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요괴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나 싶다.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중국이나 심지어 멀리 인도에서 건너온 것들의 현지화 버전이기도 했지만, 또 자신이(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직접 경험했다는 식의 괴담도 적지 않다. 물론 저자도 종종 언급하듯, 대개는 착각이나 상상의 산물이긴 했겠지만, 일부는 실제 존재하던 어떤 것에 과장된 표현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을 잘 가공만 한다면 흥미로운 한국형 환타지들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일부는 이미 영화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몇 년 전 나왔던 “물괴”라는 영화는 중종 시기 실제로 퍼졌던 소문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항목들로는 구렁이 모양으로 집안의 재물 운을 관장한다는 업신, 마치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되살아난 시체를 가리키는 “재차의”(혹은 흑수), 인어와 꼭 같은 모습의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비유설백” 같은 요소들은 현대적으로 충분히 멋지게 각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요괴는 아니지만, 그것이 담긴 책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역사적 정보들도 얻을 수 있는데, 북방 이민족들이 조선인들을 “대두인”이라고 불렀다는 설명이 재미있었다. 우리민족은 대대로 머리가 컸었나 보다.
심심할 때 가볍게 넘겨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혹 창작자들이라면 이 책에 실린 항목들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건질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