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7월 15일(토)
목적: 청탁성 접대술
마신 양: 소주 두병
낮술은 카운트에 안넣기로 했지만
소주 두병이나 마셔놓고서 빼는 건 양심에 거리낀 짓이라고 생각을 해서 77번째 일기를 쓴다.
목적에서 밝힌 대로 청탁성 접대술이었는데 사정을 말하자면 이렇다.
난데없이 유전학을 강의하게 된 나, 위기의식에 빠져 강의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부만 해도 시간이 걸리는 일을 강의록까지 만들어가며 하려니 힘이 배나 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림을 찾으려고 들어간 구글 사이트에서
챕터 1에서 3까지 강의록이 떠 있는 걸 발견했다 (전체는 20챕터쯤 된다)
이런 횡재가 있나 하고 저장을 했고
더 없나 찾았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그 강의록의 저자가 내 공보의 때 친구이자 지금 K 대학에 가있는 알파라는 걸 알고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주변 몇 명에게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니가 이런 상황이란 말이야. 너 같으면 부탁을 들어주겠니?”
다들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않을까요?”
자신감을 얻은 난 그에게 접대술을 마시라고 연락을 했고
없는 살림에 낙산가든에서 갈비를 샀다.
그는, 부부동반으로 왔다.
전날 많이 마셔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막상 마시니 술술 잘 들어갔다.
여느 때와 같이 내 화술은 빛을 발해서
그들 부부는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청탁이 뭐냐는 질문에 난 끝까지 함구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내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
“내가 말을 꺼냈는데 니가 거절해 버리면 밥값 내기가 싫잖아”란 논리를 폈고
메일로 보내겠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물론 만 하루가 지난 동안 난 메일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낮술은 나쁘다.
금방 취하니 경제적인 것 같지만 하루를 너무 허무하게 날려버린다.
그와 헤어져 4시부터 열나게 잤고, 9시가 넘어 일어났다.
낮잠을 많이 자니 밤에 안자고 DVD 보구, 밀린 글쓴다고 새벽 다섯시까지 안자고
그러다 오늘 또 늦게 일어나고...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첩경은 바로 낮술이다.
다행히 오늘은 밤술을 마시는데
술 마시고 돌아와 일찍 잔 뒤 내일부터 열심히 살 생각이다.
* 갈비를 시키는 것과 동시에 난 속이 안좋다며 갈비탕을 시켰는데, 국물 있는 게 필요해서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은 갈비값을 좀 줄여 보려는 수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