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춘심산촌에서 농사를 시작할 때 가장자리의 돌밭이 문제였다. 농사 시작 전 경지 정리 차 동원한 포클레인 기사가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이쪽은 포클레인 날이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잘못했다가는 날이 부서질 것 같아요. 그러니 이쪽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천하의 무적 포클레인 기사가 그런 사정을 하니 어떡하나, 돌밭인 채로 내버려둘 수밖에. 나는 그리 체념하고 말았는데 아내는 달랐다. 여기저기‘돌밭에 심을 수 있는 나무’를 수소문하더니 기어코 어린 드릅 묘목들을 구해다가 돌밭에 심었다. 내 기억으로는 50 그루 정도? 100여 평에 50 그루는 듬성듬성 심은 거나 다름없는 풍경이다.
7년이 흘렀다. 드릅나무들이 무섭게 번식한 끝에 이제는 100여 평 돌밭 거의를 차지했다. 놀라웠다. 드릅나무는 뿌리로 번식한다는데 어떻게 돌투성이 밭을 연한 뿌리로 헤쳐 나가 자리 잡았는지.
올봄에는 가지마다 연한 순들이 달려 우리 집 밥상은 한동안 호사를 부렸다.
그런데 여름 지나 가을이 되자 그러잖아도 돌밭을 점령하다시피 한 드릅나무들이 극성까지 부려 빽빽하기가, 보기만 해도 숨 막힐 것 같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서울을 보듯 인구 과밀화 같은 현상이다. 그냥 내버려두었다가는 두릅 밭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아내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는 낫을 들었다. 거미줄처럼 얽힌 드릅나무 가지들을 쳐내며 정리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게 발견됐다. 가느다란 쑥대 두 가닥을 의지해 만들어진 작은 새집이 발견된 거다.
“여보 이리 와 봐요!”
하며 나를 불러서 무슨 일인가 두릅 밭으로 가 봤더니 그런 앙증맞은 새집이었다.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 흉측한 뱀도 피할 수 있을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나무를 타고 올라올 수 있는 들쥐 같은 놈들까지 피할 수 있는 절묘한 새집이었다. 땅 위로 1미터 남짓한 위치의, 가느다란 쑥대 두 가닥만을 활용한 집이니 말이다.
새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메추리알 껍질처럼 작은 껍질이 두어 개 남아 있을 뿐 이었다. 짐작이 갔다. 딱새 같은 작은 새가 여기에 집을 짓고는 알을 낳은 뒤 그 알이 부화하여 결국은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가자, 미련을 두지 않고 자신도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는 것을.
요즈음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하룻밤 새에 억 단위로 뛰는 서울 쪽 아파트 값 때문에 매스컴들이 요란하다. 우리 부부는 오늘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차 안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새들이 얼마나 멋있어? 오직 자기가 낳은 알이 부화돼 어딘가로 분가해 나갈 때까지만 집을 유지하니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사람들은 자식들이 분가한 뒤에도 그 집을 계속 소유하고, 나아가서는 집값을 뻥튀기하여 횡재하려고까지 하는데 새들은 전혀 그런 일이 없으니 얼마나 홀가분하게 사는 모습인 거야.”
가는 쑥대 두 가닥에 집을 짓고서 새끼들과 얼마간 살다가, 때가 되면 그 집을 내버리고 하늘이나 숲 어딘가로 훌훌 날아가 버리는 새들. 오늘 너희들이 참 부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