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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이 읽고 많이 쓰라.”
글을 잘쓰는 법을 물으면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면 정말로 글을 잘쓸 수 있냐고? 있다. 그걸 잘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스티븐 킹이다. 책을 쓸 때마다 수백만권을 팔아치우는 그의 내공은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유혹하는 글쓰기>의 앞부분에 수록된 그의 생애는 “스티븐 킹은 원래 글을 잘썼다.”는 내 편견을 무색하게 했다.
열세살 때부터 잡지에 소설을 투고하고, 벽 한면을 가득 채울 정도의 거절 쪽지를 받으면서도 그는 열심히 글을 썼고, 결국 <캐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애가 아파도 약을 사먹일 돈이 없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세탁소에서 일을 하던 그를 구원해준 <캐리>는 공중 목욕탕 청소 일을 하다가 얻은 아이디어를 글로 옮긴 것이다. 그 청소를 한 사람이 스티븐 킹 만은 아닐 테지만, 오직 그 혼자만 그걸 소설로 쓴 것은 기발한 소설을 쓰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덕분이리라. 그는 기자들에게 “크리스마스와 내 생일만 빼고는 매일 글을 쓴다.”고 말했지만, 그건 일벌레로 보일까봐 거짓말을 한 거란다. 진실은 이렇다. “나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글을 쓴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아내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카스트로를 빼고는 어느 지도자보다 더 오래 버텼다.”는 그의 결혼 생활은-아무래도 김일성을 빼먹은 것 같다-다음과 같은 장담을 하게 한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대화하고 사랑을 나누고 춤을 춘다면 계속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아내 태비는 그의 첫 독자이며 냉정한 비판자인데, 스티븐이 <캐리>를 쓰다가 잘 안되서 포기하려고 할 때, 태비는 쓰레기통에서 구겨진 원고를 꺼내 읽은 뒤 이렇게 말했단다. “이 소설엔 뭔가가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대학 1학년 때,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마돈나가 왕자같은 남자를 만나서 키스하려는 순간 잠이 깼고, 그게 다 꿈이었다는 유치하기 그지없는 단편을. 지금이라고 유치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분명 그때보다는 낫다. 그럼 난 저절로 나아진 걸까? 물론 아니다. 생각해보면 대학 때 써클지 편집을 맡으면서 글을 상습적으로 투고했고, 방송반에 있을 때 써클 노트에다 가장 많은 글을 쓴 것도 나였다. 그리고 서른부터는 책도 열심히 읽었으니, 재능은 원래 없었다 해도 글이 더 나아질 수밖에 (사실 대학 1학년 때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스티븐 킹이 자신의 글쓰기 비법을 밝힌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는다고 모든 이가 갑자기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만 깨닫는다면 이 책을 읽는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