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디세이 3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가슴이 벅차고, 읽으면서 머리 속이 차곡차곡 채워지는 뿌듯함을 느끼고, 다 읽고나니 다른 사람한테 자랑하고 싶어지는 책은 그리 흔치 않다. <미학 오디세이> 3권은 바로 그런 책이었다. 미학. 어렵고 따분하기만 한 줄 알았던 그 학문은 진중권의 손을 거치면서 쉽고 재미있는 분야가 되어 버렸다.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난 서양 미술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철학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직접 만난 적은 없고, 메일을 한번 주고받았을 뿐이지만, 진중권은 내게 참으로 좋은 스승이다.

이 책은 현대예술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진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전까지 예술의 목표이던 '원본의 모사'는 의미를 상실했고, 현대미술가들은 어떻게 하면 더 쇼크를 주는가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난 사실 현대 미술가들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캔버스에 물감을 뿌림으로써 그림을 그린 폴록의 작품에서 도대체 뭘 느끼란 말인가? <과학콘서트>를 보니 폴록의 그 행위에도 카오스적인 질서가 있다고 되어 있지만, 난해하기만 한 현대예술은 내게 고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진중권은 말한다. 현대 예술은 원래 고통스러운 거라고. 진정한 인식은 고통을 수반하는 거라고. 그런 맥락에서 보니 현대 미술가들의 심성이 나빠서 그렇게 기상천외한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알게 된 것 또하나. 뒤상인가 하는 미술가가 변기를 작품이라고 출품했다. 그건 훌륭한 예술로 각광을 받았다. 그것에 혹한 나도 변기를 제출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술이 아니란다. 왜 똑같은 작품인데, 내것만 예술이 아닐까? 예술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이론의 존재, 그것이 예술품과 변기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그럴듯한 변기를 찾는 게 아니라, 현학적이고 남들이 절대 알아들을 수 없는 형이상학적 이론을 발견하는 일, 내가 열심히 책을 읽고 그러는 것도 다 그 목적을 위해서다.

정치 관련 글에서 언어폭력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붓는 걸 볼 때는 진중권이 싫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대로 인터넷에서 너무 오래 싸우다 보니 심성이 피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훌륭한 미학자이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미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스승이다. 그에게 늘 감사드린다.

사족: 오늘은 3월 31일, 이 책을 읽음으로써 3월도 11권으로 마치게 되었다. 중반까지의 부진을 털고 두자리 숫자를 올린 비결은 그 이후에 얇디 얇은 책들을 대량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록을 위한 책읽기를 하니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잡지를 점점 안읽게 된다. 난 <말>이랑 <인물과 사상>, <아웃사이더>를 보는데, 책장에 가보면 안읽고 미뤄둔 과월호가 제법 쌓여 있다. 이걸 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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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3-3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렇군요. 이런 걸 보고 필이 통한다고 하나요? 한번 같으면 우연, 두번 같으면 심상치 않음, 세번 같으면 누구 한명이 스토커라는 말이 있지요. 우린 아직 두번입니다^^
 

 

 

 

 

 

월요일 아침, 첫 메이져대회인 LPGA 나비스코 대회 결과가 궁금해 TV를 켰다. 박지은이 2타 차 1위, 캐리웹이 2위다. 한물 갔다지만 상위권에 있으면 여전히 무서운 캐리 웹, 하지만 그녀는 타수를 더 이상 줄이지 못한 채 우승권에서 탈락하고 만다. 이제 남은 사람은 송아리와 박지은, 아나운서는 "한국 선수들간의 경쟁"이라고 느긋한 표정이다.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쪼그리고 앉아 주문을 외워가며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나지만, 박세리와 김미현이 우승을 다투던 모 대회-US 오픈인가?-를 볼 때는 "아무나 이겨라"라는 심정이었고, 한희원이 박세리와 1위 경쟁을 할 때도 매우 편안한 맘으로 TV를 봤다. 하지만 어제는 아니었다. 송아리가 십미터는 되어 보이는 이글퍼팅을 홀컵에 떨굴 때-그럼으로써 둘은 공동선두가 되었다-내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1.2미터의 버디퍼팅이 들어가야 박지은이 우승하는 절박한 상황, 난 두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웠다. 내 주문 때문은 아니겠지만, 박지은은 침착하게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첫 메이져 타이틀을 낚았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서 송아리는, 우리 언론이나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의 생각과 달리 한국인이 아니었던 거다. 얼굴은 분명 한국인이지만, 우리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미국적인 정서를 가진 그들이 무슨 한국인이람? 같은 이유로 세계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미셀 위 역시 내게는 우리나라 선수가 아니다. 송아리가 긴 이글 퍼팅을 성공시켰을 때, 주먹을 불끈 쥔 채 "예스!"를 부르짖는 그녀로부터 난 우리나라 사람의 면모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박지은의 우승을 고대한 것은 그런 이유다.

