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자서전 -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대림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이 읽히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최악의 종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줄거리 。。。。。。。

 

     1930년 대에 출판된 책 한 권이 자신의 ‘서생역정(書生歷程))’을 풀어 놓기 시작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도, 그렇다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도 아니었기에,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책의 주인이 된 것은 고작 네 사람.(사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책이 여러 명의 ‘주인’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다.) 작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책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 놓게 만든다.


 

2. 감상평 。。。。。。。

 

     이제 책이 책을 말하는 것도 그다지 새로운 경향이 아닌 것 같다. 내 기억에도 책을 소재로 한 책이 이것까지 벌 써 세 권이다. 책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흡입력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위험한 책』의 주제였다면, 얼마 전 읽었던 『애서광 이야기』는 책에 대한 중독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번 책 『책의 자서전』은 아주 책 자신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제의 진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이 책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음악이 음악을 말하는 것이나, 미술이 미술을 말하는 것처럼 뭐 이상할 게 있느냐는 반응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제가 고갈된 건 아닌가(작가의 상상력 부족?)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이 책의 내용이 퍽이나 밋밋했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60년의 인생. 잘만하면 엄청나게 풍부한 이야기꺼리가 만들어질 만도 하지만, 그다지 인기 없는 책에겐 그냥 시간이 흘러갔을 뿐이다. 몇몇 주인의 손을 거치기도 했지만, 주인들의 모습을 통한 사회 풍자나 세태에 대한 통찰은 그저 약간의 시도에 머물 뿐이었다. 좀 더 깊이 나아가지 못한 면이 아쉽다.

     책이 그 안에 쓰여 있는 내용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로웠지만, 약간 단조로운 느낌도 든다. 괄괄한 성격의 철학책이나, 우울한 성격의 만화잡지 같은 소재들은 듣기만 해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짧다는 게 가장 큰 미덕이었던 책. 짧지만 깊은 여운을 기대했던 건 내 잘못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