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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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주인공은 아들 크리스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을 가로질러 서해안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 책은 그들이 방문하는 작을 마을들과 길들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서술함과 동시에,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야외 강의’가 반복해서 교차된다.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강의는 파이드로스라는 고대 그리스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그는 합리성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서양의 주류철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모든 것을 그저 분해하고 분류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방식에 반기를 든다. ‘질’에 관한 그의 탐구는 점점 더 극단에까지 이르렀고, 당연히 그의 삶은 현실에 순응, 혹은 적응하기 어려워져버렸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파이드로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파이드로스는 주인공의 과거 모습이었음이 드러난다. 일련의 치료 과정 끝에 과거의 자신(파이드로스)과 결별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 그였지만(그래서 이제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랴. 여행을 하는 내내 주인공은 끊임없이 깊은 생각 속에 빠져 들어간다.

 

 

2. 감상평 。。。。。。。    

 

     제목부터가 묘하다. 동양의 참선이나 가부좌를 틀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떠오르게 만드는 선(禪)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터사이클을 관리하는 것이 어떻게 연관된다는 말일까. 결국 저자는 철학의 관념론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고 있으면서, 모터사이클이라는 기계 뭉치를 관리하는 일 역시 다르게 본다면 그 자체로 어떤 ‘아레테’의 표출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아마도)

 

     책 자체가 다양한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주제가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소위 동양종교들의 유사점들, 즉 전체를 한 번에 보고 본질을 찾아내려는 시도와 직관, 그리고 내부로의 성찰을 통해 진리를 발견하려는 경향 등을 강조함으로써, 이미 강조되어 온 서구의 지성중심의 분석적 진리탐구와의 일종의 조화를 꾀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것이라면 무조건 따라하고 베끼기 바빴던 우리들이나, 합리성의 감옥 안에 갇혀버린 서구의 그들에겐 꽤나 신선함을 주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서구 사람들이 이런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진리 탐구라는 도그마에 빠져버린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길게 잡아도 4백 년이 채 되지 않는, 계몽주의라는 쓰나미가 휩쓸기 이전에는 그들 역시 사물을 찢고 자르기 이전에 ‘전체로서’ 접근하고 이해하려 했던 전통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학 역시 이런 전통의 끝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보면 인류를 일깨우겠다는 야심찬 운동으로 시작된 계몽주의란, 도리어 인류를 그들의 선입관에 가둬버리는 역효과도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아무튼 이렇게 계몽주의 이전의 시대에 대한 이해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면, 그래서 이성의 감옥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그리 놀라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반대로 책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다른 분들이 써 놓은 서평들처럼, 이 책이 ‘인생의 전환점’ 같은 것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뭐 지독한 감기에 시달린 한 주일 동안 출퇴근 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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