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2018년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흑인 우주인을 달로 보내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달에 도착하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통신은 끊어져버렸고, 우주인 제임스 워싱턴은 달의 ‘뒷편’에서 놀라운 인공구조물들과 함께 적대세력을 만나게 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모두 나치가 사라진 줄 알았지만, 그들 중 일부가 달로 피신해 우주 나치 제국을 건설하고 있었던 것. 달탐사선을 미국이 보낸 첩보선으로 이해한 차기 총통후보 클라우스는 때가 왔음을 깨닫고 마침내 병력을 동원해 지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간만에 재미있는 B급 영화를 본다. 여기에서의 B급이라는 표현이 꼭 수준이 떨어지거나 허술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처음부터 대놓고 온갖 패러디와 (아마도) 오마쥬들이 섞여 있는 과장된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기에, 당연히 표면적인 의미구조와는 전혀 다른 진의를 가지고 진행되는 점이 영화의 포인트.

 

 

 

     궁극의 무기인 괴터대머룽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우주 나치의 컴퓨터가 여전히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듯한 거대한 컴퓨터만을 알고 있는 것도, 그래서 결국 클라우스가 지구에 내려와 가지고 돌아간 태블릿 컴퓨터 하나로 거대한 우주요새가 움직이게 된다는 것 등은 작은 웃음 요소에 불과하다. 영화 내내 실제 나치에서 깊이 연구했고 오늘날에도 일부 정신 나간 집단에서 숭배하는 시답잖은 우생학적 사고를 우스갯거리로 표현하고, 지난 미국 대선 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페일린 전 주지사를 꼭 닮은 영화 속 현직 미국 대통령(역시나 무식하고 충동적으로 그려진다)에 관한 여러 요소들(이를 테면 ‘Yes, We Can'이라는 지난 대선 오바마의 선거 구호를 풍자한 ’Yes, She Can'이라는 구호 등)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꼬는 데 중요한 요소다. 현실세계에 있어서 강대국이란 늘 말로 떠드는 것처럼 세계 평화나 인류 공영이라는 고상한 목표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영달이나 국가의 지배층들의 부를 위해 종종 무모한 일까지 벌이는 집단이기도 하다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만큼 영상이 얼마나 받쳐 줄 수 있느냐도 관건이었는데, 헐리웃의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것도 아닌데 제법 볼만한 그림이었다. 미국 영화의 전형적인 코드나 구성을 따라가지 않았으면서도 나름의 재미를 보여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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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잘 나가는 CF 감독인 상희. 성공을 위해서 결혼을 하고, 뇌물을 주는 건 딱히 그에게 큰일도 아니었다. 여기에 또 하나, 대단한 여성편력까지... 어찌됐건 그의 작전은 성공해 마침내 장인으로부터 대기업 후계자의 자리를 물려받기 직전의 자리에 오른다.

 

    대망의 후계자 지명을 하루 앞두고 온 문자 한 통. 알고 지내던 감독이 보낸 성접대로 알고 단 한 시간 동안의 일탈로 생각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섹스 동영상이 촬영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걸려온 여자의 전화. 앞으로 90분 동안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동영상을 장인에게 보내겠다는 협박.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 상희는 90분 동안 정신없이 뛰어다니지만, 과연 결과가 좋을까?

 

 

2. 감상평 。。。。。。。       

 

     인생을 그렇게 거리낌 없이 방만하게 살아 온 남자가 한 여자에게 잘못 걸려 된통 당하는 이야기. 그럼 이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 걸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에게 걸려온 전화에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상희에게 이입하기엔, 캐릭터 자체가 딱히 불쌍하지도, 그렇다고 절박함도 잘 느껴지지 않고, 그런 상희를 종용하는 혜리의 편이 되기엔 그녀에 관한 정보가 너무 적다. 영화는 그렇게 누구 편에 서기도 어정쩡한 상태로 계속 흘러가는데, 당연히 몰입도가 떨어진다.