물론 내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내 방식대로라면 해외에서 낳고 자란, 우리나라에 대해 향수를 갖고 있는 수많은 동포들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라고 배제해 버리는 결과를 빚게 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의 외모를 갖춘 모든 사람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인'으로 취급하는 것도 그다지 맘에 드는 건 아니다. 외모만으로 국적을 따질 경우, 우리나라에 귀화한 외국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한국인이 될 수 없으니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유명한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피가 조금만 섞이면-본인이 부인해도-'한국인' 딱지를 붙여 열광해댔던 우리 언론들에게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내게 있어 한국인은 그래서 피부색에 무관하게 이 땅에서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이고, 중요한 것은 혈통이 아닌 공통의 문화를 보유했는지 여부다. 물신숭배도 한 원인이겠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을 박해하는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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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finder 2004-03-3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잡담이긴 합니다만, 수 많은 인생들의 정체성이 걸려 있는 사안을 가볍게
말씀하시네요.
송아리가 한국말을 잘 못하나요? 저는 3 라운드 끝부분을 봤는데 인터뷰 하는 것을 얼핏
들으니 영어도 썩 매끄러운 것 같지는 않던데...
그런데 이런 얘기, 외국에 나가서 사는 사람들 앞에서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국적과 인종, 민족 등의 정체성 문제로 눈물겨운 사연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더우기 자신의 선택도 아니고 부모들로 인해 타향살이를 하게 된 한인 2세 1.5세들에게
언어와 문화의 잣대를 들이대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격을 논한다면 대략 좌절감만 낳는
일이 될 뿐입니다.

비로그인 2004-03-3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얼굴은 분명 한국인이지만, 우리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미국적인 정서를 가진 그들이 무슨 한국인이람 ? " 에서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 스스로가 자기가 한국인 이라고 생각 하는가 안 하는가 인 것 같습니다. 얼굴이야 어차피 외국인 들이 볼때는 '한국인'으로 보는게 아니라 그저... 바나나, 즉 백인 행세하는 겉 노란 동양인으로만 보는 거 아닙니까 ? 그리고, "예스!," 또는 "오~~예" 대신 부러, " 옳거니 !" 또는 " 옳다구나 !","아싸~~" 뭐, 그럴수도 없지 않습니까 ~~~

sooninara 2004-03-3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거니..옳다구나^^..매직님..일부러 하려면 힘들겠네요..
언론에서 너무 한국인하는것도 이상하긴하지요..그래도 10위안에 6명이라던가..들어가니 기분은 좋네요..(줏대가 없죠?^^)

마태우스 2004-03-3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iewfinder님/네...조심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그분들께 죄송한 거죠...
sweetmagic님, 그리고 수니나라님/이 글은 제게 남아있는 민족주의, 아니 국수주의랄까, 그런 편견을 드러내 주는 글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제가 나쁘다는 걸 알지요...제 짧은 생각에 코멘트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4-03-3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께서 이제는 인기인에서 공인으로 거듭나시느라 어느 정도의 딴지도 가만하시고 글를 쓰셔야 할 것 같네요. 분위기를 보니...만약 제 서재에서 위와 같은 글를 쓴들 누가 보기나 하겠습니껴?? 그래서 제가 글를 안쓴다는거 아닙니까!!
 

대단한 비밀은 아니지만, <목포는 항구다>를 본 날 <맹부삼천지교>를 봤다. 그 주인공도 조재현이니, 그날은 조재현의 날이었던 셈이다.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보는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먼저 본 영화가 뒤의 영화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옛날에 <터미네이터>를 보고나서 바로 맞은편 극장에서 상영중인 <스카페이스>를 보는데,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짓을 한 것은 워낙 영화에 굶주렸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나니 괜히 그랬다 싶다.

맹부삼천지교, 제목만 봐도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불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조폭이 끼어들면서 그렇게 뻔한 스토리만은 아닌 게 되었지만, 그래도 별 재미는 없었다. 동태를 파는 조재현은 뻑하면 칼을 가지고 설치고, 다른 배우들의 오버도 못봐줄 수준이다. 영화 스토리가 대체로 말이 안되니 막판에 이루어지는 화해도 별 공감이 안간다.



