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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 사회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극단주의의 실체
김태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주위를 보면 온통 극단적인 사람들 투성이다.
서울역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이들도 그랬고,
즐겨가는 커뮤니티에서 한 정치인을 공격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저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멸망할 것’이란 기세로 총공격을 해댔는데,
이는 진보나 보수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게 바로 책,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심리학자 김태형이 쓴 이 책은 극단주의에 대해 다루는데,
그 방식이 몹시 독특했다.
심리학 분야는 워낙 미국에서 연구가 많이 된 학문이라,
대부분의 학자는 미국 학자의 주장을 진리인 듯 소개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학자의 사례를 덧붙인다.
하지만 김태형은 매우 긴 분량에 걸쳐 극단주의에 대한 미국 학자들의 견해를 반박하는데,
그 반박은 현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미국의 주류 심리학은 편향된 정보가 극단주의를 부추긴다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다 보면 극단주의가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대한 저자의 명료한 반박,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활발하게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 극단주의가 약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즉 진보적인 청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오는 극우 노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게 되면 그 노인들이 극단주의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극히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122쪽)]
이유인즉슨 사람들은 정치적 지향 같은 중요한 의제를 다룰 때는
정보의 취사선택을 매우 편향적으로 하기 때문에,
설사 가짜뉴스라 할지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면 그걸 사실로 받아들인다.
노래 ‘Yesterday’의 가사를 써놓고 ‘BBC도 박대통령 탄핵을 비판했다’라고 했을 때,
태극기 부대원들이 열광했던 건 그들이 영어를 몰라서만이 아니라,
그들의 원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주류 심리학이 이런 엉터리같은 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면에 불순한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배층이나 엘리트는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는 민중이 더 이상 참지 못해서 들고 일어날까 봐 두려워한다...민중항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민중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지배층의 계급적 동기가 반영된 것이 바로 미국 심리학의 수동적인 인간관이다. (149쪽)]
즉 미국의 집단심리 연구는 “태생적으로 어용학문이었다” (155쪽)는 게 저자의 말,
심지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등 일련의 심리연구들도
사실은 조작된 것이란다.
‘민중이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그들의 민중혐오 사상을 퍼뜨리기 위한 것이었다나.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나라야말로 극단주의가 설칠 조건을 다 갖춘 나라라고 말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것들이 자본주의의 개혁, 기층민주주의의 실현 등인데,
말이야 맞는다 쳐도 어째 좀 공허한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이 책을 통해 극단주의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으니,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위의 예에서도 보듯 저자가 진보적 스탠스를 취한 분이라,
태극기 쪽 분들은 불편할 수 있다는 것도 미리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