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철학자 리마리오는 이렇게 말했다.
“본능에 충실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체면이라는 괴물에 억눌려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다.
나는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다.
4월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더위는 9월의 끝자락인 요즘까지도 맹위를 떨친다
아침저녁으로 잠깐 시원한 바람이 불긴 하지만
낮에는 더워 죽겠고
내 방은 특히나 덥다.
당연히 반팔을 입어야 옳지만
9월에 반팔을 입으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난 긴팔을 입는다.
등은 땀으로 젖어 버리고
더위를 못참는 난 팔을 걷어붙인다.
예전에 광화문서 열린 집회에 나갔었다.
3월임에도 유난히 추웠던 그 때
난 얇디얇은 봄 잠바를 입고 추위에 떨면서
같이 간 친구에게 옷을 벗어달라고 했다.
한번이면 이해가 가지만 몇 번이고 계속 그랬던 건
3월엔 3월에 맞는 옷이 있다는 이상한 고집 때문이었다.
언젠가 꽃샘추위가 몰려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넘었던 날
난 또다시 봄 잠바를 입고 출근을 했고
양말 속에 바지 끝단을 넣은 채 벌벌 떨었다
그날 저녁, 밍크를 입은 여인과 곱창을 먹으면서
“때가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어떤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나의 고집은 집요한 데가 있어서
반팔 티를 입은 오늘도 잠바를 팔에 두른 채 출근을 한다.
남한테 없어 보이는 게 그리도 싫은 걸까.
대체 언제쯤 난, 본능에 충실할 수 있을까?
* 아래 사진은 본문 내용과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테니스 대회에서 2부리그 선수로선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걸 말씀드리고자...^^ 저 이날, 날아다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