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한밤 중 걸려온 세 통의 전화를 끝으로 딸이 사라져버렸다. 아버지 데이빗 킴(존 조)은 딸 마고(미셸 라)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자신이 몰랐던 딸의 평소 모습을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이 알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의 딸.

     그 사이 경찰의 수사도 시작되었고, 데이빗은 수사 책임자 로즈메리 빅(데브라 메싱) 형사와 함께 조금씩 딸의 행적을 밝혀 가기 시작한다. 작은 단서를 통해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

 

  

2. 감상평 。。。。。。。

     개봉 전부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영화의 카메라 시점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직접 카메라를 배우들에게 들이대는 형식을 취하지 않고, 대신 라이브채팅이나 영상통화, CCTV 속 영상들을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순수하게 그런 영상만 이어 붙여서는 분위기를 내기 어려우니, 적절한 시점에 배경음악은 따로 더했다.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잠깐 했지만, 생각보다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키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는 단서들은 적당한 변주점을 주고, 종반에는 반전까지. 여기에 결말도 마음에 든다. 영상의 형식에 집중하면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에 제한이 생겼음에도, 감독은 또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의 삶이 어떤 영상에 담기고 있다는 건, 약간 섬뜩하기도 하다. 이미 우리나라만 해도 수 천만 개가 설치되어 있다는 CCTV만 해도 무서울 지경이지만. 영화처럼 실종된 사람을 찾아내는 데는 제법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술이란 건 언제나 악한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화려한 액션이나 엄청난 설정 같은 건 없지만, 실종가족을 찾아가는 추적 스릴러로도, 새로운(뭐 이미 일상화 된 상황이긴 하지만) 기술(단지 영상을 이용한 매체들뿐만 아니라 촬영 기술 쪽도 포함해)을 감상하는 맛도 있을 듯하다. 가족애 쪽이 더 인상 깊은 관객도 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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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김봉한 감독, 장혁 외 출연 / 오퍼스픽쳐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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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1980년대 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던 경찰 성진(손현주). 그의 이런 신념을 보여주듯 한 쪽 다리에 장애를 안고 있던 아들의 이름마저 민국이라고 지었다.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발바리를 잡으려고 나갔다가 태성(조달환)을 잡아 조사를 하던 중 그가 살인을 고백하는 걸 듣게 된다.

     때는 전두환 독재정권이 여론의 압박을 심각하게 받던 상황이었고,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은 태성을 연쇠살인범으로 조작하는 공작을 기획한다. (여기에 차출된 것이 바로 성진이었다.) 수사를 진행해 나가면서 의심스러운 부분을 느낀 성진은 가족이나 다름없던 재진(김상호)에 의해 이 사건이 조작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고민에 빠진다.

     그저 평범하게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를 꿈꿨던 성진은, 아들의 다리 수술을 제안하는 그들의 말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2. 감상평 。。。。。。。

     1987년을 배경으로, 그 시절의 분위기를 적당히 가공해 만든 픽션영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실제감을 주지만(장혁이 연기한 규남 역은 예외인데, 독특한 대사 처리 때문에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 모두 가상의 캐릭터들이다. 물론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도 적지 않은데, 추재진 고문치사 사건과 뒤따르는 대규모 시위는 박종철 고문치사를 떠올리게 한다.

     주연을 맡은 손현주는 특유의 약간은 억울한 캐릭터를 잘 연기해냈고, 조연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상호 역시 노련하면서도 의기 있는 기자 역을 훌륭히 연기했다.(은근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리는데, 예전에 영화 모비딕에서도 진실을 파헤쳐가는 기자 역할을 잘 보여줬었다.) 극중 언어장애인으로 나오는 라미란은 대사 없이도 연기를 보여주었고. 다만 장혁이 연기한 인물은 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한데, 그가 어떤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짐작이 되지만, 과도하게 연기톤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니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대사도 많지 않았고, 시종일관 맞는 역할이었던 조달환이었다. 영화를 위해 나름 체중도 많이 줄였던 것 같고, 극 후반 던지는 몇 마디에 담긴 감정이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왔다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제작해, 그리 큰 차이를 두지 않고 개봉했던 영화 1987과는 달리 이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다. 저쪽은 실화를 극화했다면, 이 쪽은 가공의 이야기를 재료로 사용했다는 차이 때문이었던 걸까.

     물론 단지 그런 차이는 아니다. 1987 쪽은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에피소드를 만들며 큰 그림을 그려가는 극적 장치가 훌륭했지만, 이 쪽은 주인공의 고민을 좀 더 중심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의 삶이 망가지는 과정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려는 듯했지만, 이게 썩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 시대적 고민보다는 끝까지 개인적 고민에 빠져있는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한계다.

     또, 두 영화에 등장하는 악역 최종보스의 무게감도 차이가 좀 많이 났다.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던 김윤석(1987)의 캐릭터와 연기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장혁의 묘하게 가볍고 현실감 없는 캐릭터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것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니..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는 작품.

