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도서관에서 독서에 대한 강의를 했다.
시작이 오후 7시인데 기차시간 때문에 막상 도착해보니 5시 반밖에 안됐기에,
식사라도 하려고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미친 고기’,
혼자 밥먹는 사람은 많아도 혼고, 그러니까 혼자 고기먹기는 쉽지 않다는데,
난 혼고가 참 편하다.
고기를 먹을 때 난 주로 고기를 굽는 편인데,
그냥 내가 구워서 나 혼자 먹으면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고기집들은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혼자는 안된다고 쫓아내거나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최소 2인분은 드셔야 해요”라고 말하기 일쑤다.
최소 3인분을 먹는 나로서는 그런 대접이 좀 부당하게 느껴지지만,
어제도 다른 곳에서 한번 쫓겨나고 만다!


다행히 ‘미친 고기’는 날 박대하지 않았기에,
난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고기는 정말 맛이 있었다.
너무 맛이 있어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는데,
그러다보니 한번 쫓겨난 것에 대한 분이 다 풀려버렸다.
시간만 좀 더 있었다면 4인분은 너끈히 먹었을 테지만,
아쉽게 3인분에 만족하고 말았다.


고기를 먹던 중 벽에 무슨 글귀가 적힌 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세상에, 내 이름이 적혀있다!
내가 저런 말을 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내 이름을 저런 식으로 보다니 너무 신기했다.

 


계산을 하고난 뒤 날 받아준 착한 종업원에게
“저거, 저예요.”라고 얘기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저 사람이 바로 저라고요”라고 얘기했는데,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고기의 맛은 지금도 내 입가에 남아
날 흐뭇하게 해주고 있다.
고기는 레어보단 적당히 익어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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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7 0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혼자 고기굽는 걸 아직 못해봤는데 꼭 도전해봐야겠어요. 불끈!!

그나저나 고깃집 벽에서 발견한 마태우스님 본인의 이름이라니요!!! >.<

마태우스 2017-09-27 07:20   좋아요 0 | URL
혼고가 처음이 어렵지, 의외로 중독성 있답니다^^ 근데 다락방님처럼 우아한 분이라면 좀 주저될 수도 있겠네용. 암튼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비연 2017-09-2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고가 뭐지? 잠시 갸우뚱 했었는데...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아이템인데요 ㅎㅎㅎㅎ
그나저나 저 문구가 고기집에서 인용된다니 ㅎㅎㅎㅎ 완전 신기합니다~

마태우스 2017-09-27 21:29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전문용어를 썼군요^^ 전문가티 내려고 그랬답니다. 직접 보니까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cyrus 2017-09-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당 직원이나 지배인이 교수님을 알아봤으면 가게 벽에 교수님 사인을 남겨달라고 부탁했을 거예요. 교수님 같은 분의 슈퍼스타를 못 알아보다니.. ㅎㅎㅎ

마태우스 2017-09-27 21:30   좋아요 0 | URL
헤헤 제가 알라딘에서만 슈퍼스타죠 다른 데서는....아, 글고보니 어느 고기집에서 저한테 진짜 많이 먹는다고, 대단하다고 한 적도 있어요^^ 고기계의 슈퍼스타가 될래요. 어찌된 게 먹성이 이 나이에도 꺾이질 않는지

stella.K 2017-09-2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니 진짜 마태님 아무리 못해도 2인분 드시잖아요.
쫓는다고 쫓겨 나올 건 없지 않나요?
미친고기에선 3인분도 해치우셨구만.ㅋㅋㅋ

그런데 그 종업원 마태님이 서민 교수라는 걸 끝까지 믿지 못했나 봐요.
설마하는 눈치...?
좀 더 마태님을 알릴 필요가 있는 것 같은 대목입니다.ㅋㅋ
암튼 마태님 그리 말씀하시니 고기가 먹고 싶어졌슴다.ㅠ

마태우스 2017-09-27 21:32   좋아요 1 | URL
오모나 스텔라케이님 반갑습니다. 자랑이지만 4인분 먹은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혼자 오는 손님에 대한 박대가 좀 심합니다. 많이 먹을 거라고 사정했는데 쫓겨나기도 했고요 흑흑. 특히나 고기집은 불에다 불판, 밑반찬 등 손이 많이 가서 그런지, 혼자 오면 노골적으로 싫어해요. 제 이름을 알리기보단 제 먹성을 알리는 게 더 시급한 듯요

에디터D 2017-09-2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인분 먹을 수 있으니 이제 당당하게 들어가야겠어요.^^

마태우스 2017-10-05 23:18   좋아요 0 | URL
3인분이면 훌륭하죠^^ 화이팅입니다.

moonnight 2017-10-07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장님이 마태우스님 팬이실 듯 한데(혹시 알라디너?^^♡) 직원분에게 영상교육을 안 시켰나봐요. 그래도 혼자 온 손님 박대하지 않았으니 예절교육은 잘 하신 듯^^

마태우스 2017-10-08 03: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혼자 왔다고 박대하지 않은 멋진 고기집이고, 또 맛도 기가 막혔습니다. 친절하면서 맛도 좋은....미친고기 화이팅입니다.

심술 2017-10-0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심해서 검색해 보니 20171008 기준으로 광주광역시에 미친고기가 10개나 있군요.
어느 지점인지 모르겠네요.

마태우스 2017-10-08 18:36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농성동에 있는 건데, 주소 말씀드리려 했지만 그게 안되네요. 농성동과 미친고기를 넣고 검색하니 ˝ 농성동 장어집 미친듯이 맛있다˝같은 것만 검색됩니다 ㅠㅠ

북다이제스터 2017-10-1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는 상황에 거리를 두면서도 그것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생겨난다”는 책 문구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마태우스 님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따뜻한 유머 감동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

마태우스 2017-10-20 19:53   좋아요 0 | URL
앗 그런 말이 있나요. 감사드립니다. 그래요, 유머는 따뜻해야 제맛이죠^^ 유머 구사할 때마다 님의 말씀, 생각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