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표진인이 결혼을 했다. 꿈에 부푼 20대도, 어느 정도 패기가 남아 있을 30대도 아닌, 불혹의 나이라는 40대에 하는 결혼. 삶에 대한 기대가 많이 줄어든 나이니만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테고,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려는 진인이의 성격상 결혼생활도 잘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부 입장에서는 아들 넷의 막내와 결혼하면서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게 부담이겠지만, 신부 역시 자기 직업이 있는 바쁜 사람이라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나이가 들어 결혼하는 친구한테 유부남들은 “걔는 왜 지금 결혼한데?”라며 탄식들을 한다. 살면서 가정에 대해 점점 회의적이 되가는 나지만, 진인이가 “왜 그 나이에 결혼을 했을까?” 의아하지는 않다.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고, 진인이가 자기 뜻에 따라 한 결혼인데 내가 뭐라고 한담? 나와 달리 그는 늘 아름다운 가정을 꿈꿔 왔으니까. 이런 나한테 내 친구는 “너 50쯤 되면 니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거다.”라고 했지만, 그거야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다. 원래 허무라는 건 개미처럼 열심히 산 사람이나 느낄 수 있는 거지-삽을 놓고 문득 허리를 펴보니 벌써 50이더라!-나처럼 맨날 놀기만 하는 사람은 그런 거 모른다.
준 연예인의 결혼답게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왔다. 안타까운 건 연예인이 생각만큼 오지 않았다는 것. 그건 진인이가 방송출연을 하면서도 연예인과 그다지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탓, 유명한 사람이 결혼할 때는 원래 결혼 당사자보다 누가 왔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는지라 카메라가 좀 심심하긴 했다. MC 임성훈이 왔을 때 카메라 플래시가 엄청 터진 건 그 심심함 때문이었으리라(난 전지현이라도 온 줄 알았다는^^). 윤종신이 축가를 부르고, 박미선이 사회를 봤으니 그 정도면 기본은 했지만, 혹시 하는 기대를 가졌던 난 약간 실망했다.^^
그날 내가 마신 술은 85번째였으며, 그 양은 다음날 내가 무기력한 테니스를 치게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