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 덧없다. 40년 전 무심이 양양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분장 업무상 연구과 소속이었는데 연구과장님 고향이 금강산 내(內) 온정리라 했다. 과 회식 자리에서 무심이 이런 질문을 드렸었다. 한 잔 술에 취기가 올라 그랬다.
“과장님 고향이 금강산 온정리라고 제가 알고 있거든요. 저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해 궁금한데 정말 금강산이 아름답습니까?”
그러자 과장님이 이렇게 말씀했다.
“아무리 경치 좋은 곳이라도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걸 잘 모르잖소? 늘 보는 경치이니까. 그런데 내 고향 금강산은 그렇지 않았다니까. 6‧25 동란 중에 부모님과 짐을 꾸려 온정리를 떠나올 때가 가을이었거든. 단풍 들고 낙엽 지고해서 얼마나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지… 글쎄, 총에 맞아 죽은 시신 하나가 개울가에 있는데도 무섭다기보다 주변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져 그 또한 그림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보이더라니까? 자네 이런 내 말이 믿어지나? 글쎄 이 이상으로 금강산 경치가 아름답다는 걸 표현 못하겠네그려.”
그러고는 술김에 벌겋게 달아오른 낯으로 휴전선 때문에 가 볼 수 없는 고향 금강산을 눈감고 그리는 모습이었다. 정말 그 정도로 금강산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까?
남북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가 풀려 올가을에는 무심도 금강산에 가 볼 수 있는가 했는데 이미 늦가을이라 틀린 일인 듯싶다. 내년쯤에는 가 볼 수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