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틈만 나면 엉뚱한 것들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는 소년 이샨. 수업시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니 자연히 성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샨의 눈에는 교과서의 글씨들이 춤을 추고, 수학 시험지의 숫자들은 그를 우주여행으로 이끌고 갈 뿐이었다. 한 눈에 봐도 난독증이 의심되는 그였지만, 엄격한 아빠는 그저 나태하고, 일부러 말썽만 일으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버릇을 고치기 위해 집에서 먼 기숙학교로 보내진 이샨. 하지만 그곳에서 이샨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한 미술 교사 램에 의해 상처가 치유되고, 그만의 장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아이들의 가능성에 대한 밝은 기대로 가득 찬 영화다. 감독은 무조건 더 빨리 앞서 나가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지배적 교육철학에 회의적인 물음을 던진다. 사실 미래가 없다며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그리 특별하지 않은 현상이 되어버린 나라라면 진짜로 암울한 상황이 아닌가.

 

     문제의 원인은 단지 학교 현장이나 교사들의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먹고 살기에 바쁜 부모들은 가정에서 제대로 된 양육을 하지 못하고 있고, 매스미디어를 통해서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기만적인 내용들을 가르치고 있으니까. 게다가 어린 세대들에게 본이 될 만한 지도자나 어른들을 찾기도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 철학이다. 해방 이후 충분한 고민 없이 어쭙잖게 수입한 미국식 실용주의 교육이론은 성공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결과적으로 이기적인 인간 군상들만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고 이익이 되는가 만을 가르치는 데 거기에 어떤 희망이 있을까.

 

 

 

     영화 속엔 인도식의 낙관주의적 세계관이 깊이 반영되어 있다. 뭐 그것이 현실세계와 늘 잘 맞아 떨어지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영화 속에서라도 그런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게 흐뭇하다. 인도 현지에서는 영화 개봉 후 실제로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여러 법안들과 지원책들이 마련되었다고 하니까, 영화가 주는 긍정적인 기여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램 선생님 역으로 등장하면서 동시에 감독까지 한 아미르 칸은 영화 ‘세 얼간이’의 주인공 란초 역을 맡았던 바로 그 배우다! 인도에선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진행자까지 맡아 사회적 약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까지 쓰고 있다니 제대로 된 의식 있는 배우다. 또, 주인공 이샨 역을 맡은 아역 배우도 참 능청스럽게 잘 연기를 해 냈다.

 

    좋은 사람과 함께 볼만한 괜찮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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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미래 - 예수의 시대에서 미래의 종교를 보다
하비 콕스 지음, 김창락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대표적인 자유주의 신학자인 저자가 예상하는 기독교(를 비롯한 여타 종교들, 하지만 역시나 주된 초점은 기독교 쪽에 맞춰져 있다)의 미래. 저자는 교회가 약 3세기 까지의 순수한 신앙의 시대를 거치고 로마 제국과 결합하면서 신조들이 더 중요한 믿음(저자는 믿음과 신앙을 구분하려고 애쓴다)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교회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이런 표준화된 제의와 신조들, 성직자들에 의한 체계회가 교회의 본래 모습을 해쳤으며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 주된 원인이 되었다는 것.

 

     저자는 남반구와 제3세계를 중심으로 다시 활발하게 부흥하고 있는 오순절계통의 기독교에 주목하면서, 그들에게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볼 수 있는 신앙 중심의 삶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록 그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될지 아주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성령의 시대’의 주도적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한다.

 

 

 

2. 감상평 。。。。。。。     

 

     믿음과 신앙의 구분, 예수에 대한 신앙과 예수의 신앙의 차이를 강조하는 언설들, 신조를 비본질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형태 등 자유주의 기독교 신학자들이 전형적인 모습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책이다. 뭐 하긴 요즘의 자유주의자들이 읽었던 책들이 다 하비 콕스 같은 분들이 쓴 것들이었을 테니까.

 

 

     과연 믿음과 신앙이 구분될 수 있는 것인지, 예수의 자의식에 관한 자유주의적 주장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결코 쉽지 않으며, 사실 누구도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의 의견이 너무나 당연해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치부하고 내용을 진행해 나간다. 이를 위해 종종 사실관계의 오류까지도 범하면서.(책 속 옮긴이 주에서도 이런 오류들을 몇 군데에서 지적하고 있다.)

 

     결국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철저하게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는 것에 기반 할 수밖에 없는데, 때문에 어떤 역사관을 갖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자유주의에 속한 어떤 분들은 과거에 대해 대단히 단순하고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곤 하는데, 초기 교회 공동체에는 거의 아무 것도 없었고, 그저 예수에 대한 매우 간단하고 분명한 믿음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면 이후의 모든 역사는 그저 원래의 순수하고 순결한 천에 먹물을 튀긴 오염의 역사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물론 역사 속 교회가 교권화되고, 성속 이원론을 받아들여 신자들의 현실 인식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과연 초기 기독교인들은 그토록 단순하고 특별할 것 없는 메시지를 무슨 수로 목숨을 걸기까지 하며 믿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후 교회가 그렇게 많은 문제만 발생시켰음에도 왜 사람들은 (다른 수많은 제도와 신앙들과는 달리) 큰 규모의 거부를 하지 않았는지는 이런 역사적 전제를 가지고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연히 종교의 미래에 관한 저자의 예측 또한 쉽게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저자가 말하는 ‘성령의 시대’는 거의 정의나 한정지을 수 없는, 지나치게 넓은 폭을 가지고 있기에 솔직히 말하면 예측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물론 비판자들의 비난 속에도 옳은 지적들이 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다양한 교회 내 문제들과 과오들은 곱씹어 들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말로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불리기를 원한다면, 초기 예수와 그 주변 사람들이 기대하고 바랐던 것들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타당한 선지자적 외침이다.(89) 하지만 근본주의에 대한 지나치게 단순화된 견해와 자의적인 기준은 보완되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교회의 미래에 관한 좀 더 실제에 가까운 분석과 예측을 얻고 싶다면 필립 젠킨스의 ‘신의 미래’라는 책이 좀 더 좋을 것 같다. 그에 비해 하비 콕스의 이 책은 좀 더 (자유주의) 신학에 치우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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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가 받는 최대의 형벌은

 

그가 진실로 말하고 있어도 남들이 그것을 믿어주지 않는 것이다.