 

     여기에 문제는 혜리가 시키는 미션들마저 그다지 진지하지도, 의미가 깊은 것도 아니라는 점. 그녀의 말을 통해서 성상납을 요구하는 남자들이나 그렇게 해서라도 성공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 모두에 대한 냉소를 약간 읽어낼 수는 있지만, 그냥 상희를 고생시키려는 것 말고는 딱히 뭘 위해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는 모든 사태 뒤에 있는 배경이 드러나는 부분이었을 텐데, 영화는 그 기회마저 내차버린다. 아예 모든 걸 알고 있던 상희의 부인이 남편의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꾸민 것이라는 식이었다면, 그리고 이 사실을 오직 관객과 그녀만 알고 있었다면, 그녀를 이용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상희에 대한 일종의 통쾌한 복수로 읽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고작...

 

     뜨는 배우 주상욱의 연기는 딱 그 정도였는데, 영화 속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기 보단, 그냥 주상욱이라는 느낌만 준다. 장미인애의 경우는 뭐.. 열심히 운동은 했는데 연기력은 그닥..

 

     영화가 90분에 끝난 게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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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생활을 하는 유대인들처럼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정상이라 생각하며 안주하고 있다.

삶은 본래 이런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삼분의 이가 가난에 허덕이지만

현대사회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다.

소비재가 넘쳐나는 것도 정상이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 경제성장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것,

주말을 위해 사는 것, 쓰고 버리는 사회,

탐욕으로 인한 급속한 자원 고갈도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 브라이언 왈쉬, 『세상을 뒤집는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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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투자 은행(이라고 쓰고 ‘투기자본’이라고 읽는다)에서 일하던 에릭은 어느 날 갑자기 정리해고 통보를 받는다. 짐을 싸 나가면서 아무래도 자신이 하던 일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그는 부하직원인 피터에게 USB 메모리를 주며 살펴보라고 경고한다. 그날 밤 피터는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하던 중 자신의 회사에서 팔고 있는 파생상품에 심각한 위험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상사에게 보고하지만, 밤샘 논의 끝에 회사의 최고위층에서 내린 결정은 다른 이들이 알기 전에 가지고 있는 상품을 모두 팔아버리라는 것...

 

 

2. 감상평 。。。。。。。         

 

     몇 년 전에 있었던 미국발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회사 고위층의 부도덕한 판단과 결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 양심의 갈등을 느끼는 중간 간부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저 눈앞의 보수만 보고 시키는 일을 다 하던 하급 직원들의 이야기가 그저 몇 개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매매라는 건 반드시 존재하는 걸 사고팔아야 한다. 무슨 선문답 같지만, 세상 돌아가는 게 워낙에 상식적이지 않다보니 이런 상식적인 문답을 종종 강조해야 할 때가 있다. 쌀이면 쌀, 사과면 사과를 파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들은 생산량의 한계가 있기에 당연히 거기에서 벌 수 있는 돈의 양도 제한적이다. 사람들은 현물 대신 ‘가치’를 거래한다는 개념을 발명해냈고, 그게 바로 주식시장이나 선물거래시장이다. 꽤나 오래된 것들이라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지고 있긴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투기자본과 결합하는 순간 기존의 방향과 목적, 그리고 결과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리곤 한다.

 

     게다가 여기에 최근 미국과 유럽의 투기기업들(일단 겉으로는 ‘투자은행’이라는 아주 번듯한 이름을 달고들 있긴 하다)은 새로운 상품을 창조해낸다. 바로 파생상품이라는 것.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문서화 한 채권과 관련된 것인데, 파생상품은 모든 채권에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위험’(쉽게 말해 꿔준 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첨단금융기법’을 동원해 쪼개고 나누고 이어 붙여서 ‘고수익 저위험(상대적으로 처음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의 채권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이 만든 가상의 상품을 신나게 팔아먹기 시작한 것.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 가상의 자원은 어디까지나 실제의 자원에 기반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투기자본들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거품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거품은 진짜 자원의 가치의 수십 배로 커져버렸다. 결국 실제 물건에서 일어난 작은 충격으로도 거품은 왕창 터져버렸고, 그 결과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와 중산층의 삶을 어렵게 만든 금융위기다.

