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슬픈 인연의 노랫말에 대해 글을 써 올린 적 있다. (수필: ‘슬픈 인연’)노랫말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면서도 정작 작사가와 작곡가에 대한 언급을 생략했는데 까닭이 있다. 마음 불편하게도 작곡가가 일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자키류도우란 분이다.

그렇다. ‘슬픈 인연은 일본 사람이 작곡하고 노랫말은 우리나라의 박건호 씨가 한 특이한 경우다.

박건호.

그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작사가로서 한 획을 그은 분이다. 그 예로써 가수 박인희가 부른 모닥불의 노랫말을 들 수 있다. 사실 6,70년대 학원가를 풍미한 지난 시절의 노래라 요즈음 젊은이들은 금시초문일 수 있다. 안타깝다. 이제 한 번 그 노랫말을 보기로 한다.

 

<모닥불>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어찌 이를 대중가요 노랫말이라며 경시할 수 있을까.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 모닥불 같은 것이라고 삶의 유한(有限)을 안타까워하면서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하면서 결코 허무나 좌절에 빠지지 않고 삶을 누리자고 마무리 짓는다.

숱한 철학자들이 인생의 바른 길을 목소리 높여 제시해 주었는데 작사가 박건호는 모닥불노랫말 하나로 간단명료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제시해 주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모닥불 가에서 건네는 얘기처럼 넌지시 했으니 말이다.

 

 

덧붙임: ‘박건호는 대중가요 작사가이자 시인이다. 작사한 대중가요로는 모닥불’ ‘잊혀진 계절’ ‘! 대한민국’ ‘그대는 나의 인생’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단발머리등이 있다. 시집으로는 타다가 남은 것들’ ‘고독은 하나의 사치였다’ ‘추억의 아랫목이 그립다.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에 박건호 공원이 조성됐으며, 이 때 그의 노랫말비도 세워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