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1. 요약 。。。。。。。     

 

     소수파, 반대자로서의 삶을 예찬하기 위해 편지 형식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가상의 수신자와의 대화를 통해 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정의’와 ‘비이성’으로 정의된 기존의 주류 세계에 맞서 싸우는 급진주의자의 삶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또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2. 감상평 。。。。。。。    

 

     소수파, 반대자, 급진주의자, 회의주의자 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디 쉬울까?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주류가 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일단은 사람들의 눈총을 견뎌내는 것, 온갖 음해와 오해, 터무니없는 비난과 악의로 가득 찬, 퍽이나 점잖은 척 강자의 이익을 위해 쏟아내는 평론가들의 비평까지, 세상은 끊인 없이 소수자들의 입을 다물게 만든다. 이런 심리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종종 물리적인 해코지나 손실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일어나니까.

 

     물론 이런 불이익을 감당하면서도 그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면 용기 있게 말하고 외쳐야 할 것이다.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일인가 말이다. 단지 반대자의 삶이 멋있어 보여서, 혹은 태생적으로 비꼬고 반대하기를 좋아해서라는 식이라면 한심한 일이고, 사안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능력이 없어 (실제 현상과는 상관없이) 그저 자기 눈으로 보기에 잘못된 일로 보여서 반대하는 식이라면 그냥 고집일 뿐이다. 여기에 반대를 위해 사안마다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면 그냥 위선자라고 할 수 있다. 반대자라고 해서 늘 옳거나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과연 저자는 어떤 쪽일까? 감상평을 쓰면서 저자의 다른 책인 『신은 위대하지 않다』라는 책을 다시 뒤져봤다. 저자는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리고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종교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러분과 나를 파멸시킬 계획, 인류가 힘들게 얻은 모든 성과를 파괴할 계획을 짜고 있을 것이다.”(29)라며 과대망상적 피해의식을 보여주고 있고, 인도 봄베이의 멋진 건물들을 영국의 식민 통치의 업적으로 추켜 세우고(38), ‘기형아’나 ‘저능아’들이 태어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유산되는 게 덜 슬픈 일이라고 주장한다(321). 심지어 ‘인본주의는 잘못을 사과하고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근간을 이루는 불변의 신념체계를 뒤흔들거나 거기에 도전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이성주의에 대한 독단적 숭배를 보여주기까지 한다(363).

 

     이 사람은 어떤 종류의 반대파일까? 자기 쪽에 해당하는 사상과 철학, 행동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자비롭지만, 자기 눈에 거슬리는 것들에 대해서는 비열할 정도로 원색적인 비난과 중상을 퍼붓는 사람일 뿐은 아닌가. 인위적인 낙태마저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살인범을 사형시키는 것을 극렬하게 비난하는 기준은 도대체 뭔지 쉽게 짐작이 안 된다. 한쪽은 그냥 살덩어리고 다른 쪽은 소중한 생명이라는 걸까.

 

 

     종종 허위와 독단으로 치닫는 소위 ‘주류들’의 거대한 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한 투쟁의 전면에 나서는 소수자들, 반대자들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낸다. 다만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그저 끊임없이 기존의 것에 대해 반대하고 회의하는 것만으로 좋은 반대자, 소수파, 극단주의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른 관점, 좋은 철학과 기준에 대해서 먼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권위에 대해 도전하고 그것을 부정하라면서 자신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는 이 책의 저자처럼 모순적인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저자는 굉장한 편의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그저 반대만을 한다고 해서 세워지는 게 아니다.

 

     거짓을 드러내는 힘은 반대가 아니라 진짜를 보여주는 것에서 나온다. 물론 이 과정에 이전의 정직하지 않은 가르침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일지 모르나, 깐족거리고 비꼬는 것으로 세상이 바뀐 역사는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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