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의 이혼 믿음의 글들 202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타고난 감정은 그 자체로서 고귀하거나 저급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거룩하거나 속되다고 말할 수도 없단다.

하나님이 고삐를 잡고 계실 때 모든 감정은 거룩하지.

그러나 감정에 고삐가 풀려서 그 자체가 우상이 되어 버리면

예외 없이 부패해 버린단다.

 

1. 줄거리 。。。。。。。

 

     C. S. 루이스가 판타지 문학의 형식으로 쓴 천국과 지옥에 관한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그 곳’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 주인공은 이제 막 함께 도착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자식과 남편, 혹은 자신의 지적세계와 평판 등 온갖 종류의 세속적(하나님께 속한 것과 반대되는 의미에서)인 집착을 더 소중하게 여겼고, 결국 천국의 문 앞에서 뒤돌아 나가고 만다. 자신을 인도하는 이와의 여행을 계속 하며 천국의 속성에 대해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된 주인공은 마침내 그 곳의 앞에 다다랐지만, 자신이 경험한 것이 꿈인 것을 깨닫고 깨어나게 된다.



 

2. 감상평 。。。。。。。

 

     사실 천국과 지옥을 여행한다는 모티브는 매우 오래된 소재이다. 이미 700여 년 전 단테는 ‘신곡’이라는 위대한 작품을 통해 중세의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개념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당대의 사회와 문화를 날카롭게 비판했고, 350여 년 전 존 번연은 ‘천로역정’이라는, 지구상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작품을 통해 근대의 청교도 혁명기 당시 영국의 의식화된 신앙생활을 비판하며 천국에 이르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진짜 영적 준비에 대해 길을 제시했다.

     이 작품 ‘천국과 지옥의 이혼’ 역시 전작들처럼 작품이 쓰일 당시 사회의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마땅한 자세에 관해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의 맥을 이어가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테는 중세, 번연이 근대의 관점을 바탕으로 천국과 지옥을 상상했듯, 루이스는 현대의 좀 더 발전된 ‘천국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차이는 있다.

 

     19세기를 넘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신학계에서 가장 관심 있는 주제로 떠오른 것이 ‘천국론’이었다. 2,000년에 걸친 기독교 신학의 연구는 신론(神論)을 비롯해 인간론, 구원론, 교회론 등 신학의 여타 제 분과에 걸쳐 (종종 상반되는) 많은 주장들과 이론들을 내어 놓았고,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아직 천국론만큼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저자인 C. S. 루이스는 성경의 천국, 즉 하나님 나라에 관한 기록이 가지는 상징성과 실재성을 적절하게 잘 포착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천국과 지옥에 관한 그의 견해가 잘 드러난 이 소설에서, 그는 판타지 문학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이용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매우 쉽고 재미있게 표현한다. 특히, 현세에서의 삶이 끝난 이후 그 사람의 선택(이 선택은 사후에 다시 주어지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살아 있을 당시의 삶의 방식에 대한 상징적 표현으로 보인다)으로 결정되는 천국과 지옥이 소급되어 생전의 삶까지도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너무나 탁월한 지적이다.

     루이스가 생각하는 천국은 다른 어떤 것보다 하나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국에 이르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들 보다 ‘그 분’을 더 많이 사랑하고 그 분에게 자신을 내어 맡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자신이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을 ‘정말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천국의 신비이다. 이것은 어떤 ‘자격’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덧셈과 뺄셈을 통달해야 곱셈과 나눗셈을 할 수 있다는 말처럼 하나의 ‘선제조건’에 관한 이야기인데, 루이스는 이 부분까지도 어깨에 붙은 빨간 도마뱀이라는 상징적 표현으로 절묘하게 표현한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 살았던 인물이지만, 그의 필력과 성경에 관한 깊은 조예는 오늘의 어떤 유능한 신학자(사실 그는 정식으로 신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나 소설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번 작품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작품이다. 볼수록 매력이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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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맨 2008-11-04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노란가방님의 책 이야기를 참 재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모티브'는 '모티프'라고 씌여져야 혼동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

노란가방 2008-11-04 06:52   좋아요 0 | URL
모티프는 프랑스어이고, 모티브는 영어? 뭐 그런게 아닌가봅니다.
저는 그렇게 알고 때에 따라 혼용을 하면서 사용했는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