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언니들, 형들과 수다를 떠는 도중 남자 한분이 자신이 들은 성폭행 경험담을 얘기했다. 신부(천주교)가 신자를 성폭행하고, 그 뒤에도 계속 “남편과 이혼하고 (신부직을 포기할테니) 나랑 결혼하자.”고 했다는 것. 그녀는 그 사실을 남편에게 알릴지 말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아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걸 이해해 줄 남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여자는 결국 신부를 고발했지만 이혼을 당했고, 신부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되었단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성폭행 중 많은 수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니,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내가 경이롭게 생각했던 건 다른 언니들의 반응.

언니1: 여자가 먼저 꼬리쳤겠지!

언니2: 맞아. 여자가 좀 이상한 사람 아냐?

언니3: 신부 스토커 같은데? 내가 살던 동네에도 멋지게 생긴 신부가 있었는데, 그 신부를 이성으로 좋아한 여자가 얼마나 많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남자는 계속 “그게 아니라니까”라고 말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고, 나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들의 말을 듣기만 할 뿐이었다.


성폭력의 가해자가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을 하거나 “여자가 먼저 꼬셨다”고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성추행의 가해자였던 육군장성 역시 피해를 당한 여성을 사이코로 몰았었다. 가해자의 그런 태도는 물론 인간 자체가 뻔뻔한 데서 기인하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회 분위기도 큰 작용을 한다. 성폭행이 외부로 알려졌을 때, 많은 네티즌들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곤 한다. “새벽 세시까지 집에 안갔다는 건 잡아먹어 달라는 얘기다.” 주로 남성인 그들이 끈끈한 연대의식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피해자에게 힘이 되어 줘야 할 여성들마저 피해자 탓하기에 동참하는 현실, 여성들이 성폭행 사실을 알리는 걸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들 아는 얘기를 여기서 중얼거리는 이유는? 안타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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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7-16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해자에게 힘이 되어 줘야 할 여성들마저 피해자 탓하기에 동참하는 현실,'이런 상황인식은 저랑 사뭇 다르네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여성들은 좀 더 많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피해자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뒤의 '여성들'의 댓글이 기대되는군요...ㅎㅎ
저도 남자이고 마태우스님도 남자인데 앞의 언니 1,2,3의 말씀들이 '이상하게' 들리잖아요?

드팀전 2006-07-1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페미니즘 좋아하시잖아요.ㅎㅎ 아닌가?ㅎㅎ
성폭력은 남성중심 사회의 통치전략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남성의 성을 남성 육체의 힘과 결함시켜 여성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방식이죠.여기에는 남성 중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숨겨져 있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들어 있습니다.이 논리에 따라 극히 드물지만 조직 내의 권력구조가 남성에 대한 여성의 성폭력을 가능케도 하지요.이런 남성 중심 구조하에서 남성은 여자를 이분법적으로 대상화합니다.아주 단순화 하면 "성녀/창녀" "착한 여자/못된 년" "어머니/화냥년" .... 이러한 구도는 남성중심 사회-이게 마치 공기와도 같이 광범위하고 무섭습니다-에서 사는 여성들에게 생존을 위한 수용을 요구합니다.여성들은 어린시절 가정에서부터 이에 순응하는 법을 요구받습니다.그리고 이를 내면화합니다.만약 이 구도에 배치되거나 남성들이 구획해놓은 선에서 벗어나려는 여자는 이분법 구도에 의해 '악'으로 취급됩니다.까진 년,헤픈 년,당해도 싼 년....이렇게 내면화된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왜곡된 시선에 자기는 성폭력 당하는 여성과는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그렇기 때문에 여자이면서도 남성들의 시선에 맞추는 이야기를 꺼내서 그들과의 차이를 두고 존재의 보호를 의지합니다...대충 전 이런 정도의 생각이 듭니다.더 전문적인 이야기들은 전문가들이 해주시겠지요.

그리고...사족으로...성폭력하는 놈들은 그냥..확.. 찢어버려야 하지만 법질서를 지켜야 하니 참습니다.대신 인권문제가 발생 하지 않는 선에서 법을 좀 세게 해야한다니까요..넘 봐줘..그냥 이 x끼들을 확...rkfdk aktu qjfueh tldnjscl dksgsp..!!

세실 2006-07-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른 지역으로 발령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니....분개할 노릇입니다. 그런 일이 비일 비재 하다는 건가요????
분명 신부가 꼬리를 친거 같은데.....그 여성의 대처능력이 좀 약했나 봅니다. 전 여성편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7-1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체적 정신적 거세만이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을산 2006-07-16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언니들' 이 좀 이상한 사람 같아요.

