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만나는 기독교 영성
클라이브 마쉬 외 엮음, 김도훈 옮김 / 살림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영화가 신학적 성찰을 자극하는 것은

주제나 특별한 모티브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형식과 성격 때문이다.

 

 

 

1. 요약 。。。。。。。

 

     제목에 나온 것처럼 신학과 영화 사이의 토론을 제공해주려는 목적으로 쓰인 책이다. 두 명의 저자들은 책의 전체 내용을 쓴 것이 아니라 여러 학자들이 쓴 글을 주제에 맞춰 엮는 역할을 했다.

     편저자들이 따로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저자들의 성격이 묻어나온 건지, 크게 3부로 구성된 책은 전형적인 논문 형식인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1부에서는 신학과 영화의 대화라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그것이 가능한 지에 대한 학문적인 논설이 이루어졌고, 2부에서는 신학과 영화 사이의 실제적인 대화가 어떻게 가능한 지를 여러 저자들의 글을 통해 실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책 전체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지속적인 토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저자들이 생각하는 영화와 신학 사이의 대화는 몇몇 예술영화나 철학적 사색이 드러나는 영화뿐만이 아니라 대중적인 영화들을 참여시키는 것으로, ‘가위손’이나 ‘사랑의 블랙홀’ 등의 영화들이 본문 안에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2. 감상평 。。。。。。。

 

     먼저 이 책의 예상 독자가 어떤 사람들일지에 대해 제대로 정리가 필요할 듯싶다. 저자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주요 독자들은 일반적인 수준의 기독교인들, 혹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전문적인 영화(혹은 문화)평론가들이나 신학자들, 그리고 둘 사이의 학문적인 연계를 추구하는 문화 사역자들이다. 다시 말해 서술의 수준이 제법 전문적이라서 내용 모두를 이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능한 대중적인 느낌을 주려고 애쓴 흔적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미학적인 용어들과 철학적인 논지의 전개들은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게 만든다.

     본론부에 있는 여러 편의 글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기고했다는 점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책의 장점이다. 영화와 신학 사이를 일률적인 패턴으로 계속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른 각도에서 소통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서로 다른 신학적 전제들 위에서 나오는 문장들은 책의 내용을 일관성 있는 신뢰도로 읽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어떤 부분은 좋은데, 또 다른 부분은 나로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영화는 책과 달라서 시간적인 요소가 매우 크게 작용한다. 책은 한 번 출판되면 얼마든지 시간을 두고 반복하거나 두고 읽을 수 있다. 10년 전 출판된 책이라고 하더라도 새롭게 읽을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상영되어야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책에 비해 시간적인 한계를 많이 갖고 있다. 물론 DVD와 같은 도구들을 사용해 다시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영화에 관해 폭넓은 영향력을 가진 대화를 하려면 영화가 개봉되기 직전이나 개봉되고 있는 중이어야 한다. 그래야 충분히 대중성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진 한계도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나름대로 대중성을 부여하기 위해 대중영화들을 선택해 이야기를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책에 등장하는 ‘대중영화’는 대부분 개봉된 지 10년 이상 된 영화들이다. 물론 시간이 있어야 충분한 반성작업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이 사실.

 

     말했지만, 신학과 영화를 ‘쉽게’ 소통시키는 방법을 적어 놓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은 하나의 제안이고, 동시에 다양한 제안들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쪽 분야에 대해 평범한 수준 보다는 좀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지만,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