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런 바빌론의 역사 전반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훑어보는 내용이다. 바빌론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메소포타미아 문명 초기부터 시작한다) 오래된 도시였고, 앞서 언급했던 왕들은 그 중 신바빌로니아제국이라고 불리는 마지막 전성기 때 통치했던 인물들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이 정도로 작은 책에 담을 수 있을까 싶지만, 우선은 고대의 기록이라는 게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남아있지 않은데다가 기본적으로 이 책은 전문가들을 위한 학술서적으로 쓰인 것 같지는 않다. 일종의 교양역사 정도?
사실 책을 처음 받고 살짝 놀랐다. 보통 이런 책은 하드커버에, 아주 얇은 종이에, 빽빽하게 학술적 자료를 가득 채워놓는 게 일반적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하드커버도 아니고, 본문용지도 적당히 두껍고, 글자도 작지 않다. 곳곳에 관련 유물의 사진 자료도 실려 있고, 지도가 좀 적은 것이 살짝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읽어나가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역사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이쪽 역사를 읽으면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은, 같은 이름의 나라에 여러 개의 왕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와 조선이 단일 왕조로 수백 년을 이어갔던 모습에 비하면 매우 특이하다. 같은 바빌론이라고 해도 그 주도세력은 끊임없이 변경되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한 명의 왕이 두 개의 지역을 장악하고는 각각의 왕을 자칭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몇몇 아시리아의 왕들은 바빌론 지역을 점령하고는 그곳을 단순히 아시리아의 영토로 병합하는 대신, ‘바빌론의 왕’이라는 칭호를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아시리아 왕호에 붙여버리는 식으로 처리한다. 물론 정치적인 실체만 보면 그 지역도 아시리아의 영토라고 해야겠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역을 병합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런 조치들을 했으리라.
교양으로 읽으려는 사람에게도 괜찮고, 성경을 좀 더 깊이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물론 이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사람이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조금은 복잡한 이름들은 적당히 넘기면 그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