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밤 9시 경, 할머니 드릴 잡지를 사러 서점에 갔다.

그냥 전철로 계속 갈 것을 괜히 종로 3가에 내려서 교보까지 걸었는데

걷는 동안 비와 더불어 바람이 거세게 불어 아주 고생을 했다.

그런 와중에 비가 비가 아닌 걸 알게 되었고

‘뭐야, 첫눈이 이렇게 시시하게 내려?’라고 푸념을 했다.

 

결국 이렇게 정리를 했다.

우리가 축구 경기를 보러 갔는데

골이 많이 나서 17대 10이란 스코어가 났다고 치자.

그럼 언론은 그걸 ‘핸드볼 스코어’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건 분명 축구였지 핸드볼은 아니었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다.

비가 오다가 슬그머니 눈으로 바뀐다고 해서 그게 눈인 것은 아니다.

서울에 첫눈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천안에 도착해서 무지하게 놀랐다.

눈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던 서울과 달리

천안은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으니까.

천안에 사는 조교선생한테 물어보니 밤 10시까지 눈 같은 건 오지도 않았단다.

이건 이렇게 정리를 해본다.

언젠가 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 회사는 당연히 망했는데

나중에 재판 결과 무죄가 선언되었다.

왜? 생물체가 통조림의 성분을 이용해서 포르말린을 합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그렇다면, 단지 하얗게 쌓였다고 해서 그게 눈이 왔다는 증거일 수 있을까?

밤사이 내린 비가 천안의 배기가스와 결합해 하얗게 변해 눈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사람이 늙으면 흰머리가 나듯

나무들도 나이를 먹어 끝이 하얗게 변한 건 아닐까.

결론. 천안에도 아직 첫눈이 오지 않았다.

첫눈은 그런 식으로 슬그머니 와서는 안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첫눈은 무효다.

그래서 난, 첫눈을 가슴 설레며 기다린다.


*

톨게이트에서 버스를 내려 학교까지 2킬로 남짓한 거리를

운동삼아 뛰었다.

뛰다가 그럴듯한 광경이 눈에 띄면 200만 화소짜리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찍을 땐 그냥 그랬는데 사진으로 보니 멋지네요

 



택시 정류장에 눈이 쌓인 모습입니다. 아니...택시정류장 윗부분이 노화되어 하얗게 변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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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9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논리가 더 근사해요^^ㅎㅎㅎ

다락방 2006-11-0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난, 첫눈을 가슴 설레며 기다린다.

-->저두요, 마태우스님.

프레이야 2006-11-0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마음속엔 이미 첫눈이 내린 것 같아보여요^^

BRINY 2006-11-0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안에서 출근하시는 분들의 자가용에 눈이 쌓여있어서 놀랐드랬어요. 여긴 진눈깨비같은 게 오고 첫눈이라는데, 그게 무슨 첫눈이랍니까!

비로그인 2006-11-0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늙으면 흰머리가 나듯

나무들도 나이를 먹어 끝이 하얗게 변한 건 아닐까.

결론. 천안에도 아직 첫눈이 오지 않았다.

첫눈은 그런 식으로 슬그머니 와서는 안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첫눈은 무효다.

그래서 난, 첫눈을 가슴 설레며 기다린다.

 

사진과 함께 보니 한 편의 시가 따로 없군요.

올해 겨울은, 내내 첫눈 내리는 날처럼 보내시길 기도해요.

:)


세실 2006-11-0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님은 아직 청춘이라는 사실이 증명됨~~~
전 눈 오는 거 싫어요. ㅠㅠ (출, 퇴근길이 무진장 걱정됨. 흑)

moonnight 2006-11-0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한 마음의 마교수님. ^^ 저도 아직 첫눈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곳엔 그날새벽에 아주 잠깐 눈이 온 모양이더라구요. 흥. -_-+

해리포터7 2006-11-0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아침 창밖을 바라봤을때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으면 저역시 속은 기분일꺼에요..저도 동감...

클리오 2006-11-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눈 정말 많아왔군요. 청주에 있었담 저도 첫눈이 이미 왔을텐데, 이곳은 아직 멀었어요...

Mephistopheles 2006-11-0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아닙니다..비듬입니다..!!

또또유스또 2006-11-1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랬어요...음..
늘 건강한 아스팔트....
요즘 흰머리가 나서 슬펐는데 그건 흰머리가 아니었군요.. 님 제 머리엔 눈이
오~와~~~요~~

하루(春) 2006-11-1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유가 어째...
하지만, 저도 첫 눈 기다리고 있어요. 전 단지 뉴스로 대방동의 눈 오는 풍경만 봤을 뿐이니까요.

달콤한책 2006-11-1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대한민국 무지하게 넓습니다^^

모1 2006-11-1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많이 왔네요. 정말 멋집니다. 전...소복히 쌓인 아무도 안 걸은 눈길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마태우스 2006-11-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눈길 걷는 건 다 좋아하지 않나요^^
달콤한책님/제말이요...강남 강북도 비가 오고 안오고 하잖아요
하루님/아앗 제 비유가 맘에 안드신다니..흑흑
유스또님/흰머리...저도 꽤 많은데...하지만 아직은 검은 부분이 훨 많습니다. 글구 모자 쓰면 되죠 뭐^^
메피님/글고보니 제 머리의 하얀 부분은 비듬이었군요^^
클리오님/그리고 그곳은 과연 올해 안에 첫눈이 올지 의문시되는 곳 아닌가요?^^
해리포터님/와 역시 우린 통해요!
세실님/눈과 미녀는 서로를 싫어하는군요 으음.
고양이님/말씀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요즘 시로 일가를 이뤄볼까 하는 생각이 있는데 칭찬까지...^^
브리니님/말도 안되죠 첫눈이 첫눈다와야 첫눈이죠
배혜경님/어 그런가요?^^ 님의 마음에도 첫눈이 어서 내리길...!
다락방님/제 마음 아시죠?^^
마노아님/역시 이해해 주시는 분은 마노아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