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고등학교 2학년인 호야와 서야는 쌍둥이 남매다. 동생인 서야는 오빠인 호야를 단순히 친오빠 이상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고, 호야는 그런 서야의 마음을 알면서도 어정쩡한 자세로 결정적인 상황을 피하기만 한다. 얼마 후 호야는 학교의 다른 친구인 도미와 사귀기로 하고, 서야는 그런 호야를 보며 충동적으로 권투부 주장 일강과 만나기 시작한다.
불안불안한 상황이 좀 더 지속되지만, 결국 서야는 일강과의 관계를 정리하게 되고 얼마 후 임신을 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다. 낙태를 하고 돌아온 호야와 서야. 호야는 복잡한 문제를 잊어버리기 위해서였는지 체육관에 등록을 해 권투를 배우기 시작하고, 마침내 링에서 일강을 만나게 된다.
2. 감상평 。。。。。。。
쌍둥이 오빠를 좋아하는 여동생이라는 설정이 주는 충격 때문일까.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이 중심 소재를 장식하기 위한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어떤 필연적인 이유 따위는 등장하지 않고 그냥 임의적이다. 뜬금없이 권투를 시작하는 남자 주인공의 선택도 좀 의아하고, 그런 남자주인공을 따라 다니는 예쁘장한 여자친구도 그렇고, 서야를 따라다니던 학교 최고의 인기남 일강의 성격도 불분명하다.
뭐 일단 근친 간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등장시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감독이 그걸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풀어나가는가 인데, 이 영화는 그 역시 불분명하다. 호야에 대한 서야의 감장은 어른이 되기 직전의 소년 소녀들의 불안한 심리 때문인가, 그래서 문제는 그런 열병을 앓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말인가, 아니면 진정한 사람에는 과연 국경도, 인종도, 심지어 혈연도 벽이 될 수 없다는 것인가(다만 현실의 벽에 막혀 스스로 포기하는 것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답답함이 있었고, 이는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느껴진다. 그들은 이해가 됐을까?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이 영화에 관한 감상을 쓰면서 동성애라는 주제와 함께 놓고 보려는 흥미로운 글을 보게 됐다. (→ http://wifu.tistory.com/971) 글쓴이는 동성애의 경우는 단지 ‘성적 취향’일 뿐이고,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니 문제시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근친 간의 사랑은 ‘의지에 관한 문제’이므로 경우가 다르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자의적인 기준이 전혀 일관성도, 타당성도 없다는 점이다. 왜 동성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근친 간의 사랑은 의지의 문제라는 말인가?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오빠가 여동생을, 남동생이 누나를 성적인 상대로 보는 것은,(혹 아버지가 딸을, 아들이 어머니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왜 문제인가? 앞서의 글쓴이는 근친간의 사랑은 그것을 금지하더라도 ‘대안’이 많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사랑이라는 게 언제부터 ‘대안’을 생각하며 하는 것이 되었다는 걸까. ‘난 당신 없으면 안 돼’라는 결연한 의지가 사랑 아니던가?
결국 사랑을 그저 온전히 의지나 선택이라는 이유로든, 결정이라는 이유로든 동성애를 정당화하려는 논리는 근친상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게 정직한 전개다. 그 논리 안에선 서로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와 딸을 어떻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영화는 한 없이 헤매고 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모두가 해결된 척 하고 영화를 마친다. 모든 문제는 그냥 서야가 처음부터 마음만 돌렸으면 해결되는 것이었던가? 서야는 왜 마음을 돌렸고, 도미는 왜 호야를 포기하지 못하며, 사귄지 며칠 됐다고 덜컥 임신까지 해버린 건,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기념으로 섹스를 하겠다는 여고생의 당찬(?) 포부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거고, 그냥 가볍게 웃으며 넘어가면 되는 건가.(이 와중에 도미 역으로 나온 엄현경이란 배우는 참 귀엽게 나온다;;;)
소재 말고는 딱히 보여주는 게 없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