그렇다고 건질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영화 시작 전 <고티카>의 예고편을 봤는데, 굉장히 무서울 듯하다. 역치가 높아져 웬만한 공포영화에는 눈도 까딱 않는 내가 필히 봐야할 영화인 듯.
-소이현이 나와서 좋았다. 옛날에 한가인에게 혹해 재미 하나도 없는 <노란손수건>을 열심히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점점 소이현이 좋아져서, 지금은 나오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사람들 말로는 최지우를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최지우를 보고 가슴이 뛴 적이 한번도 없는 걸로 보아, 소이현에겐 그녀만의 뭔가가 있다. 젊음? 발랄함? 긴 혀? 그렇긴 해도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영화 속에서 내가 봐도 짜증이 날 정도로 삼촌을 무시하지만, 다 용서하자. 이쁘니까.
-"아이에게 적성에도 안맞는 무리한 일을 강요하지 말자"는 메시지는 옳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그만둘 부모가 있기는 할까?
-잠깐 매력을 느꼈던 조재현이 이 영화로 인해 다시금 싫어졌다. 이것도' 건질 것'에 포함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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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 2004-03-3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부삼천지교 재미 없나요. ^^

연우주 2004-03-3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여자는 다 좋아하는 마태우스님!!!! ^^

진/우맘 2004-03-3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객들의 웃을 타이밍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뭐, 그런 류의 영화평이 붙은 슬픈 영화더군요.^^; 저는 오늘 <아홉살 인생>볼거랍니다~~~~(바쁜 아줌마에겐,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큰 자랑거리임.^^)

마태우스 2004-03-3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너님/네 그렇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별점 평균도 5.6인가밖에 안되더군요.
우주님/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강수연, 이효리, 김정은, 레이싱걸 추미정, 이은주, 그리고 소이현 정도입니다!
진우맘님/'바쁜 아줌마'라는 글귀가 '예쁜 아줌마'로 보이는군요. 제가 요즘 좀 피곤해서요...

연우주 2004-03-3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스탈들을 좋아하시는군요... 이 상황에서 지난번에 마태우스님께서 해주신 말을 되돌려 드려야 할 듯. '그래서 님이 절 미워하시는군요!' (^^;)

비로그인 2004-04-0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음? 발랄함?은 이해가 가지만 긴혀?? 긴혀는~~아~~~모르겠는데요??몹니까??

LAYLA 2004-04-08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재현 아저씨는 좋은데 왜 항상 영화가 망할까....ㅠ

이파리 2004-04-1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이효리는 빠지질 않는군요!
저도 조재현 아저씨는 좋은데... 작품은 영~ 안타깝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목포는 항구다>를 보았다. 난 영화를 볼 때 노트를 펴고 인상적인 대사나 느낀 점을 대충 적어 놓는데, 이럴 수가. 노트를 잃어버렸다! 이런 걸 대략 '낭패'라고 하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머리도 나쁜 내가 노트 없이 어떻게 감상문을 쓴담? 유식한 사람들이야 영화에 담긴 철학 같은 걸 리뷰에 남기니 상관없겠지만, 난 "이러이러한 대사가 맘에 들었다"는 식의 리뷰로 버티는 사람이 아닌가. 노트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만사가 귀찮아서 그냥 쓰기로 했다. 혹시 아는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리뷰가 나올지?(물론 나도 믿지 않는 소리다)

1. 목포
목포는 나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굴에서 나오는 기생충이 있는데, 그걸 가지러 목포에 숱하게 드나들었다. 기차를 타고 목포까지 간 뒤 배를 타고 압해도로 건너가서, 주민 한분이 미리 따놓은 굴을 아이스박스에 싣고 다시 서울까지 왔으니, 하루종일 기차만 타는 거다. 그땐 내가 책과 담을 쌓을 때라, 스포츠서울을 다 보고나면 할 일이 없어,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잠도 자고, 가끔씩 글도 썼다. '노래방 폭파사건'이란 글도 그때 썼는데, 극단적인 반일주의자가 노래방을 일제의 잔재로 단정, 노래방을 하나씩 폭파하는 내용이었다. 그게 써클지에 실렸을 때는 대단한 반향을 얻었지만, 그와 비슷한 글들을 모아놓은 첫 소설집은 엄청난 욕을 먹었으니, 주위 사람의 반응을 너무 믿으면 안되는 법이다. 아무튼 굴을 가지러 가는데 하루를 몽땅 날리는 것은 영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와 그때 막 생겨난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 뒤부터는 전화 한통이면 굴이 학교까지 배달되었다. 그러면 나는 하루종일 칼을 가지고 굴의 껍질을 까야했고, 그런 다음엔 거기서 기생충을 골라 쥐한테 먹이고 그랬다(신안군 쪽 굴만 기생충이 있으니, 이 글을 읽고 굴을 안먹겠다고 결심하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 누나도 목포 출신의 매형과 결혼을 했다. 사돈 어른은 아직도 목포에 사신다. 영화를 보면 목포가 조폭들의 소굴인 것 같지만, 기차역 근처에서 여러번 자본 나는 한번도 위협을 느꼈던 적이 없다. 그래도 목포가 항구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신안군의 여러 섬에서 목포까지 배가 많이들 드나든다. 사람들은 우리가 버스를 타듯이 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목포는 항구다>는 그런 곳에서 촬영이 되었다.

