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가 학생 하나에게 전혜린에 대해 물어봤다. 역시나 모른다. 우리야 전혜린을 보면서 문학을 동경했지만, 그녀가 죽은 건 벌써 삼십년도 더 넘은 일이고, 최재봉의 말마따나 일기 형식을 제외하곤 문학사에 남을 작품을 쓰지 못했던 것도 이유가 된다. 최재봉은 여기에 하나의 이유를 더 붙였는데, 그땐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때라 뮌헨의 슈바빙이 멋지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대학생이면 으레 배낭여행을 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전혜린이 뭐가 매력적이겠느냐는 것. 아무튼,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에 대해 문제를 냅니다. 저자가 쓴 그대로 발췌해서요. 가장 많이 맞춘 한분(동점자 있을 땐 가장 먼저 맞춘..)께만 2만원 상당의 책을 보내드립니다. 파산을 해서 그러니 양해 바랍니다 (땡스투랑 적립금, 마일리지를 합치니 그 정도가 되더이다). 난이도는 제 기준이며, 답은 주인보기로 남겨 주세요.
* 주의할 점: 최재봉은 여자건 남자건 ‘그’라고 쓰더이다.
1.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그는 대사가 아닌 지문에서도 “세상에”류의 입말투 감탄사를 즐겨 쓰곤 하는데...그의 소설에 아연 긴장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그의 대사는 함축과 여백의 맛을 최대한 살린, 세련된 말들이다..그들은(소설 주인공들) 당황하여 더듬을 때조차 우아하다....그것은 아마도 그의 단단한 신화 공부와 부지런한 번역, 젊어서부터의 열성적인 독서의 결과일 것이다]
(난이도 하)
2.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낭만적 사랑에 대한 반어적 냉소는 많은 여성작가들로부터 그를 구분짓는 특징이라 할 만하다...이미 초등학교 시절 “글이란 게 결국은 다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던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나/작가의 글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는 위악과 냉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표방하는 차가움이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 또는 열등감과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는 사실.. ]
(난이도 중)
3.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문학평론가이자 당대의 스타일리스트인 이 사람....그에게 있어서 풍경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주관적 마음가짐의 투영물이다...그의 산문정신의 매력은 사물의 숨겨진 본질을 언어로 포착하려는 집요하고도 눈물겨운 공력에 있다...“수평선은 인간의 목측이 자진하는 한계선이다. 인간의 시선이 공간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죽어갈 뿐...”]
(난이도 중, 매너님에게는 난이도 하)
4.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한국 소설의 문체미를 대표하는 작가...존재의 비밀을 투사하는 자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중년의 여성 주인공들이 누리는 평범하고 관습적인 삶의 이면에 도사린 불안과 고독을 꼼꼼히 묘사한다..그간 존재와 자아 추구의 작가로 알려져온 그는 “최근 소설이 지나치게 내면을 파고드는 데 식상을 느낀다”며 “자아와 바깥 사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난이도 상)
5.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이 사람 글쓰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재기발랄한 문장을 들 수 있다..그는 <재미나는 인생>이란 단편에서 “거짓말은 인생을 기름지게 하고 인간의 상상력을 우주의 차원으로 넓혀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90년대 후반의 문단에서 그만큼 익살과 해학을 잘 구사하는 작가도 없다..그의 웃음은 때로 의도적인 과장과 무리한 신비화를 수반한다]
(난이도 중)
6. 누구의 시인가?
[겅중겅중 뛴다
무중력 상태!
지구가 굴러온다
뉘 알리?
지금 혹시 지구인을 만나면 화닥닥 놀라
그의 마음속에 머리 박고 숨으리]
(난이도 상)
7.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사실주의 소설의 전통 위에서 90년대를 버팅긴 작가...힘없는 백성들의 시시콜콜한 삶의 속내를 때론 구수하게 때론 코끝 찡하게 풀어놓는 그의 소설들은 느슨한 세태소설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사실주의의 과녁들을 올곧게 겨냥하고 있다...작가로서 그가 성취한 바는 앞으로 성취할 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가 멈춘 곳에서...한국 소설은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난이도 하)
8.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한국 문단에서 그가 차지하는 개성은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세계시민주의와 같은 이념적 지향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 특유의, 서구 지성사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결합된 그 같은 지향은 그의 소설들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유능한 문학기자로서 성가를 올렸던 그가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은 것은... xx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때였다]
(난이도 중)
9. 다음 작품의 제목은?
[방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이 쌓인 산골마을 외딴집, 젊은 어머니와 열세살 소년이 6년째 돌아오지 않는 아비를 기다리고 있다...xx(제목이기도 하다)는 평소 그것을 즐겨 먹었던 아비가 불시에 돌아올 것에 대비하여 걸려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생식기가 두 개 달렸다는 특징으로 하여 바람둥이 아비를 상징하기도 한다]
(난이도 하. 왜냐면 내가 읽었으니까^^)
10.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밀란 쿤데라가 발표한 작품 <정체성>이 이 사람의 중편과 흡사한 구성을 취하고 있어 화제다...<정체성>은 동거관계에 있는 두 연인이 편지로 인한 오해 때문에 헤어졌다가 재결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난이도 상)
11. 누구에 대한 설명인가?
[90년대 작가군의 대표주자인 이 사람 소설의 주인공은 대체로 30대 중반의 독신남자이기 마련인데, 그는 끊임없이 세계를 떠돈다. ..그가 정말로 찾고 잇는 것은 잃어버린 자기 자신, 나아가 존재의 숨은 본질이라 할 수 있다...그의 소설에서 더 도드라지는 것은 불교적 세계관이다. 주인공들이 찾아가는 곳이 선운사니 쌍계사니 하는 절이라는 사실, 실제 비구니와 비구니를 연상시키는 여자들이 등장한다는 것...]
(난이도 하)
* 수고하셨습니다.