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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벗어난 밭가 숲에는 생각도 못한 것들이 자랐다. 참외와 수박인데 올여름 우리 부부가 농협 매장에서 사다먹고 내버린 참외 수박의 씨앗들이 싹을 틔워 뒤늦게 자라난 결과물인 듯싶었다.
폭염의 여름도 가고 참외‧수박 수확의 시기를 지나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10월 초순에 발견된, 생각도 못한 놈들.
오늘 기념으로 놈들 중 수박 하나를 촬영했다. 얼마나 작은 수박인지, 사진을 보는 분들이 실감하도록 옆에 슬리퍼를 갖다 놓고 촬영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사진을 다시 보는 순간 마음 한편이 찡해 왔다. 왜냐면 너무 늦은 결실이라 마치‘환갑 넘은 나이에 자식을 하나 얻은 것’같아서다. 사진 속 수박에게 부모가 있다면 늙어서 낳은 자식을 애지중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 어린놈을 놓고 세상을 어찌 뜨나?’하는 수심(愁心)에 밤잠을 못 이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