2. 조재현
<천국의 계단>에서 악녀로 나온 김태희는 동네 할머니들로부터 "나쁜 x"이라는 욕을 들었단다. 생각이 짧을수록 드라마와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법인데, 나도 그렇다. <진실>에서 악녀로 나왔던 박선영과 <토마토>의 악녀 김지영을 아직도 싫어하는 이유는, 그녀들이 드라마 주인공을 너무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쁜 남자>에서 여자를 납치해 윤락가로 끌고간 조재현을 내가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이 영화로 인해 조재현이 매력있는 남자임을 알게 되었지만, 매력 있으면 뭐하나. 인간이 되야지...



3. 차인표
차인표나 장동건은 잘생긴 배우의 대명사이다. 이런 배우들의 약점은 "연기보다는 얼굴"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다는 것. 하지만 이 둘은 조연도 마다않는 투혼을 보인 끝에 제법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잘생긴 애는 뭘 해도 멋진 법, 재벌2세로 나와도 멋있지만, 조폭 두목도 충분히 멋있다.

4. 패러디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들이 몇 번 나온다. 영화 자체의 설정도 <무간도>스럽고,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이 나오며, <친구>에서처럼 달리기를 하는 씬이 등장한다. 차인표와 조재현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려가는데, 그 표정과 동작이 어찌나 웃긴지 보는 내가 다 유쾌해졌다. 그거 말고도 몇몇 영화장면이 나오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노트를 잃어버린 관계로...

5. 메시지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폭이나 형사나, 머리가 좋아야 성공한다.
-보스급 조폭이라면 형사보다 낫다.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조폭도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 차인표의 신나하는 모습이란...

6. 단점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감독의 이해가 부족하다.
-챔피언이 된 조재현, 방어전은 왜 안하는 걸까?
-웃기려고 엄청 오버한다.

7. 결론
안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지만, 난 재미있게 봤다. 어쩌면 그건 목포에 대한 추억이 남달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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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3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메시지가 남다른데요~ 그나저나 노트를 잃어버리셨다니 제가 다 안타까운데요. 지금 감상도 좋지만, 인상적인 대사가 꼭꼭 소개되던 감상문에 익숙하다보니...^^ 찾을수 있으면 좋으련만~~

비로그인 2004-04-01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먹의 본거지는 벌교입니다용!! 그런 말이 있습죠 여수에서 돈자랑 하지 말고(진/우맘님하고 친하게들 지내십시요)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아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4월 1일마다 난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왔다. 조교 때, 정전이 된다는 공문을 위조해 교수님께 보여드렸다. 그날 전기공사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다섯시간 동안 정전이 된다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정전은 치명적이다. 영하 70도에 보관되어 있는 샘플들이 녹아서 변질되기 때문. 그래서 예고된 정전은 며칠 전에 통보를 하며, 그날에 맞춰서 드라이아이스를 채워 넣곤 했다. 교수님께서 화가 났던 것은 당연지사, "아니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교수님이 너무 화를 내시니 난 무서웠다. 안그래도 일못한다고 구박만 받던 처지였는데... 그래서 난 그 상황을 좀더 즐기지 못한 채, "선생님, 오늘...만우절인데요"라며 자백해 버렸다.

학생 때, 도서관에 정전이 된다는 공고를 붙인 적도 있다. 워낙 많은 애들이 "진짜냐"고 문의하자 사태를 파악한 관장은 공고를 떼면서 "어떤 놈이 이런 장난을 해?"라고 화를 냈단다. 그날 하루쯤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거짓말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당하고도 기분 나쁘지 않고, 물질적, 정신적으로 피해가 없는 그런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 예컨대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를 하거나, 윗사람이 너를 부른다는 식의 거짓말은 하기 쉬운만큼 카타르시스가 덜한 법이다. 알라딘을 이용해 어떤 거짓말을 할까, 버스 안에서 계속 생각을 해봤다. 맨먼저 떠오른 것이 이거였다.

