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잔 서랜던 - 여배우 혹은 투사
마크 샤피로 지음, 손주희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조지 클루니를 그렇게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할리우드 최고의 느끼남이라는 별명이 좋은거야? 왜 늘 그렇게 느끼하게 웃는 거야?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님의 페이퍼에서 그가 저예산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를 주로 선택한 것도 감독에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읽고 나서, 그 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건 연기만 잘하는 배우보다는 의식까지 있는 배우를 선호하는 내 속성 때문이리라. 안젤리나 졸리야 원래 좋아했지만 해외 입양을 했다는 걸 듣고 더 좋아하게 되었다든지, 어느 배우가 촬영장에서 틈나는대로 책을 읽는다든지 하는 것도 다 그런 소치다.
수잔 서랜던. 내가 그에게 관심이 없었던 건 그가 나온 영화를 하나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니 내가 본 영화와 겹치는 것은 목소리만 나온 <캐츠 앤 도그스>가 유일하다 (델마와 루이스를 보지 않은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본 적이 없다해도, <여배우 혹은 투사 수잔 서랜던>이란 책은 나로 하여금 그녀의 팬이 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연기파 배우로 자기가 원하는 배역이 아니면 출연을 거부하고, 소수자의 인권옹호에 온몸을 바쳐 보수적인 할리우드의 미움을 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폐지를 부르짖는 <데드 맨 워킹>으로 아카데미상을 탄 일 등 그녀의 행적은 보통 사람들은 범접하지 못할 위대함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녀의 솔직함은 번번이 할리우드의 부도덕한 면을 일깨워 준 대신, 알게 모르게 그녀의 직업적 성공을 늦추었다(29쪽)”
“..미심쩍인 영화의 모험적인 배역을 맡을 생각에 성공이 보장된 주류의 프로젝트들마저 거절하는 바람에..에이전트들과 번번이 충돌했다(97쪽)”
“..최고의 에이전트 번스타인은...그녀가 계속 정치적으로 거침없이 말하면..할리우드의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서랜던은 그의 솔직함에 고마움을 표하고 다른 에이전트 사무실을 찾아갔다(113쪽).”
그의 위대함을 폄훼할 마음은 없지만, 이 모든 행동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연기를 빼어나게 잘 했다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미움을 사도 배역은 계속 들어왔고, 아카데미상 후보로 매번 올랐고, 매니아들을 거느리는 등 대중적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거다. 한가지 더.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이후 “결혼은 더 이상 믿지 않아요.”라고 말했던 서랜던은 지금껏 결혼하지 않은 채 열두살 연하의 팀 로빈스와 더불어 세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그는 그런 활동을 하면서도 아이들 교육에 전혀 소홀하지 않아 경탄마저 자아내는데, 그가 만일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방치했다면 대중들이 여전히 그를 위대한 배우로 볼까 하는 것이 궁금해진다. 일단, <델마와 루이스>를 빌려다 봐야겠다. 좋은 책을 선물해 주신 미녀분께 감사드린다.
* 퀴즈: 우리나라에서 서랜던과 필적할 만한 배우가 있는지, 있다면 혹시 누구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