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파트의 시작은 20세기 초 조선의 작가들이 쓴 글의 일부를 배치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뉴턴의 시대를 다룬 1부는 이광수의 “무정”의 한 대목으로 시작해, 암울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으로 과학을 통한 “민족 개조”를 주장했던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을 비춘다.
뉴턴에서 정립된 서양과학은 한 마디로 “세계의 수학화”였다. 자연을 양적으로 수량화하고, 이를 수학적 법칙으로 설명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살아있는 것들 또한 단순히 수량적으로만 표현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고, 이 때문에 저자는 뉴턴에게 “무정한 세계”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또, 그렇게 일찌감치 (뉴턴이 17세기 말에서 18세기에 걸쳐 활동을 했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인조 말에서 영조 초에 이른다. 그 시대 우리의 과학 수준은...) 과학을 통한 발전을 이룬 서양은 과학만이 진리의 근원이라는 과학주의에 빠져들었고, 이를 통해 아직 과학적 지식을 갖지 못한 미개인들을 문명화한다는 명분으로 제국주의적 침탈을 합리화했다. 앞서의 “무정”은 그런 서양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복사한 측면이 있었고, 저자는 이를 비판적으로 본다.
2부 다윈의 이야기는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시작해, 다윈의 진화론에서 나온 사회진화론과 여기에 근거해 “미개인”을 살아있는 그대로 전시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던 서양의 여러 나라들과 일제의 모습이 설명된다.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의 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3부에서는 20세기 초 경성의 일상에서 전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에디슨에게로 넘어간다. 분명 과학기술계에 많은 공헌도 한 에디슨이었지만, 저자는 그의 탐욕스러움에서 드러나는 “과학의 가치중립”이라는 신화의 환상을 문제 삼으며, “조선의 과학기술”을 부정하면서 일제가 이식한 수준 이하의 식민지용 과학을 옹호하던 이들을 아울러 비판한다.
아인슈타인을 다룬 4부는 천재 시인 이상과 함께 시작한다. 단순히 시를 잘 써서 ‘천재’라고 불렸다고만 생각했던 이상은, 공부 쪽에도 꽤나 수재에 속해서 조선인들에게 매우 좁은 문만 열어둔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일본인 동기를 제치고)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제의 건축사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한동안 일제의 건축과 관련한 일에 종사하던 그는 자신이 하던 일이 조선의 발전과는 상관없음을 깨닫고 깊은 절망에 빠진 채 총독부에서 나와 쇠약해져 가는 몸을 붙잡고 시를 쓰기 시작했던 것.
저자는 이상의 시 속에서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의 향기를 읽어내면서(물론 이상이 이런 이론들을 충분히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제가 조선을 부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가차 없이 비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