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도서관에서 독서에 대한 강의를 했다.
시작이 오후 7시인데 기차시간 때문에 막상 도착해보니 5시 반밖에 안됐기에,
식사라도 하려고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미친 고기’,
혼자 밥먹는 사람은 많아도 혼고, 그러니까 혼자 고기먹기는 쉽지 않다는데,
난 혼고가 참 편하다.
고기를 먹을 때 난 주로 고기를 굽는 편인데,
그냥 내가 구워서 나 혼자 먹으면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고기집들은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혼자는 안된다고 쫓아내거나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최소 2인분은 드셔야 해요”라고 말하기 일쑤다.
최소 3인분을 먹는 나로서는 그런 대접이 좀 부당하게 느껴지지만,
어제도 다른 곳에서 한번 쫓겨나고 만다!
다행히 ‘미친 고기’는 날 박대하지 않았기에,
난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고기는 정말 맛이 있었다.
너무 맛이 있어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는데,
그러다보니 한번 쫓겨난 것에 대한 분이 다 풀려버렸다.
시간만 좀 더 있었다면 4인분은 너끈히 먹었을 테지만,
아쉽게 3인분에 만족하고 말았다.
고기를 먹던 중 벽에 무슨 글귀가 적힌 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세상에, 내 이름이 적혀있다!
내가 저런 말을 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내 이름을 저런 식으로 보다니 너무 신기했다.
계산을 하고난 뒤 날 받아준 착한 종업원에게
“저거, 저예요.”라고 얘기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저 사람이 바로 저라고요”라고 얘기했는데,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고기의 맛은 지금도 내 입가에 남아
날 흐뭇하게 해주고 있다.
고기는 레어보단 적당히 익어야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