 

『탈무드』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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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미국 사회에서 소비되는 식품 중 상당수가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약간은 불편한 진실을 다룬 영화. 정책적으로 과잉 생산된 옥수수는 각종 식품가공품으로 재생산되어 세계인들의 칼로리 섭취량을 급격히 올려 비만과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들을 일으키고 있고, 나아가 소나 닭 같은 가축들을 좀 더 빨리 살찌우기 위해 사료로 사용되면서 동물들의 건강은 물론 그것을 먹는 인간들에게도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런 ‘음식 주식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 권력을 동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추적한다.

 

 

 

2. 감상평 。。。。。。。    

 

업계는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게 되는 걸 원치 않는다.

만약 알게 되면 먹지 않게 될 테니까.

The industry doesn't want you to know the truth about what you eating.

Because if you knew you might not want to eat it.

 

 

     흔히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이라는 식의 산업구조 구분론에 익숙한 사람들은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은 당연히 1차 산업의 생산물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엔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두거나 험한 바다에 나가 생선을 잡는 등의 전통적인, 자연친화적인 작업들에 관한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낭만적인 이미지는 사실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한다.

 

 

 

     풀을 뜯어야 할 소들은 옥수수 사료로 살을 찌우려는 식품 기업들의 정책으로 인해 정상적인 소화과정에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O-157과 같은 인간에게 매우 해로운 대장균들이 그들의 위 속에서 자라게 되었다. 닭들의 경우는 더 비참하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7주라는 짧은 기간 내에 사료를 통해 급속도로 살찌워진 닭들은, 뼈와 근육이 그 비정상적인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은 몇 발자국 밖에 걸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걸까?

 

     더 싸고, 더 많고, 더 빠르게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 결국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종자에 대한 권리를 독점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자작농들을 끊임없는 소송으로 괴롭히는 행태를 통해 헛된 기대였음이 드러난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열쇠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욕심의 제어다.

 

 

 

 

     전체적으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이 다큐멘터리의 경우 주제가 좀 퍼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무어 식의 블랙 코미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장식 식품 생산으로 인한 질병과 그 피해에만 포인트를 두었어도, 혹은 유전자 조작 종자를 보유한 거대 기업들의 횡포 같은 꼭지에 집중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우리가 수퍼마켓의 스캐너에 상품을 들고 가는 건, 로컬푸드나 아니냐, 유기농이냐 아니냐에 투표하는 것과 같다’는 영화 속 대사가 인상적이다. 어차피 거대기업의 로비와 돈에 지배를 받는 법보다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 일리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조직된 소비자들의 힘이 결국 기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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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여자 친구와 함께 하와이에 여행을 온 레오. 하지만 여친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쉴 새 없이 심술난 얼굴로 불평만을 늘어놓는다. 얼마 후 둘은 헤어졌고, 레오는 학교를 일년 휴학하고 다시 하와이의 그곳으로 돌아온다. 작고 오래된 영화관에서 일을 하며 생활하기 시작한 레오. 어느 날 우연히 심부름을 하다가 젊은 시절 일찍 사별하고 혼자 살아가는, 요리 솜씨 하나만은 최고인 비이의 집에 갔다가 그녀와 친해지게 되고, 비이는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레오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느 날, 레오는 매력적인 아가씨 머라이어를 만나게 되고, 둘은 급속히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비이의 마음은 왠지 편치 않은데.. 하와이의 한 일본인 실버타운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삼각관계(?) 이야기와 함께 비이의 특별한 음식 이야기가 펼쳐진다.

 

 

 

 

2. 감상평 。。。。。。。    

 

    하와이라는 이국적인 환경에, 주로 노인들만 살아가고 있는 작은 마을, 소수의 관광객들만 방문하는 그 마을에서 일 년을 보내기로 한 주인공 레오의 생활을 잔잔하게 따라가는 영화다. 아무 것도 급할 것이 없는 그곳인지라 영화의 흐름은 그리 빠르지 않고 잔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던 이 영화에 변주를 준 것은 비이 할머니의 다양한 요리였다.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이 동원된 그녀의 요리들은 짐짓 황홀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 보니 자연히 죽음이라는 주제도 그리 낯설지 않은 곳. 영화에서는 ‘이 마을에선 죽으면 모두 바람이 된다’는 말로 누구나 겪게 되는 그 일을 담담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제시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내지도, 그렇다고 모든 것으로부터 애써 벗어나려고 애쓰기 보다는,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즐겁게 사랑하며 살아가면 되는 건데, 이게 또 바쁜 일상으로 가득한 도시 안에서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

 

 

 

 

    시원한 하와이의 풍광과 아름다운 밤하늘이 인상적인 영화. 휴가는 이런 데서 보내야 하는데.. 참, 아오이 유우나 후카츠 에리 같은 이름 있는 배우들의 까메오 출연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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