 

 

     영화 전반에 걸쳐, 그 시절 사회를 짓누르던 무거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워낙에 저개발국가 수준이었던 이 나라가 급속도로 성장했던 시기이긴 했지만, 완고한 독재자와 그를 떠받치는 부역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상상하고 꿈 꿀 자유도 없을 만큼 숨이 막히던 시기였다. 물론 자유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어디나 있는 법이라 (사슬에서 풀려도 멀리 도망가지 못하는 길들여진 가축처럼) 여전히 그 시절을 동경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듯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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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잘 나가는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은 젠트리피케이션 집회에서 일어난 사고를 계기로 여론의 주목을 끌고, 단숨에 거대 보수정당인 민국당의 지역구 후보가 된다. 그리고 그의 아내 수연(수애)는 한 미술관 부관장으로 미술관의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이 되려고 애쓰고 있는 중.

     모든 것이 완벽하게 상류사회에 이르는 계단을 오르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풀려나가는 것이 불안하다. 곧 두 사람의 개인적 일탈이 벌어지고, 나아가 좀 더 큰 음모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위기에 몰리고...

     중반을 지나 영화의 후반에 이르면,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지,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2. 감상평 。。。。。。。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노출신으로 잔뜩 홍보를 해두었는데, 그 덕분인지 청불등급임에도 초반 관객이 제법 들었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노출은 여느 성인등급의 영화에 비해 특별히 더 한 것도 없었던 듯하다.(대부분 짐작했겠지만, 수애의 파격노출은 없다. 이런 쪽은 안 찍기로 유명한 배우니까.)

     개인적으로는 홍보의 방향을 잘 못 잡은 것 같지만, (영화의 주제와는 좀 동떨어져 있는데다, 보다 보면 딱히 오래 시선이 머물지도 않는다) 뭐 홍보라는 게 작품성을 알리는 것보단 흥행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최종 흥행성적은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소위 상류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비도덕성을 강렬하게 부각하는데(노출신은 이를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사실 이런 묘사는 이젠 거의 전형화 된 부분인지라 딱히 특별하게 와 닿거나 인상적이지도 않다. 젊은 배우들 위주로 옷을 벗겨 의미 없는 정사신을 억지로 우겨넣는 것도 그렇고.

 

 

   

 

      전형적인 관점에, 전형적인 위기, 이제 전형적인 해결법이 제시되나 싶었는데, 의외로 영화의 결말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파국으로 끝나고 말텐데, 감독은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한 채로 마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두 주인공들에게 필요했던 건 신뢰와 용기였다. 조금은 더 고전적인 해결책을 찾은 셈인데, 오히려 이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만 이야기의 논리적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고, 여기에 사용된 장면들이 딱히 설득력이 있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다. 특히 미술관의 재개관 전시에서 수연이 멋들어지게 떠들어 댄 궤변은 그녀가 정의했던 예술의 세 가지 조건 중 마지막 조건과 꼭 맞아떨어진다. 열을 내며 자신의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 선 단 한 사람의 귀에 그 말이 제대로 들리기는 했을까 싶은.

     장면들이 조각조각 나 있는 느낌이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가 썩 매끄럽지 않고, 트릭은 허접하고, 약간은 억지스럽게 결말을 제시한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아닌 여배우의 몸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영화가 딱히 성공할 것 같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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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9-0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조승우와 함께 나왔던 영화가 있었죠.
명성황후 역을 맡았던가? 거기서 나름 파격적으로 나오던데
그 정도 수위도 안 됐나요?ㅎ

요즘 한국영화 별로더라구요.
은근 걱정입니다.ㅋ

노란가방 2018-09-04 14:5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그 영화는 못 봤네요..ㅋ
노출 쪽은 의도적으로 피하는 배우들이 있지 않습니까. 손예진, 수애 등등.

요샌 와!! 좋다 싶은 영화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변산이나, 공작, 너의 결혼식 같은 영화들은 나쁘진 않았다 싶은 축에 들었던 것 같네요. 제 경우엔..ㅎ
 

 

 

1. 줄거리 。。。。。。。

     뭘 해야 할지 몰라 싸움질만 일삼던 고3 시절, 전학생 승희(박보영)를 만난 우연(김영광)은 한눈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이 다 끝나기도 전에 승희는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우연히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를 시작한 우연은 마침내 그녀를 다시 만나지만, 승희의 옆에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자신이 있을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승희 옆을 맴돌게 되는 우연. 하지만 있어야 할 시간에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는 사이, 우연의 앞으로 봉투 하나가 배달된다.

 

 

 

  

2. 감상평 。。。。。。。

     함께 본 친구 말에 따르면, ‘첫사랑 역할 사기캐릭터 박보영이 출연해 딱 첫사랑 연기를 하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오면 박보영 예쁘다는 말이 딱 터져 나온다. 좀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겹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을 때 가장 멋있는 게 사실이니까.

