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줄거리는 안다. 그래도 꼭 읽어볼 테다..

 

 

 * 저 잘났다는 페이퍼입니다. 너무 미워하진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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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전에 내가 나온 방송을 들었다면서, 내가 낸 책의 제목을 묻는다.

"그게 헬리코박터 뭐라는 거였는데, 정확히 뭐죠?"

그는 내게 그 책을 어디 가서 사면 되냐고 물었고, 난 그냥 내가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는 고맙다면서 주소를 불렀고, 난 그 다음날 등기로 책을 보냈다.


"아주 공감이 많이 됩니다."

다음날 전화를 걸어온 그는, 내게 이런저런 건강상담을 했다.

"제가요, 당이 좀 있어요. 지난번에 검사한 결과를 보니까, 제 친구도 의사가 있는데요, 혈당이 200이 넘는다고, 안좋은 거라고 하네요. 다른 건 이상이 없다는데..."

난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을 해줬고, "6개월에 한번씩 건강검진만 받으시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해줬다. 그는 고맙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런 일이 나흘째 계속되었다.

"선생님 말씀 들어보니까 아무 걱정할 게 없어지네요. 고맙습니다."

평균 소요시간은 대략 십분 가량, 솔직히 이제 좀 그만했으면 싶었다.

"선생님, 너무 고마워서 제가 이다음에 천안 갈 때 한번 들르겠습니다."

"아, 네 그러세요."

다시 따르릉.

"선생님, 제가 내년 3월쯤에 간다고 했는데요, 가족들이랑 상의해보니까 3월은 곤란하다는데요. 다시 날 잡아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어제 아침에도 전화가 왔다.

"선생님 주소가 ㅌㅌㅌㅌ가 맞습니까?"

"네."

"제가 뭘 좀 보내드리고 싶어서요. 괜찮으시겠어요?'

"뭔데요?"

"아 뭐 큰 건 아니고, 조그만 거 하나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곧 그 일에 대해 잊어버렸다.


연말정산 서류를 내러 교학과에 갔다가, 등기 한통을 받았다. 주소를 보니 그 사람이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세상에 우편환으로 30만원이 들어있다. 갑자기 심난했다. 이게 웬 돈일까. 왜 이 사람은 내게 돈을 보낸 걸까. 돈에 대해 엄격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돈을 그냥 받아 넣지는 않았을 터, 더군다나 결벽증 비슷한 게 있는 내가 이걸 그냥 받을 수는 없었다. 난 그에게 편지를 썼다.

[.... 왜 선생님께서 제게 돈을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선생님께 이 돈에 값하는 일을 한 적이 없고, 지금 전 잘 먹고 놀만큼의 돈을 학교에서 받고 있습니다...]


가장 그럴듯한 해석은 내가 그에게 친절하게 해준 게 고마워서 돈을 보냈다는 것. 하지만 과거의 어느날, 내가 현재 누리는 지위와 여기 오기까지 얻은 지식이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기에, 나같은 사람에게 의료상담을 하는 사람에겐 무조건 잘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와의 통화는 그러니까 그 실천에 불과할 터, 오늘 오후 퇴근길에 우체국에 들러 그에게 우편환을 다시 보내야겠다. 우편환이라는 게 받는 사람 본인이 아니면 돈으로 바꿔주지 않는지라 처리하는 데 애를 좀 먹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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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5-12-2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자랑질 페이퍼 릴레이 끝난지 언제인데....ㅎㅎㅎ

하늘바람 2005-12-2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생각안나는데 저 책이 영화로 나왔었죠?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예요 거기서 네로두의 시라는 시가 나왔는데 시가 내게로 왔다는 그 시에서 얻어진 제목이죠. 아 다시 보고 싶네요. 제목이 뭐더라^^

하늘바람 2005-12-2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변명 읽고 싶네요. 그것이 늘 언제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복용했었는지라 ^^ 서점가면 찾아볼게요

세실 2005-12-2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능력 있으십니다~~~ 염장성 맞습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공부좀 열심히 할껄~~~~

엔리꼬 2005-12-2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그 영화는 '일 포스티노'입니다. 오전 11시 cbs 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시그널 음악이 그 영화의 ost입죠.. 마태님.. 30만원이면 정말 큰 돈인데, 그걸 드리는 것으로 봐서 엄청 고마우셨나봅니다.

chika 2005-12-2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린 3만원도 엄청 큰 돈인지라 왕래가 드문데, 30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현장을 보니 놀랍사옵니다. ;;
근데 정말 그분은 진료상담을 하셨다고 생각하는거 아닐까요? ^^;;

플라시보 2005-12-2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는 뭐 꿀이나 인삼 그런 정겨운 물건을 생각했다가 두둥 30만원이라니 (바보. 제목이 우편환인거 볼때는 뭐했냐?) 돌려드리길 잘 한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30만원을 받을 이유는 없을것 같아요. 물론 그 분은 고마워서 그런것이겠지만요. 암튼 잘 하셨어요. 님^^

야클 2005-12-2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달사고 같습니다. 어떤 분이 제게 30만원 보내주신다고 해서 제 주소를 불러드린 다는게 제가 그만 '무의식중에' 마태님 주소를 불러드렸군요. 일단 그분께 우편환 보내시고 마태님은 제게 30만원 어치 곱창을 사시는 게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해결책으로 보입니다. 참, 황소곱창집에서 곱창 다 못먹고 남기면 키핑이 가능한 지 모르겠습니다. 어유 30만원이면 몇 인분이야 *..*;;

진주 2005-12-2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제가 상담해도 될만한 건수 있으면 제 연락처 알려 주셔도 돼요....

엔리꼬 2005-12-2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만나실 때 저도 불러주세요.. 억지로 3만원어치는 먹어드릴께요. 술 안먹고 3만원어치 먹을 수 있나 몰라

숨은아이 2005-12-2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이어지는 전화 끝까지 친절하게 받기 어려운데, 멋지셔요.

마태우스 2005-12-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왜이러십니까 부끄럽게....
서림님/황소곱창은 술 없이도 5만원어치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진주님/아 네 그러겠습니다^^
야클님/황소곱창은 키핑 안되더군요. 글구 님, 너무 유머 수준이 높아만 지는군요. 격차 느낍니다.
플라시보님/아침에 미안하다고,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전화 왔습니다. 보석류 같은 소박한 거였으면 받았을텐데...^^
치카님/진료상담을 해도 그렇죠 기껏해야 3천원인데.... 게다가 전 돌팔이잖아요...^^
새벽별님/혼자 사신답니다. 많이 외로우시긴 할 것 같아요. 그래서 고마움을 그런 식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었을 거예요.
서림님/알 포스티노...서림님 멋지십니다. 척하면 척이시군요. 영화 말고 책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세실님/그, 그리 말씀하시면 제가 넘 부끄럽죠...
하늘바람님/알라딘 분들은 제가 다 보내드리는데..주소만 말하세요.
파비아나님/자랑질 페퍼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파비님이시죠. 친구가 좋아해서 고민이라는 님께 '나랑 사귀자"고 했다는 대목,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모1 2005-12-22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인복이 있으십니다. 부럽습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