부모가 교도소에 들어간 후 남은 아이들의 삶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적지 않은 경우 이미 그 전부터 가정의 유지에 문제가 있기도 했다. 다양한 상처들을 주는 역기능 가정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부모가 결국 범죄자가 되면서 더 큰 충격을 받게 된 아이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우울감과 위축된 자의식이 보인다. 특히나 한 이야기 속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범죄를 겪게 된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 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강력범죄와 달리 사업의 실패 같은 경제사범의 경우 조금은 도덕적/윤리적 가책이 덜어질 수도 있지만(누구나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질 수는 있으니까), 그것도 어린 자녀에게는 별 구분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당장의 넓은 집이 반지하로 바뀌고, 무엇인가에 도전하는데 필요한 비용(예를 들면 학원비라든지)이 부담이 되는 건 아이들도 충분히 눈치 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아동들에게 가장 의지할 수 있고,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할 가정이 무너지면서, 이들이 마음을 두지 못하고 떠도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들 중 하나였다. 그런 아이들을 품어주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이 책은 “세움”이라는 이름의 기관이 이 역할의 일부를 감당해 왔음을 보여주는데, 여기 실린 에세이를 쓴 작가들은 세움의 도움을 받고, 지금은 성인이 되어 또 다른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에 조금 더 공감이 되었던 건, 나 역시 오래 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공장이 부도가 났고, 한 동안 도피생활을 하시다가 결국 잡혀 수감되셨다. 어느 날 집에 오니 아버지의 얼굴이 들어간 현상수배 전단이 수십 장 붙어 있고,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하는 일들을 나 역시 직접 겪었었고, 꽤 오랫동안 어머니가 홀로 집안 생계를 꾸려 가셨던 기억이 있다. 집이 압류되어 몇 달씩 아는 사람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냈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도 그 기간을 잘 버텨올 수 있었던 어머니의 존재가 컸다. 당신은 아직까지도 해 주신 게 없어 미안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지만, 그 시기 새벽부터 나가 일을 하시면서 두 자녀를 키워내신 건 단연 어머니셨다. 덕분에 나 역시 크게 엇나가는 일 없이(주차위반과 속도위반 과태료 두 번이 전부다) 생활해 왔었고.





사실 문학적으로 각 이야기가 잘 쓰였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아마추어 작가인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다들 그 안에 진심을 꼭꼭 눌러 담았다는 느낌이다. 어두운 터널을 잘 통과해 온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 책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혹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면, 이들이 의지했던 “세움”의 문을 한 번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작 알았더라면 나도 뭔가 좀 도움을 더해줄 수 있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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