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3 - 최후의 노력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                      

 

     갑작스러운 이민족의 침입으로 잇따라 군인 출신의 황제들이 나타나 상황을 수습하기 바빴던 3세기가 지나고, 로마는 제국 전체의 상황을 돌아보고 새로운 정책을 세울 줄 아는 두 명의 황제를 맞이하게 된다. 제국을 네 명의 황제가 나누어 방위한다는 전략을 세웠던 디오클레티아누스와 이를 다시 하나로 통합해 전제군주국가로 전환시켰던 콘스탄티누스가 그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시민들의 지지나 동의가 없이 오로지 권력을 가진 황제 자신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이미 로마의 성격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2. 감상평 。。。。。。。                    

 

     로마라는 나라는 참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기원전 8세기 중반에 건국되었다고 알려진 이 나라가 4세기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족히 1,200년 째 나라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야 고려와 조선만 해도 각각 오백 여년은 되고, 신라는 천 년 가까이 나라를 유지했으니 어떤 나라가 몇 백 년을 지속했다고 하더라도 딱히 놀라지 않겠지만, 사실 세계사를 봐도 이런 경우는 매우 독특한 사례다. 이 정도로 버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장점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기간 동안 한결같은 국가 형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간 것도 실로 놀라운 발전이었고, 다시 제정으로 변했고, 후에는 절대군주국가로 생명을 이어나간다. 다행이 이러한 변화는 각 시대마다 로마가 처한 현실에 가장 잘 반응할 수 있는 흐름을 탄 것이었고, 덕분에 로마가 망하지 않고 이어져나갈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의 군데군데 등장하는 것처럼 콘스탄티누스에 의한(사실 이미 이민족의 침입에 시달리면서 로마는 강력한 군주를 원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제군주국가로서의 전환을 딱히 퇴보니, ‘이렇게까지 해서’(355)라니 하며 안타까워하거나 평가절하 할 이유는 없다. 로마가 언제 일관된 정체를 가지고 있었던가? 그런 식으로라면 시오노 나나미가 그렇게도 찬양해 마지않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야말로 공화정에서 한 사람에게 권력이 독점된 체제로의 변화를 시작한 인물이 아닌가.

 

     물론 이 시기 과거 로마를 강하게 만들었던 여러 미덕들이 점차 줄어가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건 로마라는 국가가 쇠락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지,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했기 때문도 아니고, 콘스탄티노플로 사실상의 수도를 옮겼기 때문도 아니다. 전제군주국가로의 전환도 따지고 보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황제를 암살해버린 로마인들 자신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도 자신들이 고대 로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사람들이나 되는 양 안타까운 척을 하는 학자나 저술가들을 보면 그 순진함에 어이가 없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3장에서 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사실상 장려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시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시민들과 원로원의 지지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기존의 원수정을 전제군주정으로 바꾸기 위해 신이 수여한 왕권이라는 개념이 필요했고, 이는 기존의 로마의 다신교 신관으로는 불가능했기에 새로이 기독교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면이 있는데, 사실 로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력주의(이 단어가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로 나아가서 원로원과 시민들의 지지란 사실 명목상에 불과한 것이 된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절대군주가 된 것처럼 행동했던 황제들은 이미 앞에도 있지 않았던가. 더구나 왕권신수설이라는 천년 후의 개념은 천년 뒤에나 나오게 된 것이다. 중세가 되기 이전엔 교회가 황제에게 관을 씌워준 적도 없었고, 저자에 따르면 여전히 소수파에 불과한 기독교가 어떻게 제국의 황제의 위치를 공고히 해줄 수 있었겠는가.

 

     저자는 자신이 비종교적 관점(354)으로 꽤나 중립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신도’라는 일종의 다신교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이어서인지 일신교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신교를 서술할 때면 꼭 한 번쯤 비꼬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14권부터는 본격적으로 로마가 멸망한 원흉으로 기독교를 지목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니 말이다. 역시 인간은 자신이 자라온 공기가 아닌 다른 공기를 들이마시면 불편함을 느끼게 되나보다.

 

 

     확실히 뒤로 가면 갈수록 재미가 떨어지는 시리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