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주 한병을 따서 한모금을 마셨다. 안먹고 몇 년을 방치하다, 오늘 아침사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다. 캬--- 냉기가 몸 속으로 퍼지면서, 몸이 개운해진다. 이대로 자고 싶다.
엄마, 아빠와 형제들 넷, 이렇게 여섯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가족은 지금 사는 집의 5층과 4층 일부를 살림집으로 이용했다. 날 제외한 세명이 결혼과 동시에 집을 떠났고, 아버님은 돌아가셨다. 가족 수는 대폭 줄었지만 짐은 크게 줄지 않았다. 그게 짐의 속성이다.
여러 가지 사정상, 4층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어야 했다. 엄마와 둘이 사는데 5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늘부터 4층 짐을 치우기 시작했다. 2천벌에 달하는-물론 뻥이다-내 옷들을 위로 옮겼고, 다른 것들도 대충 올려다 놨다. 버릴 걸 끊임없이 내어 놓았지만, 5층은 올라온 짐들로 금새 좁아졌다. 이제 문제는 내 책, 그리 많은 건 아니라도 1천여권에 달하는 그 책은 오늘 노가다의 하이라이트였다. 책장을 맞출까 어쩔까 하다가, 그냥 아버지가 쓰시던 책장을 쓰기로 했다. 아버님이 사놓은 책들을 밖에 내놓고, 내 책들을 하나씩 가져다 꽂았다. 반의 반도 못꽂았는데 책장은 금세 다 차간다. 이 책들을 과연 어찌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책꽂이를 더 산다해도 놓을 공간이 없다. 나도 이런데 3천권, 5천권씩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잠시 에어콘을 켰더니 실내온도가 32도를 가리키고 있다. 바람을 쐬다가 다시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어머님이 껐다. 알뜰한 우리 어머님. 웃통을 벗고 일하는데도 몸은 땀으로 목욕을 하는 것 같다.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도 했더니 다리가 아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테니스를 안치는 건데. 아직도 옮겨야 할 짐은 많기만 하다.
맥주 한병이 다 비워졌다. 이제,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