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비밀은 아니지만, <목포는 항구다>를 본 날 <맹부삼천지교>를 봤다. 그 주인공도 조재현이니, 그날은 조재현의 날이었던 셈이다.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보는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먼저 본 영화가 뒤의 영화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옛날에 <터미네이터>를 보고나서 바로 맞은편 극장에서 상영중인 <스카페이스>를 보는데,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짓을 한 것은 워낙 영화에 굶주렸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나니 괜히 그랬다 싶다.
맹부삼천지교, 제목만 봐도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불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조폭이 끼어들면서 그렇게 뻔한 스토리만은 아닌 게 되었지만, 그래도 별 재미는 없었다. 동태를 파는 조재현은 뻑하면 칼을 가지고 설치고, 다른 배우들의 오버도 못봐줄 수준이다. 영화 스토리가 대체로 말이 안되니 막판에 이루어지는 화해도 별 공감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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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건질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영화 시작 전 <고티카>의 예고편을 봤는데, 굉장히 무서울 듯하다. 역치가 높아져 웬만한 공포영화에는 눈도 까딱 않는 내가 필히 봐야할 영화인 듯.
-소이현이 나와서 좋았다. 옛날에 한가인에게 혹해 재미 하나도 없는 <노란손수건>을 열심히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점점 소이현이 좋아져서, 지금은 나오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사람들 말로는 최지우를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최지우를 보고 가슴이 뛴 적이 한번도 없는 걸로 보아, 소이현에겐 그녀만의 뭔가가 있다. 젊음? 발랄함? 긴 혀? 그렇긴 해도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영화 속에서 내가 봐도 짜증이 날 정도로 삼촌을 무시하지만, 다 용서하자. 이쁘니까.
-"아이에게 적성에도 안맞는 무리한 일을 강요하지 말자"는 메시지는 옳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그만둘 부모가 있기는 할까?
-잠깐 매력을 느꼈던 조재현이 이 영화로 인해 다시금 싫어졌다. 이것도' 건질 것'에 포함이 되는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