하늘바람 2006-07-1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분개하게 되네요. 사실 요즘은 출근시간 버스나 지하철을 안타고 다녀서 그런 경험 없지만 아침 저녁 붐비는시간 버스나 지하철에서 혹 좌석 버스 뒷자석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행동이 뉴스꺼리가 아니라도 보거나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치를 떨게 됩니다. 그 경험은 아주 오래가고요.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할 정도죠. 그게 아주 미세한(?) 경험-예를 들면 가슴을 만지려했다 정도 에 그치더라도
그리고 남자들은 보통 만만한 즉 거절잘 못하고 마음약해서 착한 그런 사람에게 접근을 하죠.꼬리가 아니라 죄라면 착한 것뿐. 월드컵때 성폭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는 남자들을 많이 보았어요.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몰라서 그러죠. 전 그래서 성폭행을 하는 사람은 바로 사형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때의 실수 라 지만 그래야 그런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죠.
너무 하다 싶지만
너무가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여자를 욕하는 여자들은 대체 뭐랍니까
휴. 정말. 그런사람들만다로 모아 놓아서 성폭행 하려는 사람과 갘금시켜야 해요.
흑 제가 너무 흥분했군요ㅠㅠ

건우와 연우 2006-07-1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겻가지같습니다만, 전 사람들이 뒷담화를 할때 파악된 사실만을 전제로 얘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도 안돼는 주관적인 추측이 끼여들어 결론을 엉망으로 끌고가면 좀 짜증이 나더라구요.
어쨌든 황당한 언니들이네요. 요즘도 그런 언니들이 있었나요?@@

모1 2006-07-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들 너무하시네요. 그런식의 황당한 반응이라니..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성폭행 당한 여성들 정신적 충격+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것 같아요.

soyo12 2006-07-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엠비씨에서 아줌마들 상대로 하는 강연에서 그런 질문을 하더군요.
성폭력을 당하는 건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 탓이다에 O,X 하라고요.
그랬더니 그 스튜디오 안의 모든 여자분들이 O를 들고 오히려 이재용씨가 X를 드는 상황이 생기더군요.^.^;;
그 순간 그 강사님들이 그러더군요.
여자의 적은 아줌마들이라고. 딸이라고 생각하라구요.
정말 맞구나 해서 씁쓸했습니다. 그리 다르지 않은 반응이군요.
종종 여자들이 사건을 무마시킨다구요. ^.~

달콤한책 2006-07-1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두 부류의 여자가 있다.
1. 남의 억울함도 내 일이 되어 투사가 되어버린다.(저는 우리 시엄니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되면 시아버지도 적이 되어버립니다)
2. 동지가 아닌 가장 악질적인 적이다(시엄니 대 며느리, 시누이 대 올케라는 대결구도가 생기는 이유죠)
............저 여성분들은 후자가 되는거지요...신부, 성폭행, 가해자 편 드는거 아...이런 이야기는 정말 싫어요. (말하면서 속이 뒤집혀요) 그래도 이렇게 댓글 달아버렸어요.
마태우스님...아름다운 이야기로 한 번 부탁드려요. 아름다운 것으로 댓글잔치 벌리고파....

가시장미 2006-07-1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할 때는 다른 여성분들이 여성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바라보기를 꺼리는 이유는 자신을 피해자와 같은 입장에 놓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깐, 자신들이 먼저 남자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그런 기가막힌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죠.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유없는 희생자는 생기지 않지만, 원인이 남성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도 언젠가는 이유없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후자의 생각을 꺼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는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니깐요.

또또유스또 2006-07-1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리를 치면 성폭행 해도 되나요?
이상한 여자면 성폭행해도 되나요?
스토커면 성폭행해도 되나요?
아침부터 내내 이 생각만 들어요..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고 약 발라 줄 생각은 못하고 그리 말하는 사람...
나쁜 사람입니다.




마태우스 2006-07-1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스또님/제말이 그말입니다.. 꼭 정의의 편에 서라기보단, 상식적으로만 판단하면 좋을텐데요
가시장미님/그러니까 왕따에 동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인가요?
달콤한책님/그러게 말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만 하면 좋겠는데....근데 1번과 2번의 차이점은 뭔가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2번이 되는 거죠??
소요님/그런 걸 보면 참 안타깝지요... 자기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들었을텐데, 왜 남성의 시각을 가지게 되는지...안타까워요
모1님/자기가 아는 사람도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걸 간과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건우와 연우님/연배가 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30대 이하는 좀 다른 생각을 갖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하늘바람님/흥분할 만하지요...사형까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엄한 벌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산님/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사람들인가요?? 어떻게 4명 다 그러는지..
메피님/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세실님/신부가 관련된 게 비일비재하다는 게 아니구요, 성폭행의해결이 저렇게 되는 게 흔하다구요...
드팀전님/말씀 감사합니다. 그분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푸하님/어 그런가요? 님과 저의 상황인식이 좀 다르군요. 지역 탓일지도...그곳은 강남이었거든요.


2006-07-16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콤한책 2006-07-1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건 2번이 되기 쉬운 성향이 따로 있는게 아니란거죠...여자들이 자기 위치에 따라 달라지니 가장 나쁜 적이 되는거 같아요. (왜 일까요...아직도 사회적 약자니 조그마한 권력에도 정신 못 차려서)
하나 확실한 것은 덜 된 인간이 2번 같이 되기 쉽겠죠.
자신의 위치를 초월해 공명정대하게 대하는거...이거 왜케 어려운걸까요.

kleinsusun 2006-07-1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행한 신부가 파면이 안되나요?
참...... 갑갑한 현실이네요. ㅠㅠ

마태우스 2006-07-1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책님/현실을 생각하면 슬플 때가 참 많지요........... 삶이란.....
수선님/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