1. 알라딘, 인터넷 서점 1위 등극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지난 2월부터 매출액과 순익 모두에서 업계 1위로 등극한 것이 알려져 화제다...조유식 사장은 "기쁘기 한량없다"면서 "이건 전적으로 알라딘 폐인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라이벌 업체 '교봉'은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라며 애써 충격을 감추는 기색이었고, '"그래스물넷'은 "매출액 산정기준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되었다"며 "전화를 받아서 '예'라고 대답하면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알라딘 측은 1위 달성을 기념하는 뜻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일 예정...]
거짓말에 꼭 있어야 할 선정성이 없는 경우로, 그저 밋밋한 정도다. 그다음 아이디어.

2. 화제의 책, <내가 건드린 여인들>
[전직 대통령이 펴낸 책이 서점가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알라딘 출판사에서 나온 <내가 건드린 여인들>은 서점에 나온 지 사흘만에 3만부가 팔렸고, 갈수록 판매고가 급증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인 젼모씨는 "xx는 생각보다 몸매가 좋지 않았다"느니 "재임 시절 이호리가 연예계에 없었던 게 아쉽다"는 등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신의 행각을 기술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너무너무 재미있다"면서도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한편 전씨가 건드렸다고 주장하는 배우들은 공동으로 젼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선정성 면에서는 단연 뛰어난 거짓말이다. 실제로 이 책이 이미지까지 만들어져 대문에 뜬다면, 주문이 엄청나게 쇄도하지 않을까? 쿡쿡. 하지만 거짓말로 밝혀진 뒤의 후폭풍이 크고,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3. 알라딘 마라톤 대회 개최
[제1회 알라딘 마라톤 대회가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조유식 사장은 "책만 읽고 신체를 가꾸지 않는 것은 회만 먹고 스끼다시를 먹지 않는 것과 같다"며 "스끼다시가 회맛을 더해 주듯, 건강한 신체는 독서력 향상에 이바지한다"며 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참가자격은 알라딘 회원이면 누구나 가능하며, 1위를 차지한 회원에게는 아마존 등 해외 유명 인터넷 서점을 둘러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며, 게시판 용량 2kb를 늘려준다고 한다...청주에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 책읽는나무(28세. 중등도 알라딘 폐인)는 "꼭 1등을 해서 아마존을 둘러볼 기회를 갖고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것 역시 별로 선정적이지 못하다. 이벤트 참여하기를 눌러서 "오늘은 만우절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웃음보다는 허탈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 알라딘이 오프라인 서점을 연다는 것도 생각을 했는데, 마라톤과 기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총선 관련 글은 선정성 면에서도 괜찮고, 문제될 소지가 없는 것 같아서 메인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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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3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살아~~~ 내가 못 살아~~~~~

비로그인 2004-03-3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2학년 때 반 친구들이랑 짜고, 기절한 척해서 담임 선생님께 등에 업혀 브이자를 그렸던 만우절 이벤트 말고는, 쾌한 거짓말을 못 즐겨 본거 같네요. 제가 만약 저의 교수님께 중요한 실험 도중 "교수님 1분 후부터 정전이랍니다, 정전" 그러면 그러실 겁니다. " 그래 ? 그럼 네가 1분 안에 어떻게든 해봐" 그럼 주위 사람들은 그러겠죠 " 그래..어떻게든 해봐 (이긍 안됐다...너 건전지를 삼켜서라도 전기를 만들어 내야겠구나...)" ...어쩔 땐 이 모든 것이 가상이고 거짓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플라시보 2004-03-3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제 낼 모레면 만우절이군요. 만우절날 거짓말 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요. 이번 만우절에는 거짓말을 꼭 하나 하긴 해야겠는데..누구한테. 뭘 하지?

호랑녀 2004-03-3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애들한테 당하지 않게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
저, 혹시 돈 내면 비례대표라도 한자리 ... ㅋㅋ

마냐 2004-03-3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자에 올라올. 실제 마태우스님의 올해 이벤트 뒷얘기가 무척이나, 진심으로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신난다~

비로그인 2004-03-3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비하인드 스토리도 너무 깜찍한데요?? ^^ 게시판 용량 2kb늘려주는 포상이 젤 웃겨요. ㅋㅋ 만우절엔 어떤 거짓말을 하실지...너무 떨려요~ >.<

비로그인 2004-03-3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저 냥반 좀 말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