 

     여기까진 충분히 예상도, 그리고 (사후에서지만) 이해도 가능한 것들. 하지만 정말로 놀랄 일들은 그 뒤에 나타났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핵심 결정권자들, 그리고 물주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고 도리어 이후 발생한 금융위기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 말이다. 투입된 정부의 공적자금은 그들의 막대한 보너스를 챙겨주는 데 날려버렸고, 고통은 졸지에 직장을 잃어버린 수 백 만의 사람들 몫이었다.(사실 가장 무서운 건,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를 막론하고 바로 이런 ‘선진금융기법’을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뭐가 됐든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정면으로 지적한다.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존 털트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동요 없이 진실을 감추고 문제의 상품들을 하루 내에 다 팔아버릴 것을 지시해 버리고 자신은 편안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또 엄청난 보너스에 혹한 말단 직원들은 온갖 인맥을 동원해 그 폭탄을 거래처에 팔아넘기는 데 열중하니 딱히 다른 것도 없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처음에는 잠시 양심적 반발을 시도했던 샘 마저도 이 초유의 사태 앞에서 그저 자신의 개가 죽은 것만을 슬퍼할 뿐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돈을 신으로 섬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그들이 신봉하는 교리에 따라 도덕을 버린 지 오래다.

 

     넥타이 매고 비싼 양복을 입고 있다고 해서 늘 고상한 일을 하는 건 아니라는 중요한 교훈. 사실 이건 그냥 깡패, 깍두기 놈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조금 밋밋한 감이 있긴 해도, 생각하면서 볼만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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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전에는 대기업이나 국가 권력을 상대로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평범한 개인들’이 모이고 조직되더니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시민들이 잇따라 독재권력들을 무너뜨렸고, 종종 개별 국가보다 더 넓은 범위에 퍼져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여 요구조건을 얻어내기도 한다. 위키피디아라(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나 리눅스라는 컴퓨터 운영체계는 일부러 조직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힘이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저자는 바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현상들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로 접어들게 되었으며, 기업이나 조직을 운영하는 기존의 방식은 자체유지비용의 증가로 인해 이런 새로운 물결을 궁극적으로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이 새로운 방식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실제 예들을 동원해 길게 설명하고, 그것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약속-도구-합의)을 분석한 후, 이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어차피 불가능하니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적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 감상평 。。。。。。。        

 

     대중에 관한 고전적인 설명 중 하나는 딱히 고상한 취미 없이 일이 끝나면 그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이나 때우는, 복잡한 문제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해 주는 말을 그냥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다.(지금도 이 나라의 어떤 집단은 좀비 운운하며 이런 케케묵은 낡은 관점을 떠벌리고 다니고 있고) 이 책은 그런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그들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설명한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도구들은 이제 널리 퍼져서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되었는데, 바로 그렇게 새로운 기술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시점에서 진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변화는 이제 추진력을 얻었고, 맹렬하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연료를 태우며 날아가기 시작해버렸다. 일종의 전환기가 전 세계적으로는 최근 20여년 내에 (아마 우리나라의 경우는 10여년 내에) 시작된 것인데,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예상했던 내용들과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유력 정당에서 각종 선거의 후보를 뽑는 데 모바일 투표를 이용하게 된 것도 그런 예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정당이나 기업과 같은 고전적인 조직들은 여전히 조직의 유지 자체에 많은 힘을 기울이느라 새로운 기술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 자체에만 주목할 뿐, 그것이 가지고 있는 확장적 의미와 힘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걸로 보이지만. 앞으로 바로 이 부분을 제대로 잡아 이용하는 쪽이 확실히 성공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물론 이 새로운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게 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된 위키피디아나 리눅스 같이 자체정화 능력을 보여주는 집단 창작물이 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각종 범죄를 공모하거나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데 사용될 수도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는 거니까. 인류가 가지고 있는 악의(惡意)의 깊음과 넓음은 늘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곤 했다.

 

     흥미로운 책이다. 조직을 운영하거나 이끌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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