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실제 제주의 역사적 사건들과 이야기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작품인 ‘말해줍서’는 현대의 주인공이 4.3사건 당시로 넘어가서 정부군을 피해 숨어있는 제주인들의 공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외에도 적산가옥에 남아있는 귀신 이야기라든지, 일제강점기 공항과 방공호를 만들기 위해 강제 동원되어 죽어가던 이들이라든지, 유명한 이어도 전설이나, 이재수의 난(신축민란)이나 5.16도로의 괴담 등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제주 지역의 특별한 역사와 사건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풀려나온다.
다만 그 방식이 신박한 건 아니다. 신부가 등장하는 엑소시즘이라든지, 외딴 등대에서 일하면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채용공고라는 설정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전반적으로 인터넷, 유튜브 등에 많이 떠도는 괴담 수준의 느낌이랄까.
여기에 전반적으로 결망에 뭔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꽤 있는데, 이건 비단 단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기에는, 나름 잘 정리된 이야기들도 있으니까. 다만 이런 장르문학도 어느 정도 작품들이 쌓이다 보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작가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