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 호러 × 제주 ㅣ 로컬은 재미있다
빗물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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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찜해 왔던 책들 중 하나다. ‘고딕’과 ‘호러’와 ‘제주’라는 세 개의 단어가 X표로 연결된 독특한 제목이다. 사실 ‘고딕’과 ‘호러’는 큰 차이가 없는 뉘앙스를 가진 단어이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고딕과 호러 사이의 X와 그 둘과 제주 사이에 놓여 있는 X는 폰트도 다르고 거리감도 좀 있다. 고딕, 호러를 제주에 이식했다는 의미일까.


책은 모두 일곱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제주의 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그 지역들은 서로 겹치지 않고, 이야기도 내용상 연결되지는 않는다.(심지어 마지막에 실린 작품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목차 페이지부터 굉장히 재미있다. 간략화 된 제주도의 지형도를 그려놓고, 각각의 소설이 어느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를 표시해두었다. 마치 RPG 게임의 메인화면에서 다음 탐험할 지역을 선택하는 느낌인데, 실제로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관심이 가는 지역이 있다면 그 부분을 먼저 골라 읽어도 될 것 같다.





작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실제 제주의 역사적 사건들과 이야기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작품인 ‘말해줍서’는 현대의 주인공이 4.3사건 당시로 넘어가서 정부군을 피해 숨어있는 제주인들의 공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외에도 적산가옥에 남아있는 귀신 이야기라든지, 일제강점기 공항과 방공호를 만들기 위해 강제 동원되어 죽어가던 이들이라든지, 유명한 이어도 전설이나, 이재수의 난(신축민란)이나 5.16도로의 괴담 등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제주 지역의 특별한 역사와 사건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풀려나온다.


다만 그 방식이 신박한 건 아니다. 신부가 등장하는 엑소시즘이라든지, 외딴 등대에서 일하면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채용공고라는 설정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전반적으로 인터넷, 유튜브 등에 많이 떠도는 괴담 수준의 느낌이랄까.


여기에 전반적으로 결망에 뭔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꽤 있는데, 이건 비단 단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기에는, 나름 잘 정리된 이야기들도 있으니까. 다만 이런 장르문학도 어느 정도 작품들이 쌓이다 보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작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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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힘은 우리 대부분이 피하고자 하는 결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데 있다.

수도꼭지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이 흘러나오게 해주고,

음식을 먹고 병에 걸리는 일이 없게 해주고,

도로에서 적절한 안전 의식을 갖고 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정부 규제의 덕분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신의 자리가 걸려 있을 때에나 나설 것이다.

……

우리는 우리가 선출한 대표들이 지금 가장 중요한 기술적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며,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투표소에서 그들을 벌할 준비를 해야 한다.


- 롭 라이히, 메흐란 사하미, 제러미 M. 와인스타인, 『시스템 에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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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학부모로 살아가기 - 공부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환호하는 삶
김정준 지음 / 한낮의단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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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흥미로운 기독 청소년 소설을 냈던 한낮의단비 출판사에서,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실 속에서 기독 학부모가 기억해야 할 내용들을 담은 책을 냈다. 책의 저자는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교목으로 일하고 있는 젊은 목사다.


원래 대안학교는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시작된 대안적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대안학교가 또 하나의 고액입시학원이 되기도 한다. 어차피 인가를 받지 않은 경우라면 교육과정에서의 균형 따위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무슨무슨 국제학교니 하는 이름을 붙여놓고 아예 유학전문학원 같은 느낌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여기에 ‘기독’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예배를 몇 번 더하면 기독교 학교가 되는 것처럼 여기기도 하고.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엉터리 개념들을 싹 치운다. 기독 대안학교라면 애초에 운영 방식과 목표, 지향점부터 달라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좋은 기독교적 교육은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부모의 생각도 참 중요하다. 책은 저자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또 학부모들과 함께 씨름하면서 기독교인으로 아이를 키워가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건 이른바 성적(결과)지상주의다. 학생이니 좋은 성적을 거둬서, 이름난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최상의 가치라고 여기는 생각은 이미 우리 사회 뿌리깊은 신화가 되었다. 누가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하면 교회에서도 칭찬이 그치지 않고, 심지어 목회자를 청빙할 때도 학력부터 보는 게 오늘날 교회의 한심한 수준이다.


내가 살고 있는 대치동은(한 구석이다) 그런 성적지상주의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태풍이 불든,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학원으로 향한다. 금요일 오후면 아이들이 단체로 버스에서 내려 주말 내내 학원에서 보내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방학이 되면 아예 지방에서 올라와 숙식을 하며 학원수업에 참여한다고도 한다.


세상이 이럴진대, 스마트폰도, 사교육도 하지 않는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놓고 안심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용기는 바른 앎과 좋은 공동체(에서의 격려)가 필수적인 것 같고.






그리스도인은 모든 자리에서 하나님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책상 앞과 교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여전히 심지어 기독교 출판계 안에서도 복 받아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이런 목소리가 좀 더 커지고 많아진다면 우리의 상황은 조금 더 나아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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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소설에서 종교가 다뤄지는 것이

깊이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무관심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초기 거장들의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그 반동으로 판타지 작가들은

더욱더 종교와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샤나 코히 엮음, 『다시 찾아간 나니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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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노 한 스푼, 찬양 한 그릇 - 반주자 없는 교회를 위한 Suno AI 음악 제작 실무서 ㅣ AI 길라잡이 시리즈 2
이지철 지음 / 세움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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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회의 예배에서 음악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이른바 찬양은 가장 이른 시기의 예배 요소이기도 했고, 오늘날 찬양은 어쩌면 가끔은 설교보다 더 하나님의 말씀을 일상 가운데로 옮겨주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 다만 찬양 역시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 있는 바, 음악적 재능이라든지, 자원이 부족한 경우에는(작은 교회에는) 충분히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AI가 발달하게 되면서 적어도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이 상당히 낮아졌다.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더라도, 대충 느낌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노(SUNO)”가 그 중 하나다. 저자는 이 AI의 사용법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실 이미 챗GPT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의 사용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면, 이런 종류의 대화형 AI도구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수노는 음악을 만드는 데 특화된 서비스고, 작동 방식은 여느 AI 서비스와도 비슷하다. 책에는 프롬프트가 영어로 안내되어 있는데, 리뷰를 쓰기 전에 직접 한 번 제작해 보니 우리말로도 간단한 배경음악 제작이 금세 가능했다. 물론 확실한 결과물을 위해서는 영어로 입력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한 지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저자는 이 도구가 아직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I 서비스의 장점인 개인화된 결과물은, 개별 교회의 사정에 맞춘 찬양을 만들어서 좀 더 효과적인 교육과 공동체 소속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고, 작은 교회들에서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해 보인다.


다만 음악은 음악인지라, 최소한의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하고(책의 내용이 대부분 그걸 설명하는 것들이다), 특별히 이 AI서비스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가진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통역능력’이 필수적으로 보인다.(이건 기술로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해 보이는데, 아직 그만큼 올라오지는 않은 듯. 곧 올라오겠지만) 이 부분에서 조금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앞서 내가 시도해 본 것처럼 우리말(한글)로도 어느 정도 생성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일단 도전하면서 감을 익혀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재미있는 도구를 소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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