     영화의 기본적인 얼개나 전개, 그리고 결말까지도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유사한 건 역시 그녀와의 결혼이 아니라 그녀의결혼이라는 결말부.(뭐 이쪽은 제목부터 그러니까 딱히 특별한 스포일러는 아닐 듯) 연애라는 게 첫 눈에 반해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니까. 동화적 결말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상황으로 돌아온, 그러면서도 나름 예쁘게 그리려고 노력한 영화다.

     영화는 깨어진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역시 가장 먼저 드는 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독백. 내가 얼마나 상대를 좋아하느냐보다, 상대에게 내가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진심을 다해 상대를 사랑하면 언젠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대개 실연의 아픔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장은 진실을 한 움큼 담고 있다.

     하지만 또 어디 헤어짐의 이유가 한두 개로 설명될 뿐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람의 숫자가 많은 만큼, 성격도 다양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이유도 다양할 테니까. 이번의 패배 이유를 아무리 잘 복기해도, 다음 번 전투에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건 아닐 게다.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도, 아니 결혼까지 성공했다고 해도, 사랑이란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러 갔지만, 배우도, 스토리도 나름 나쁘지 않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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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회식 후 새벽의 귀가길, 새로 장만한 집에 들어온 상훈(이성민)은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베란다로 나갔다가 아파트 단지 가운데서 살인을 저지르는 놈의 얼굴을 보게 된다. 본능적으로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놈이 자신의 집이 몇 층인지를 세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멈칫한다. 상훈에게는 지켜야 할 아내와 아이가 있었으니까.

     자신이 신고를 하지 않으면 해코지를 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데도 잠잠히 있었던 상훈. 그러나 놈은 조금씩 상훈의 주변을 조여 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위기감은 점점 더해간다.

 

 

   

 

 

2. 감상평 。。。。。。。

     한 때 아파트 단지에 무슨무슨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유행이었다. 전국적인 동향까지는 모르겠지만, 분당 쪽엔 그런 아파트 단지가 제법 많았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탑 속에서 살면서도 마을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정감, 연대감 같은 걸 느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계획이 얼마나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얘기하면 일단 철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옆집에서 무슨 일이 있든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 않던가.

     영화의 포스터는 그런 아파트의 불안감, 고립감을 잘 보여준다. 좁은 아파트 복도 끝 현관을 붙들고 반대쪽을 바라보는 이성민의 모습. 분명 카메라와 이성민 사이에는 많은 문들이 있고, 그 문 안쪽에는 또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만, 그들은 아예 카메라 앵글에서 잘려 있다.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았고, 그런 이웃은 옆에 있긴 하지만 실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거대한 단지 가운데 오직 나만 있다는 자각, 이건 금세 일종의 공황을 일으킨다.

 

 

 

 

     감독은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그런 의도적인 고독, 외로움, 소외감 같은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 애를 쓴다.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서 비명 소리가 들리는데도 누구도 나와 보지 않는 상황, 나아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을 방해하면서 그냥 어서 사건에 대한 소문이 잠잠해지기만을 바라는 부녀회장과 그에게 암묵적인 동의를 표하는 주민들, 심지어 실종된 아내를 찾기 위한 전단을 붙이는 남편을 비난하며 추방하려고 하기까지...

     흥미로운 건 그들이 그런 행동을 했던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대표적인 이익은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었고) 주인공을 비롯한 주민들은 내 가족, 내 돈을 지키기 위해 침묵의 카르텔을 구축했다. 아파트를 마을로 만들려는 시도는 실패했고, 그곳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 이익을 위해 모여 있는 무리가 되어버렸다. 언제라도 뿔뿔이 흩어져 버리는. 일단 흩어져버리면 다음은 각개격파가 남을 뿐.

     그런데 그렇게 자신을 위해했던 침묵과 외면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는 지점에서 주인공의 성격이 비로소 변한다. 주민들이 마치 위험에 처한 타조가 땅 속에 머리를 쳐 박고 적이 자신을 보지 못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사건에 눈을 감고 쉬쉬하는 동안 살인범은 마음껏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었다. 당연하다. 눈을 감고 있는 상대를 다루는 것만큼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눈을 뜨고, (심지어 어린 아이가) 그냥 소리쳤을 뿐인데도 놈은 도망가 버린다.

 

 

 

     공동체와 연대는 흩어진 개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기심에 기초한 사회계약이 아니라, 이타심에 기초한 사회 연대가 공동체를 안정되게 만들 것이다. 이기심은 세우기보다는 파괴하고 흩을 뿐이다. 자유방임의 가치를 추종한 체제는 진작 무너져버렸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연대의 가치를 도입하지 않고 유지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즈음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종주의(혹은 민족주의), 보호(무역)주의, 또 다양한 종류의 혐오는 우리가 사는 이곳을 근본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것도 전 지구적으로. 우리는 눈을 뜨고 함께 나서게 될까, 아니면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깨져 나가게 될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좀 부정적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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