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예전에, 미국의 여성 보컬 3인조 The Three Degrees가 ‘When will I see you again?’을 노래 부를 때마다 그녀는 늘 오른쪽(화면의 오른쪽)에 있었다. 보컬 3인조는 가운데 서서 노래 부르는 이가 주인공이다. 따라서 그녀는 주인공 가수를 돕는 보조역이었다. 내 짐작인데 주인공 가수를 정하는 기준은 ‘얼굴의 예쁨’인 것 같았다, 그녀는 보조역이라, 아무래도 주인공보다 얼굴이 덜 예뻐 보였다.
흑인 출신의 노래 잘 부르는 젊은 여성 셋으로 구성된 The Three Degrees. 팀 이름을 특이하게 붙인 까닭이 있었다. 셋 다 대학을 나온 학사였던 것이다. (Degree는‘정도’라는 뜻인데‘학위’라는 뜻도 있다.) 그들이 가요계에 처음 나온 1973년경만 해도 흑인 여성으로서 학사 학위 소지자는 극히 드물었고 그 때문에 그런 팀 명을 붙인 것이다.
내 얘기는 다시 The Three Degrees에서 오른쪽에 있었던 그녀 얘기로 돌아간다.
그녀는 그렇게 1973년만 해도 보조역에 불과했는데 반세기 세월이 흐른 얼마 전 유튜브 동영상 속에서, 놀랍게도 가운데 서서 노래 부르는 주인공이 돼 있었다! 그냥 주인공이 아니었다. 좌우로 백인 여가수들을 거느린 주인공이었다.
도대체 The Three Degrees에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그 결과, 데뷔 초 주인공이던 얼굴 예쁜 여자가 암으로 세상을 뜬 것을 시작으로 숱하게 멤버들이 바뀌었는데도 그녀만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덕에 자연스레 가운데 서는 주인공이 된 것임을 알게 됐다. 반세기 세월 속에 그녀 또한 어쩔 수 없이 늙었지만 그러나 어엿하게도 주인공 가수가 됐다는 입지전적인 사실.
1973년에 When will I see you again?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45년이 지난 2018년에 재공연한 유튜브 장면으로 등장한 그녀.
역시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다. 그 옛날에 예뻤던 주인공 여자도 병으로 떠나고 이제 그 자리로 자연스레 옮긴 그녀가 주인공으로서 흥겹게 노래 부른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나렵니까?(When will I see you again?)’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