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6일(금)
마신 양: 집에 가다 정신 잃음.
여권 문제가 해결이 안되었지만, 마드리드행 비행기는 이미 예약해 놓았다. 여권 만들 때의 혼란은 규정이 바뀌어서라는데, 왜 하필 내가 십년만에 외국 가는데 규정을 바꿨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같이 가기로 한 미녀와 전화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스페인 가기 전에 한번은 봐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난 금요일에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홈피에서 사진을 이미 본 상태였지만, 사진과 실물은 많이 틀리다. 그녀는 어느 쪽일까?
지하철 사당역에서 그녀를 봤을 때 난 부끄러움 때문에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인근 커피숍에 들어가고도 계속 커피잔만 보면서 얘기를 했는데, 삼십분 가량의 적응기간이 끝나고 나서 난 내가 그녀 얼굴을 못본 게 수줍음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건.. 그녀의 미모가 너무 눈부셔서였다.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10시 정도가 되어 “이제 집에 가시지 않겠어요?”라고 물으니 단호하게 “싫어요!”라고 한다. 그래서 술을 더 시키고 얘기를 더 했다. 12시 정도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집에 갔다.
그녀가 나에게 마드리드행을 제안한 건 나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나를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를 보고나니 자신이 없어진다. 신이여, 마태를 지켜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