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학교에서 밤을 세웠어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술을 마셨다
그래서 오늘은,
진짜로 밤을 새워야 한다.
오늘 아침,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밤샐 준비를 했다
식사를 하러 나갔다 오기가 좀 그러니 세끼를 다 학교에서 해결하자는 생각에
슈퍼에 들러 빵 두 개와 우유 두 개, 김치, 햇반과 컵으로 된 신라면, 그리고 물 한통을 샀다.
참고로 난 속에 아무것도 안든 빵은 잘 안먹으며
‘샤니 땅콩 크림샌드’라는 500원짜리 빵을 특히 좋아한다.
(남들도 이걸 좋아하는지 병원 매점에 이게 다 떨어졌을 때가 훨씬 많다)
아침은 빵과 우유로 버티고
점심은 느지막한 오후 세시에 라면과 햇반, 그리고 김치로 때웠다.
네 시간이 지난 지금 난 마지막 남은 빵과 우유를 노려보고 있다.
밤을 샌다는 건 고독한 작업이고
경험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외로움은 배를 고프게 만드는 법이다.
이런 불안감이 든다.
“지금 이 빵을 먹으면 이따 새벽에 배고프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마지막 퇴근버스가 떠난 후인 8시
밖에 나가 식사를 우아하게 하고 오기로 했다.
참치찌개 정도를 먹을 예정이니 4천원이 추가로 든다.
크림샌드는 그러니까 배고플 때 먹는 디저트인 셈.
이제 따져보자.
아침에 슈퍼에서 지불한 돈이 9천원
거기에 4천원을 더하면 1만3천원이 든다.
한달간 이러고 산다면 드는 비용은 40만원 남짓.
네이버를 찾아보니 2006년 최저생계비는 1인가구 기준으로 월 40만1천원이란다.
즉 그들은 하루하루를 오늘의 나처럼 살아야 한다는 얘기
하지만 난 학교에 있으면서 집세니 전기세 등 기타 비용을 전혀 안내는 경우,
그걸 감안하면 그들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은 더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생계비 이하로 사는 사람은 무려 315만명
그들의 삶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세금이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그 아우성은 엄마 친구분들 중 강남에 사는 분들의 입에서 주로 나왔는데
재벌2세인 나 역시 세금 때문에 심난하긴 하다
얼마 전에는 소유한 건물의 면적이 얼마 이상이 되면 교통혼잡세를 부과하는 제도가 신설되었다고 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고
이것저것 내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리가 잘 사는 대가로 내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만큼 어려운 사람들이 혜택을 더 받는다면 그리 속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어느 책에서 보니 빈곤율을 측정하는 척도인 지니계수는
세금을 징수한 후에 오히려 더 커진다
그 말은 곧, 우리 세금이 소득 재분배에 별반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
10월 17일자 세계일보 기사를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15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5명 가운데 1명이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에도 채 못 미친다고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의 신고액이 극빈층인 최저생계비 이하에도 못 미쳐 축소신고 의혹을 낳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돈은 결국 세금일 수밖에 없고
그 세금은 잘사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엄마 친구 분들의 아우성 소리가 더 높아진다 해도
그리고 그 아우성에 우리 엄마의 한숨 소리가 섞여 있다 해도
아직도 낮기만 한 우리의 복지비는 좀 더 올라가야 한다.
단 ‘직장인은 봉이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파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리를 했으면 좋겠다.
* 자평: 구체적인 대안이 없이 당위만 역설하는 그저그런 글. 이런 글을 써놓고서 자신은 의식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은 금물. “니 술값만 아껴도...몇명이 먹고사냐”는 비판을 받을 위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