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머지 49명은 누구지?^^
샌디에고의 투수 박찬호는 장출혈로 인한 빈혈로 선발등판을 걸러야 했다. 인터넷에 뜬 스포츠 기사에 따르면 실혈량이 3분의 1에 달할 정도였다는데, 그래서 찬호는 여러 명으로부터 수혈을 받는 신세가 되었고, 팀 동료인 제이크 피비의 아내도 찬호에게 기꺼이 피를 나눠줬단다.
내 의문은 여기서 생겼다. 수혈을 받고 원기를 회복한 박찬호가 그 다음 두 경기에 등판했다는 것. 두 경기 모두 그저 그런 투구내용을 보여서 그런 건 아니다. 잘던지고 못던지고를 떠나서 우리보다 조금은 더 의학이 발달한 미국에서 어찌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장출혈로 피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수혈로 피를 보충해 주는 것은 그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피가 나는 원인이 따로 있는 한, 출혈은 다시 재발하기 마련이니까. 돌팔이인 내게 찬호가 왔었다면 난 출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애를 썼을 거다. 복귀 후 세 번째 등판을 앞두고 장출혈은 재발되었고, 찬호는 수술을 받고 올 시즌을 마감했다.
난 여러 명에게 그 얘기를 했다.
“아니 왜 출혈의 원인을 안찾고 수혈만 해주는 거야? 찬호가 젊으니까 암은 아니겠고, 내 생각엔 게실(장에 생긴 조그만 주머니 같은 것으로, 메켈 게실은 선천적 기형에 속한다) 같은 게 있을 것 같아.”
내가 게실 얘기를 한 것은 학생 때 실습을 하다 만난, 게실로 인한 장출혈 환자의 기억을 떠올려서였다. 그랬으니 어제 아침 신문에서 박찬호의 병명이 ‘메켈 게실’로 밝혀졌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돌팔이긴 해도 내가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난 게실 얘기를 해줬던 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은 그녀가 먼저 전화를 해서 놀라움을 표시했어야지 않는가?^^)
나: 박찬호가 게실이래.
미녀: 그런데?
나: 내가 저번에 게실 같다고 그랬잖아.
미녀: 그랬나? 어, 그런 거 같아.
나: 나 정말 대단하지 않니?
미녀: 응.
미녀와 또다른 친구의 반응은 전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들은 내 얘기를 흘려들었던 것. 하긴, 내가 한 말들을 다 머리에 담고 있기엔 그 양이 지나치게 많으니 원망할 일만은 아니다. 남들이 인정하건 안하건 난 스스로 명의라 자처할 거다. 공자도 이렇게 말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으면 군자다. 난 명의에다 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