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새로 놓는다는 철도 노선이 K가 사는 동네를 지나갈 거라는 사실이 언론에서 보도됐다.
왜 그런지 몰라도 K는‘그 노선이 아예 우리 집을 지나가도록 선제조치를 한다면, 그 보상금으로 동네 갑부가 되고도 남을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가만있을 수 없었다. 분가해 나간 자식들까지 급히 불러 모아 사는 집 한쪽 벽을 허무는 작업에 돌입했다. ‘철도가 지나가는 자리를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다. 아들은 삽을, 딸은 호미를 각기 들었고 K는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로 무거운 곡괭이를 들었다. 각자 땀범벅이 되도록 열심히 한쪽 벽을 허물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아내는 뒷전에서 지켜보기만 한다. 간간이 걱정스런 눈빛까지.
K는 ‘당신 그렇게 있지 말고 시원한 음료라도 갖고 오라고. 목 좀 축이게’하고 면박을 주려다가 참았다.
마침내 벽 한 쪽이 다 사라졌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걱정이 생겼다. 날이 금세 어두워져 초겨울 밤의 한기가 몰아치는데 벽 한 쪽이 없으니 집이 여간 추운 게 아닌 것이다. 자식들은 벌써 담요를 찾아 두르고들 앉아 있었다. 간간이 한기에 몸을 떨기까지 하면서. K는 속으로 ‘못난 자식들 같으니. 몸을 움직이면 땀이 나면서 괜찮을 텐데 저러고들 있어?’ 책망하면서 아내를 불렀다.
“여보. 당신이 도울 게 있어. 옷장에서, 두꺼운 솜이불을 꺼내와. 그걸로 나하고 이 벽을 커튼처럼 치는 거지. 그러면 밖의 한기가 차단되지.”
그러자 아내가 옷장으로 가지는 않고 이렇게 쏘아붙인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벽까지 허물어놓으면 철도가 우리 집을 지나가는 거야?”
“그럼.”
“누가 그래?”
“누가 그런 건 아니고 내 생각이야.”
“아이고 맙소사!”
털썩 주저앉으며 절망하는 아내. 그러자 K는 어이없게도 의구심에 휩싸였다. ‘과연 내 생각이 맞을까?’
자신이 없었다. 제기랄 벽 한 쪽은 이미 다 허물었는데….
K는 새벽꿈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꿈이길 천만다행이었다. K는 별 일 없는 벽들을 보며 안심하다가 왜 그런 황당한 꿈을 꾸게 됐는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 http://www.kocis.go.kr/koreanet/view.do?seq=2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